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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막 끝나는 날, 또 한 꾸러미의 책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시대의 아픔에 동참을 촉구하는 책들을 보내왔습니다.
 설 연휴가 막 끝나는 날, 또 한 꾸러미의 책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시대의 아픔에 동참을 촉구하는 책들을 보내왔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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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9년 전입니다. 윤성중, 천선숙 부부와 초등학교생 아들 윤석진의 일가족과 대면했습니다.  남편은 서재를 살피고 책을 뽑아 읽는 것이 모티프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었고 밝은 성격의 부인은 아내와 대화를 즐겼습니다. 아들은 스포츠와 동물을 좋아하는 내 막내아들과 마음이 잘 맞았습니다.

모티프원의 게스트로 대면했던 이 첫 만남 이후, 지난 9년 동안 윤성중 선생님과 오랫동안 말을 섞어 본 적은 없지만 어쩐지 속에 든 얘기를 모두 나누어 가진 것처럼 아는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아내와 천선숙 사모님과의 관계가 그렇고, 막내 영대와 석진이의 관계가 또한 그렇습니다.

이런 가족과 가족의 이심전심 관계는 순전히 윤성중 선생님의 책 선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모티프원 첫 방문 후 윤 선생님은 우리 식구들의 특별한 사정에 맞춰서 책을 선별해서 몇 권씩 보내왔습니다. 때로는 사람이 못가는 대신 책을 게스트로 보낸다며 숙박비만큼의 책을 사서 보내기도 했습니다. 책과 함께 전해지는 윤 선생님의 편지가 왜 그 책이 선택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뭉근히 드러냅니다.

수십 차례 한 박스씩 보내온 책들과 편지들만으로도 윤 선생님이 세상을 대하는 기준과 사유의 질서가 읽혔습니다. 다른 사람도 건강한 가치를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방 하나의 책상에 그 책과 편지들을 모아두고 '윤성중 문고'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새 책을 몇 권씩 묶음으로 보내는 일은 경제적으로도 부담을 감수하는 일이므로 윤 선생님으로부터 책을 받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제 마음 빚이 점점 늘어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2
다시 책을 받았습니다. 봄소식보다 앞서 온 책 꾸러미를 풀면서도 윤 선생님의 부담에 자꾸 마음이 쓰였습니다. 책갈피에 꽂힌 윤 선생님의 편지를 읽으면서 나의 이런 내심을 들킨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봉급생활자인 윤성중선생님은 19년 전 첫 월급봉투를 받으면서 결심한 정기후원을 매년 한 명씩 늘려서 올해 20번째 후원회원을 맞게 되었습니다. 윤선생은 주말, 동네 청소년들을 모아 역사 강독을 펼치는 재능기부도 겸하고 있습니다.
 봉급생활자인 윤성중선생님은 19년 전 첫 월급봉투를 받으면서 결심한 정기후원을 매년 한 명씩 늘려서 올해 20번째 후원회원을 맞게 되었습니다. 윤선생은 주말, 동네 청소년들을 모아 역사 강독을 펼치는 재능기부도 겸하고 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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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윤성중입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19년 전 첫 돈을 벌며 매년 기부기관을 늘려가자는 약속을 스스로 하였습니다. 당시엔 이런 생각이죠.

'정기후원 한 달 회비는 만 원. 일 년에 12만 원이면 되는구나. 연봉은 그 이상 오르니 가능하겠구나!'

그렇게 시작되어 올해 20번째 후원회원 가입예정입니다. 모티프원은 어느 해인가 저 스스로 회원으로 가입하였고 그런 이유로 책을 꾸준히 보냈습니다.

기부는 불쌍한 사람 적선이 아니라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행위에 참여하는 것이기에, 모티프원에 책 보내는 행위는 제 약속의 조건에 충분하였습니다.

어쩌면 선생님께서는 이미 아시고 문고를 만들어 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정년퇴직 후엔 하나씩 후원기관을 줄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모티프원이 그 마지막이길 바랍니다."

사람을 긍정적으로 변하게 할 수 있는 책의 힘은 콘텐츠 자체의 가치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선택하는 사람의 행위 자체가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윤 선생님의 한결같은 9년의 실천이 말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기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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