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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이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26표, 반대 4표, 기권 17표로 통과됐다. 여야 의원들의 표결 결과가 본회의장 전광판에 찬성은 초록색, 반대는 붉은색, 기권은 노란색으로 표시되고 있다.
▲ '김영란법' 국회 본회의 통과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이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26표, 반대 4표, 기권 17표로 통과됐다. 여야 의원들의 표결 결과가 본회의장 전광판에 찬성은 초록색, 반대는 붉은색, 기권은 노란색으로 표시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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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의 정식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법안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공직자가 직무 연관성과 상관없이 100만 원 이상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과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다. 공직 사회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와 청탁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뇌물죄와 같이 '대가성'을 증명해야 하는 기존 부정부패와 관련한 형법과 달리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례가 없는 '강력한' 법률이다.

여야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영란법을 통과시키면서 공직사회에는 일대 대변화가 오게 됐다.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법이 시행되는 내년 9월이면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금품 수수나 부정청탁, 일상적인 접대도 모두 범죄행위로 바뀌게 된다. 막판 여야 협상으로 적용범위가 조정되기는 했지만, 지난 2012년 8월 16일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928일만에 거의 원안에 가까운 법안이 통과됐다. 그 대상만 해도 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부정청탁의 유형이 모호하고, 금품수수 금지의 대상이 민간 영역인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임직원까지 포함된 점 등은 위헌 소지가 있어 향후에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은 공공성을 근간으로 하는 직업이지만 엄연히 민간인이기 때문이다. 언론인을 공직자와 같은 기준으로 취급해 처벌 수준을 정하는 것은 사례가 없다. 시민단체나 은행업과 같이 언론인과 비슷한 공공성을 가지는 직업군은 빠졌다는 점에서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

한 번에 100만 원 초과 금품수수는 무조건 처벌

이런 이유로 법안 통과는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본회의 상정 직전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는 장시간 토론 끝에 법안을 본회의에 올릴 수 있었다. 위법성 논란과 위법행위에 대한 규정, 과태료 부과체계 등 법안이 가지는 문제에 의원들 대부분이 공감했다. 특히 사학 이사장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기도 했다. 결국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고, 법안 통과를 바라는 국민 여론이 높다는 이유로 약간은 억지스럽게 법안이 통과됐다.

김영란법은 많은 문제를 가진 상태로 태어난 만큼, 이후 여러 문제점을 고치기 위한 보완입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보완입법이 이뤄진다고 해도 '업무관련성이 없는 금품수수를 강하게 처벌한다'는 법안의 기본 틀은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법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1회 무조건 100만 원 초과 금액을 받거나 연간 300만 원 초과 금액을 받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 100만 원 이하 금품수수는 직무와 관련이 있을 때만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했다. 과태료는 법원이 판단해 부과하기로 했다.

논란이 됐던 적용 대상도 대부분 정무위 원안이 유지됐다. 공직자에는 공직 유관단체와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이 포함된다. 여기에 법사위에서 여야합의로 사립학교 이사장과 이사가 포함됐다. 공직자 자신이나 배우자가 금품을 받았을 경우 해당 공직자는 이를 즉시 반환하고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직무관련성, 기부·후원 등 명목에 관계없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수 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당초 정무위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을 '민법상 가족(배우자, 직계 혈족,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으로 규정했으나, 여야 합의 과정에서 '배우자'로 축소됐다.

'금품'의 유형은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물품, 숙박권, 회원권, 입장권, 할인권, 초대권, 관람권 등을 제공하는 행위 음식물, 주류, 골프 등의 접대행위, 교통·숙박 등 편의 제공, 취업 제공, 이권 부여 등이 모두 해당된다. 다만 관·혼·상·제에 부조하는 행위 등은 사회적 관행을 고려, 대통령령으로 별도 규정키로 했다.

일부 보완 필요... 사회 행태 변화는 불가피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유형을 인허가 비리, 인사개입, 각종 행정행위 조작 등 15개로 정했고 7개의 예외 사유를 뒀다. 법을 위반해 인허가 및 승인 절차를 처리토록 하거나 징계 등 행정처분을 감경·면제토록 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채용·승진 등 인사 개입, 입찰·경매 등 직무상 비밀 누설, 학교 입학·성적 업무 조작 등도 해당된다.

비록 부정청탁의 유형을 정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모호하기 때문에 이후 사법기관의 해석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특히 검찰권의 강화가 우려된다. 권선동 새누리당 의원은 "적용대상이 광범위하고 금지행위의 한계가 뚜렷하지 않게 되면 수사기관의 표적수사, 자의적 법집행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벌써부터 보완입법 얘기가 나온다. 본회의 통과 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추후 보완입법 필요성이 지적된 것에 이어 정의화 국회 의장 역시 법안 가결 직후 "과잉입법 우려 있기 때문에 법 시행 전에 철저한 보완책이 마련될 수 있게 국회와 정부가 최선을 다 해 줄 것을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법 시행일까지는 1년 6개월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정치권은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법안 개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김영란법이 적용될 경우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사회 행태들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일상적으로 일어났던 음주와 골프 접대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는 부조금액 상한선에 따라 단순 식사제공이나 명절 선물도 불법행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술자리 약속이 줄어들고, 업무 외적으로 만남이 있더라도 각자 계산하는 경우가 많아 질 수밖에 없다.

형평성 논란, 위헌성 논란과 과잉입법의 우려를 딛고 김영란법이 연착륙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태그:#김영란법, #김영란, #금품수수, #청탁, #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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