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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위 네코 패밀리들이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발라지 레스토랑 사장 부부와 요리사,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네팔이주노동자문학회 작가들(사진 오른쪽 아래)과도 함께였다.
▲ 네코 패밀리들이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사진 왼쪽 위 네코 패밀리들이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발라지 레스토랑 사장 부부와 요리사,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네팔이주노동자문학회 작가들(사진 오른쪽 아래)과도 함께였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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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멀리 여행을 떠났다. 삼일절 아침 퇴근길이었다. 1주일 전 기차표를 예매하고 아내의 길잡이 노릇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날부터 아침 식사도 하지 못하고 떠나는 기차 여행 중 먹을 음식도 준비했다.

이번 모임은 멀리 창원, 대구, 신탄진 등에서 한국인과 결혼해서 살고 있는 네팔인 아내들이 만나기로 한 것이었다. 남편들도 함께 참석한다고 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참여 의사를 밝힌 부부들도 있다고 했다. 나는 만남이 정해진 날부터 마치 소풍이라도 떠나는 것처럼 만남을 기대했다. 사람은 그런가 보다. 날이면 날마다 카톡, 페이스북, 통화도 하면서도 직접 만나 얼굴을 보고 손잡고 이야기하기를 기대하는가 보다.

아내가 한국에 온 지 2년 5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대구는 처음이다. 출발 날짜가 삼일절이기도 해서 아내가 왜 태극기가 여기저기 많이 걸렸는지 물었다.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기차 안에서 삼일절과 동아시아 역사 상식들을 아내에게 설명해주었다. 격일 근무를 마친 후라 잠시라도 기차 안에서 잠을 청하겠다는 계획은 무산됐지만, 그래도 아내에게 우리의 역사 일부라도 소개해 줄 수 있는 특별한 기차 여행이 되어 유익했다.

3시간이 지나 대구역에 도착했다. 일행 중 신탄진과 창원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대구역 건너편 동성로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함께 만나 네팔의 오컬둥가 향우회 대표가 운영하는 발라지 인도·네팔레스토랑을 찾았다. 잠시 후 대구에서 합류한 부부가 도착했다. 애당초 일곱 쌍의 부부가 만나기로 했으나 이날은 세 쌍의 부부와 한 사람의 여성이 참여했다.

'네·코' 가족들의 만남
사진 위는 서울에 행사장에서 만난 적이 있는 네팔이주노동자들이고, 사진 아래 왼편에는 네팔에서 내게 한국어를 배운 학생이 고령에서 찾아와 주었다. 가운데 레스토랑 사장이다.
▲ 네팔에서 내게 한국어를 배운 학생이 고령에서 찾아와 사진 위는 서울에 행사장에서 만난 적이 있는 네팔이주노동자들이고, 사진 아래 왼편에는 네팔에서 내게 한국어를 배운 학생이 고령에서 찾아와 주었다. 가운데 레스토랑 사장이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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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음식이다. 지금은 어느 도시를 찾아도 낯설지 않은 음식이다. 네팔 만두(모모)와 네팔 전통음식 달밧은 우리네 김치찌게나 된장찌게처럼 기본 메뉴이다.
▲ 네팔음식이다. 네팔음식이다. 지금은 어느 도시를 찾아도 낯설지 않은 음식이다. 네팔 만두(모모)와 네팔 전통음식 달밧은 우리네 김치찌게나 된장찌게처럼 기본 메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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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 개월 전부터 월 만원을 각자 회비로 모은 다음 나중에 한국에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나 네팔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함께 돕자는 취지로 뜻을 모았다. 큰 도움이 되진 못해도 작은 정성이라도 함께 하자는 것이 '네·코 패밀리' 회원들의 마음이다. 수원에서 대구까지, 창원에서 대구까지, 또 신탄진에서 대구까지 모두 먼 거리에서 달려왔다. 그 자리에는 많은 지인이 함께 하고 있었다. 멀리 고령에서 과거 네팔에서 내게 한국어를 배운 학생이 소식을 듣고 찾아왔고, 설날에 쉼터를 찾았던 네팔 작가 쁘라가티 라이 씨도 이곳을 찾았다.

또 네팔 이주 노동자 문학회 회원이던 두 명의 여성이 얼마 전 5년간의 이주 노동을 마치고 네팔로 귀국했는데 고용주의 초청으로 다시 한국에 온 지 3개월이 됐다며 레스토랑을 찾아왔다.  모두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미 네팔인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의 많은 중소 도시에 자리를 잡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관역 앞에 삼일절날에 맞게 수많은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었다. 기념삼아 아내에게 사진을 선물했다. 초면과 다름없는 아내의 조카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과 기념촬영도 했다.
▲ 아내의 조카 가족이 운영하는 왜관역 앞 작은 식당 왜관역 앞에 삼일절날에 맞게 수많은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었다. 기념삼아 아내에게 사진을 선물했다. 초면과 다름없는 아내의 조카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과 기념촬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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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낮 12시에 시작된 만남이 끝난 오후 4시 이후 다시 왜관을 찾았다. 벌써 20년 전 한국에 와서 살고 있던 아내의 작은 할아버지 손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계속 모르고 지내다 지난번 오컬둥가 향우회가 조직되는 날 첫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 부부에게는 조카가 된다. 바부 람 구릉은 이미 네팔 여성과 결혼해 두 아들을 두고 있었다. 둘은 직장을 다니는데 휴일에는 작은 쉼터와 같은 구실을 하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왜관에서 일하고 있는 네팔인들이 저녁 시간에 일이 끝나면 모여드는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낯선 곳에서 튼튼한 자리를 틀고 사는 조카 부부가 참 대견스러워 보였다. 조카 며느리와 아이들과는 첫 대면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네팔 동화를 선물하고, 가게에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사 들고 찾았다. 이제 아내가 전보다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내 마음이 더욱 편안해진다. 종일 지친 여행은 자정을 넘겨 집에 도착하면서 끝났다. 하지만 지친 마음보다 행복한 마음이 더하다.


태그:#네,코 패밀리(네팔인과 한국인 결혼 부부), #네코 패밀리 가족모임 결성, #대구 동성로 발라지 네팔레스토랑, #쁘라가띠 라이, 바부람 라이, #네팔노동자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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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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