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챔피언의 시즌 첫 골이 멀리 중국에서 터졌다. 지난 2월 24일 가시와 레이솔(일본)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치른 시즌 첫 경기는 득점 없이 비겼다. 이 바람에 전북의 특산품 '닥공(닥치고 공격)'의 예열이 모자란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팬들도 있었다. 그러나 전북은 중국 원정 경기에서 멋진 골들을 터뜨리며 이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 모터스(한국)가 한국 시각으로 3일 오후 4시 30분, 중국 지난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벌어진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E조 산둥 루넝 FC(중국)와의 원정 경기를 펼쳤다. 이 경기에서 전북은 골잡이 에두와 공격형 미드필더 한교원의 결정적인 활약에 힘입어 4-1로 완승을 거두고 시즌 첫 승리를 장식했다.

K리거로 돌아온 에두, '클래스는 영원하다'

일주일 전에 전주성에 찾아온 홈팬들은 실망감을 좀처럼 감출 수 없었다. 일본 J리그 전통의 강팀 가시와 레이솔을 우습게 본 것은 아니지만,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어내고도 골로 결정짓지 못한 전북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것이다.

두바이 전지 훈련을 마치며 허벅지 근육을 다친 라이언킹 이동국의 빈자리까지 느껴져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06년에 이어 다시 아시아 최고의 클럽 자리로 돌아가고자 하는 전북 선수들의 득점 갈망은 남달랐다. 전북 특유의 공격이 멋지게 터져 나온 것이다.

경기 시작 21분 만에 역습 기회를 잡은 전북은 골잡이 에두의 놀라운 선취골에 활짝 웃었다. 중앙선 부근에서 공을 잡고 드리블한 에두는 동료 미드필더 에닝요가 측면으로 빠져나가며 더 넓은 공간을 만들어주자 과감하게 왼발 찍어차기 슛을 시도했다. 에두의 왼쪽 발등을 떠난 공은 안방 문지기 왕 달레이의 키를 넘어 기막히게 골문 안에 떨어졌다.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클래스'가 느껴지는 멋진 골이었다.

에두는 이 활약도 모자라 전반 종료 직전에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 한교원에게 기막힌 찔러주기로 추가골 기회를 열어주었다. 비록 한교원의 드리블과 슛이 매끄럽게 마무리되지 않아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K리그 클래식 챔피언 전북에 '에두 효과'가 드디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입증하는 장면이었다.

이재성의 그림 같은 발리슛 슈퍼 골

전북 선수들은 산둥 루넝의 미드필더 양 쉬에게 동점골(61분)을 얻어맞고 약간 당황했지만 10분 만에 결승골을 뽑아내며 본격적인 '닥공'을 중국 현지에서 펼치기 시작했다.

최강희 감독이 후반전에 바꿔 들여보낸 선수 중에서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레오나르도가 가장 돋보였다. 71분, 레오나르도부터 시작한 왼쪽 측면 공격이 에두와 이재성을 거쳐 한교원까지 이어졌다. 한교원의 침착한 오른발 밀어넣기는 전북 팬들을 위한 서비스였다.

그리고 4분 뒤,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하게 할 만한 '슈퍼 골'이 터졌다. 레오나르도가 차 올린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산둥 루넝의 문지기 왕 달레이가 쳐낸 공을 전북 미드필더 이재성이 잡지도 않고 오른발 발리슛으로 이어받은 것이다. 골문으로부터 약 17미터 지점에서 뻗어 나온 이재성의 슛은 아무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기막힌 슛이었다.

이렇게 내리 두 골을 얻어맞고 흔들린 산둥 루넝 선수들은 동점골의 주인공 양 쉬의 부끄러운 행동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79분에 얻은 왼쪽 측면 프리킥 기회에서, 몬티요의 띄워주기를 받은 양 쉬가 고의적인 핸드볼 반칙을 저질러 두 번째 경고를 받아 쫓겨난 것이다. 배구 선수처럼 솟구쳐 올라 왼손바닥으로 축구공을 후려쳤다.

이미 플레이 메이커 디에고 타르델리를 57분에 무릎 부상으로 잃은 산둥 루넝이었다. 이들은 결국 자멸의 길을 걸은 셈이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에는 전북의 교체 선수 레오나르도에게 쐐기 골까지 얻어맞고 말았다. 최철순의 오른쪽 띄워주기가 반대쪽으로 흐를 때까지, 레오나르도를 막는 수비수는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멋진 승리를 거둔 전북 선수들은 오는 7일 토요일 오후 3시, 전주성에서 벌어지는 성남 FC와의 K리그 클래식 개막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서둘러 돌아올 예정이다. 그들의 챔피언스리그 E조 다음 일정은 오는 17일 오후 7시 전주성에서 벌어지는 빈 두엉(베트남)과의 홈경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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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AFC 챔피언스리그 E조 결과(3일 오후 4시 20분, 지난 올림픽 스포츠센터)

★ 산둥 루넝 FC 1-4 전북 현대 모터스 [득점 : 양 쉬(61분,도움-장 웬자오) / 에두(21분), 한교원(71분,도움-이재성), 이재성(75분), 레오나르도(90+3분,도움-최철순)]

◎ 전북 현대 선수들
FW : 에두
AMF : 에닝요(64분↔레오나르도), 이재성, 한교원
DMF : 이호(77분↔정훈), 문상윤(64분↔최보경)
DF : 이재명, 김기희, 김형일, 최철순
GK : 권순태

◇ E조 중간 순위
전북 현대(한국) 4점 1승 1무 4득점 1실점 +3
산둥 루넝(중국) 3점 1승 1패 4득점 6실점 -2
가시와 레이솔(일본) 1점 1무 0득점 0실점
빈 두엉(베트남) 0점 1패 2득점 3실점 -1
축구 전북 현대 챔피언스리그 산둥 루넝 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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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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