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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시티센터에 있는 아보카 종합매장
 더블린 시티센터에 있는 아보카 종합매장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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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를 여행하면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는 푸른 잔디밭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의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일랜드는 양의 수가 전체 인구 수보다 더 많은 나라다.

기념품 가게를 가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양을 캐릭터로 만든 각종 상품일 만큼 아일랜드에서는 사람보다 양떼들의 모습을 도로의 자동차만큼 흔하게 볼 수 있다. 참 재미있지 않은가? 사람보다 동물이 더 많은 나라라는 것이! 그런 면에서 양모를 이용해 제조 산업을 시작한 아보카 핸드위버스(AVOCA Handweaves, 아래 아보카)는 아일랜드를 대표할 수 있는 가장 '아일랜드스러운' 회사가 아닐까 생각된다.

시골의 한 직물 공장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

아보카 종합매장은 1723년부터 시작되었다.
 아보카 종합매장은 1723년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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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의 시작은 18세기 위클로 지역(County Wicklow)의 작은 아보카 마을(Village Avoca) 직물 공장에서 시작됐다. 그 당시에는 농부들이 양을 직접 기른 후 털을 깎고 그 털로 실을 짜고 옷감을 짜는 식으로 하는 가내 수공업이 대부분이었다.

그때의 직물들은 주로 트위드(간간이 다른 색깔의 올이 섞여 있는 두꺼운 모직 천)나 담요를 만드는 데 사용됐고, 대부분 양털의 천연색을 그대로 사용했다. 직물 사업은 조금씩 발전을 거듭했다.

초기 아보카를 운영하던 위니스가(Wynnes Family) 자매들은 단순한 양모의 천연 색상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추출한 강렬한 색상들(빨강, 초록, 노란색)을 적용해 직물 산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후 파리의 디자이너를 포함한 영국의 조지 6세(King George VI), 엘리자베스 여왕 2세(Queen Elizabeth II)의 자녀에까지 애용되면서 유명세도 함께 치르게 됐다.

아보카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 당시, 직물 제조업은 사양길을 걸었고 아보카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도날드 & 힐러리 프래트 부부(Donald & Hilary Pratt)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회사를 인수한다. 그들은 수직 제조 공법 러그와 담요(handwoven lug and throws)를 도입해 영국을 비롯한 각 나라에 수출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은 죽어가던 아보카를 지금의 아보카 회사로 성장시켰다. 수직 공법으로 만든 담요는 아보카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전통을 계승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아보카는 '한때 유명했던 회사'로 남았을 것이다. 물론 아이리시들은 현재의 아보카 상품을 만나지 못했을 테고.

프래트 부부의 끊임없는 노력과 희생 덕분에 아보카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직물 회사로서의 명성을 지속할 수 있었다. 투철한 장인 정신으로 단단하게 계승돼 온 가족 사업이 아보카를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켰다고 할 수 있다.

매장 안에는 아보카 브랜드의 대표적인 상품인 다양항 색상의 담요들이 계단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매장 안에는 아보카 브랜드의 대표적인 상품인 다양항 색상의 담요들이 계단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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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용품을 판매하는 종합 판매 매장으로

기본적인 직물로 시작한 아보카 매장은 현재는 다양한 종합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홈메이드 음식에서부터 주방 용품, 가정 용품, 의료에 이르기까지 아이리시들이 좋아하는 모든 품목을 다 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 백화점보다 이곳에 가는 것이 아이리시들의 일상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아보카 회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크게 아보카 스토어, 아보카 푸드&카페, 아보카 가든으로 나눌 수 있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아보카 스토어] 아보카 스토어가 추구하는 콘셉트는 독특함 속에 다양한 색채와 좋은 품질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아보카의 디자인은 해가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디자인은 유행을 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패션 업계의 논리와는 다소 상충돼 보이지만 질 좋은 상품을 제공한다는 그들의 정신과 알록달록하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은 화려한 색상이 아보카 회사의 성공의 비결이자, 아이리시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

그만큼 아보카는 아이리시들의 삶과 문화 속에 깊이 뿌리 박힌 브랜드다. 아보카 매장은 아일랜드 전역에 걸쳐 총 11개의 단독 매장을 가지고 있다. 각 매장은 지역의 특성에 따라 상품의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

아보카 스토어의 의류 코너
 아보카 스토어의 의류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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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 푸드&카페] 초기 아보카가 직물 관련 상품으로 이름을 알리고 사업을 확장했다면, 현재는 음식 사업을 통해 회사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초기에는 홈메이드 잼과 처트니(chutney, 과일, 설탕, 향신료와 식초로 만드는 걸쭉한 소스로 고기나 치즈와 함께 먹음)로 소규모의 음식 사업을 시작하다가 현재는 다양한 홈메이드 제품들(마멀레이드(오렌지, 레몬 등으로 만든 잼), 처트니, 오일, 드레싱, 베이커리)과 아보카 단독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1997년부터 시작된 아보카 레스토랑은 신선한 재료, 아보카가 가진 다채로운 디자인 색상을 토대로 새롭고 실험적인 음식들을 많이 선보인 결과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아보카 푸드 매장에서 출간한 요리책(Avoca Café Cookbooks)들은 믿고 보는 요리책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출간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아보카 푸드코너의 다양한 스프, 케잌, 및 잼류. 푸드코너에 가면 훨씬 다양한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아보카 푸드코너의 다양한 스프, 케잌, 및 잼류. 푸드코너에 가면 훨씬 다양한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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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 가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는 날씨 탓인지 아이리시들은 정원 꾸미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한 아이리시들의 특성을 반영한 것일까? 최근 문을 연 아보카 회사는 도심이 아닌 외곽, 더블린의 남쪽 지역과 위클로 지역(County Wicklow) 사이에 있는 유명한 정원에 매장을 오픈했다.

이곳은 단순히 아보카가 제품만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멋진 가드닝이 된 넓은 정원에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고객들은 실내의 매장을 구경하기도 하고, 야외 가든에서 간단한 티 타임을 즐기거나 식사를 하기도 한다. 아이리시 가든에서 즐기는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들... 생각만 해도 즐거워지지 않는가?

아일랜드의 유명 관광지만 여행하지 말고, 실제 아이리시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아보카 매장에서 눈과 입이 즐거워지는 경험을 해보는 것을 어떨까?

덧붙이는 글 | [AVOCA Handweaves]
Web: http://avoca.ie/home/

[아보카 더블린 시티 센터(Dublin City Centre Store) 정보]
주소 : Avoca, 11-13 Suffolk Street, Dublin 2, Ireland
문 여는 시간 :
월, 화, 수: 9:30 am – 6:00 pm
목, 금: 9:30 am – 7:00 pm
토: 9:30 am – 6:00 pm
일: 11:00 am – 6:00 pm

한가지 팁: 아보카는 지점마다 개장 시간과 폐장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그 지역의 정보를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아보카 카페는 숍보다 1시간 일찍 문 닫는다.



태그:#아일랜드, #더블린, #아보카매장, #더블린디자인, #아보카종합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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