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에는 해당 영화, 드라마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백 투 더 비기닝> 30년도 넘은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계보를 잇기는 하나 심하게 흔들리는 셀프 카메라는 메시지와 관객마저 흔들리게 한다.

▲ 영화 <백 투 더 비기닝> 30년도 넘은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계보를 잇기는 하나 심하게 흔들리는 셀프 카메라는 메시지와 관객마저 흔들리게 한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영화 <백 투 더 비기닝>을 보면,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대뜸 마이클 J. 폭스가 출연했던 <백 투 더 퓨처>를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혹은 미래로 여행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제법 그럴듯하게 풀어가며 관객에게 시간 여행이라는 환상을 선물한 영화. 괴짜 물리학자와 옆집 꼬마가 벌이는 <백 투 더 퓨처>의 타임 슬립 계보는 <백 투 더 비기닝>이 이어받았다고 볼 수 있다.

10대 천재 학생이 아버지가 남겨 놓은 설계도를 바탕으로 친구들과 타임머신을 만들고, 누구나 상상할 듯한 시간 여행의 긴장과 즐거움을 누린다. 특히 과거의 하찮은 실수라든지 시험 성적을 만회하려는 노력은 충분히 10대들의 가상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이제 막 사랑에 눈 뜨기 시작한 데이비드와 제시의 연애도 중반부터는 스토리의 큰 축을 담당한다.

타임 슬립 영화의 단골 도구는?

시간 여행이라는 이론을 놓고 상상해 보는 것은 장밋빛 인생 그 자체다. 아마도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복권이나 주식 매매를 통해 벼락 부자가 되거나 혹은 이성을 유혹해 순간의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고,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지 않도록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채워질 거다.

<백 투 더 비기닝>의 개성 넘치는 5명의 10대들도 마찬가지다. 복권을 사서 당첨금을 수령하고 그 돈으로 전교생에게 음식을 선물한다든지,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할 수도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여자 아이의 마음에 들기 위해 시간여행을 반복할 수도 있고.

그러나 역시 문제는 여기에 있다. 과거의 어느 한 부분을 바꿔놓고 현재로 돌아왔을 때, 그 현재는 시간 여행을 하기 전의 현재가 아니다. 바뀐 과거는 하나의 현재를 존재하게 하는 시간 축에 변화를 주는 새로운 역사의 시작점이다. 마치 영화에서처럼 친한 친구가 죽거나 건물에 불이 나고, 비행기가 추락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마치 영화 <나비효과>처럼 한 번 바뀐 과거가 현재를 바꾸어 놓고, 이것을 바로 잡으려 과거로 돌아가 원 상태로 복구하지만 이번엔 또 다른 낯선 상황이 발생하며 뒤죽박죽 엉켜버린 현실과 닮았다.

그러나 <백 투 더 비기닝>은 참 착한 영화다. 중심 인물인 데이비드는 과거를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닫고 타임머신이 발명되기 전의 현실로 돌려놓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모든 기록을 없앤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의 현실로 돌아온다.

영화 <백 투 더 비기닝> 시간 여행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 영화 <백 투 더 비기닝> 시간 여행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 롯데 엔터테인먼트


기타 타임 슬립 영화와의 비교

재미있는 것은, 키아누 리브스의 10대 시절을 볼 수 있는 <엑설런트 어드벤처>라는 영화가 극 중 TV에 잠깐 등장한다는 것이다. <엑설런트 어드벤처> 역시 타임 슬립 영화다. 극 중 키아누 리브스는 친구와 함께 우연한 사건으로 과거 여행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소크라테스, 베토벤, 프로이트, 링컨 등을 현실로 데려와 학교 강당에서 그들의 강연을 개최하고, 역사수업 과제물을 완벽하게 수행한다는 이야기다.

몇 년 전 스필버그가 제작한 <타임머신>이라는 영화와도 일부 맥락이 맞닿는다. 시간 여행 장치를 통해 과거를 바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막고자 했지만, 조금씩 시간의 틈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물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인류 문명이 거의 멸종 수준에 이른다.

<어바웃 타임>은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 '모태 솔로'였던 남자 주인공은 시간 여행 능력을 여자 친구를 사귀기 위해 사용한다. 인류의 미래나 막대한 부를 축적하거나 권력과는 거리가 멀다. 단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 사용한다. 그러나 막판으로 갈수록 아버지와의 관계로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힌다.

전체 프레임은 <백 투 더 퓨처>의 모방으로 이어지지만, <엑설런트 어드벤처>가 보여주었던 통통 튀는 펑키음악과 같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터미네이터>의 인류를 위한 희생 정신은 보이지 않는다.

흔들리는 카메라, 조금만 배려해줬으면...

영화는 <블레어 윗치>나 <파라노멀 시리즈>에서 보여준 셀프 카메라 기법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셀프 카메라이니만큼 흔들림이 많고 지나치게 장면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시력도 안 좋은데 자막 읽으랴, 화면에 집중하랴 쉽지가 않았다. 10대들의 불안정하고 끓어 넘치는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이런 기법을 사용했을까? 그래도 필요 분량을 쪼개어 카메라 촬영 방식을 조절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게다가 주인공과 친구들의 모든 일상이 셀프 카메라에 담겨 관객에게 선보인다. 이 방식이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훌륭한 도구이긴 하나 필요 이상의 장면은 스크린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제시'는 자신이 '데이비드'에게 화내는 장면조차 카메라로 찍어내는 것에 대해 불평을 털어 놓는다.

그럼 시종일관 아이들의 모든 일상을 담는 카메라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집안과 밖, 골목길, 학교, 직장, 주차장 등에 설치돼 있는 폐쇄 회로는 셀프 카메라 못지 않게 우리의 모든 삶을 담고 있다.

시간 여행 장치를 발명할 정도의 과학 문명이 발달했지만, 우리는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항상 감시 당하고 시시각각 촬영받는 피사체다. 여기서 우리는 의도적이지 않게 관음증 환자가 되어 버리는 한편, 다른 이들에게도 몰래 보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셈이다. 감독의 의도였을까? 지나칠 정도로 셀프 카메라에 의존하는 연출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몰래보기에 동참하라는 의미였지 않았나 싶다.

<백 투 더 비기닝>에 나오는 셀프 카메라 영상은 배경 음악으로 깔려있는 록과 신나는 힙합과 어울려 잘 짜맞춘 뮤직비디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정지된 카메라 워크와 셀프 카메라 기법의 적절한 조화를 이뤄 편집했다면 관객에게 더 친절한 영상미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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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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