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12월 23일 미디어협동조합-국민TV(아래 국민TV)의 노종면 방송제작국장 겸 앵커가 돌연 사직 의사를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TV 측은 곧바로 그의 사직을 반려했지만, 노 앵커가 사의를 굽히지 않아 지난 1월 4일 이사회를 열어 사표를 수리했다.

3일, 국민TV가 창립 2주년을 맞이해 그동안의 성과와 아쉬움 그리고 노 앵커 사퇴에 따른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월 26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국민카페에서 서영석 국민TV 이사장을 만났다. 다음은 서 이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재정 상황, 어려운 건 사실"

서영석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이사장
 서영석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이사장
ⓒ 이영광

관련사진보기


- 국민TV가 2주년을 맞이하는데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논의를 2012년 12월 말에 시작해서 2013년 3월 3일에 창립 총회를 했죠. 오는 3월 7일이면 세 번째 대의원 총회를 엽니다.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게, 쉬운 환경에서 많은 자본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늘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어 왔어요. 다른 것보다 TV 뉴스를 한다는 것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일인데 적은 돈으로 운영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3만 명 가까운 조합원의 지지 속에서 그분들이 매월 내는 조합비를 가지고 새로운 언론으로서 여기까지 왔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 2년간의 성과를 말씀해 주신다면?
"성과라면 역시 대안 언론으로서는 전무후무하게 데일리 TV 뉴스를 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갖췄다는 것이죠. 그런데 사실 국민TV의 경쟁자는 저희처럼 자본이 없는 곳이 아닙니다. 결국은 지상파나 종편의 뉴스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형태죠. 그러다 보니 콘텐츠 확대에 대한 요구를 많이 받아 왔고, 실제 그렇게 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올해 들어 방송 발전과 프로그램 확대를 위한 TF를 구성하고, 수차례 논의를 거쳐 어느 정도 방안을 확정하고 4월 1일부터 바뀐 포맷으로 방송할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과연 저희에게 주어진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했느냐에 대해 늘 아쉽죠. 조합원이 2만 8700명 정도 되고, 출자금 누계가 45억 원 가까이 됩니다. 그리고 매월 조합비를 내시는 분들도 선납하신 분들까지 포함하면 만 5천 명 가까이 되거든요.

물론 월 조합비는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늘었기 때문에 그분들의 조합비가 저희 재정의 모든 것을 차지하진 않았지만, 그 이전까지만 놓고 보면 결국 출자금을 투자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는 건데... 과연 저희가 그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냐에 반성이 된다는 것이죠.

가령 스튜디오에 10억 원 이상을 투자했는데 1년 동안 '뉴스K' 제작 외엔 다른 일로 이용하지 않았죠. 물론 여러 프로그램을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면 되지만, 그럴 제작 역량이 없는 상태에서 저희에겐 10억 원이란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 스튜디오를 만든 게 훌륭한 판단이었느냐는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물론 그때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뉴스K'도 나올 수 없었을 것이란 점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생각은 들지만요."

- 재정 상태는 어떤가요?
"매달 2억 원 정도의 규모지만, 월 조합비는 거기에 훨씬 못 미치죠. 만 5천 명이 낸다고는 하지만 그 중 3천 명 정도는 이미 선납해서 1년 치를 납부해 (재정으로) 썼죠. 매월 1억 2천만 원 정도가 들어온다고 보면, 단순 산술해봐도 8천만 원 정도 부족하고, 광고와 카페 매출을 감안해도 최소 5천만 원은 매월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와요. 그동안은 부족분을 출자금으로 메워 왔지만, 지금은 조합원 증가폭도 많이 떨어져 재정이 어려운 건 사실이죠.

궁극적으로는 월 조합비를 내는 숫자가 늘어나야 해소될 수 있는 문제인데 지금 한 달 평균 600~700명 정도 늘고 있어서... 5천 명을 늘리려면 7~8개월 정도 걸린다는 말이잖아요. 그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그걸 위해 여러 묘안을 짜고 있죠. 다행히 매달 600~700명 정도 월 조합비를 납부하는 조합원의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 정도엔 안정될 것으로 봅니다."

- 국민TV의 생존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던데.
"국민TV 생존 가능성을 점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산술이 아닙니다. 의문을 가지고 말고 할 게 전혀 없어요. 국민TV는 조합원이 내는 월 조합비로 만드는 방송입니다. 인건비를 포함한 월 운영비가 조합원이 납부하는 월 조합비보다 많으면 망하는 거고,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면 안 망하고 가는 거예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얼핏 국민TV는 매달 적자여서 망해야 마땅한데 망하지 않고 지속됩니다. 그 이유는 45억 원의 조합원 출자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속성 여부는 월 조합비 납부 규모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만 명이 월 조합비를 납부하면 생존 가능성에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어요. 물론 그 상태에 머문다면 더 이상 발전은 어렵겠지만, 좋은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해 나간다면 지속적인 발전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국민TV 생존 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은 이런 원리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예요."

-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특정 정파의 매체가 아니냐'는 견해에 "국민TV를 음해하려는 것 같다"고 주장하셨어요.
"다른 사람이 국민TV를 특정 정파 매체로 보는 것에 대해 시비를 걸 수 없죠. 다른 사람의 관점이니까요. 외부에서 저희를 특정 정파 매체라고 하든 말든 신경 안 씁니다. 다만 저희가 특정 정파에 얽매여서 보도를 하느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스스로 돌아볼 대목이긴 하죠.

국민TV는 철저하게 방송 자율성이 보장되는 구조입니다. '뉴스K' 제작진에게 특정한 방향의 보도를 하라고 종용하거나 외압을 넣을 수 없는 구조라는 이야깁니다. 그런데도 특정 정파 매체라고 비난한다면 '뉴스K'를 제작하는 실무 인력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얘기인데, 그건 모독적인 거죠. 만약 이사장인 제가 새누리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야당에 우호적인 보도를 하라고 했다면 몰라도, 그런 개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허접한 조직 발언, 적절치 않았다"

국민TV
 국민TV
ⓒ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관련사진보기

- 지난해 노종면 국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민TV가 내홍을 겪은 것으로 아는데 정리가 됐나요?
"노 국장이 떠난 빈 자리는 말할 수 없이 크죠. 노 국장이 떠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았을 어려움도 겪고 있고, 무엇보다 외부의 따가운 시선들이 저희로서는 괴롭죠. 노 국장이 사람들과 다툼이 있어서 나간 것도 아니고... 국민TV가 가진 기본적 한계, 지금 당장 어마어마한 자본의 영입이 이뤄져 제작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없다는 한계와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결합돼 나간 것이라고 봅니다.

국민TV는 많은 세월이 흘러야 발전할 수 있는 매체지, 짧은 기간에 좋아질 수 없습니다.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대규모 자본이 들어올 수 없어요. 아마 (노 국장이) 그만둔 것도 결국 자기가 꿈꿨던 좋은 뉴스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현재 상태에서 실현되기 요원한 점들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고, 그런 점은 결국 저희의 불찰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미안하죠.

그렇지만 어떤 조직에서든 반드시, 꼭 있어야만 하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아무리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이 그 조직을 떠난다 하더라도... 남아 있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메우면서 '뉴스K'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4월 1일부터는 변신을 기해 필사의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립니다."

- 노 전 국장이 지난해 방송 평가 회의에서 "국민TV 임직원은 조합원으로부터 40억 원이 넘는 돈을 받았음에도 독자적인 앱 하나 개발하지 못한 허접한 조직"이라고 비판했는데.
"바로 그 허접한 조직의 방송제작국장이 노 국장 자신이었잖아요. 그 말을 할 당시 노 국장이 다른 곳에 있는 사람은 아니었잖아요. 사실 협동조합의 조직 원리상 100%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앱에 대한 요구가 있었을 때 바로 앱을 만들었다면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았겠지만, 그 앱 이야기가 단순히 앱 하나 만드는 것이 아닌, 다른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안 됐던 것뿐이고 그런 것들이 그날 석상에서 그런 형식의 말로 나와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봅니다.

다만 제가 얘기하고 싶은 건 그 조직의 방송제작국장이 누구였느냐는 것이죠. 당시 노 국장은 책임있는 자리에 있었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 이야긴 그냥 감정이 격앙돼 나온 이야기지, 큰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국민TV를 사랑하는 분들이나 미워하는 분들이 그 부분을 많이 얘기하시더라고요. 아마도 저희를 허접한 조직으로 말하고 싶었겠죠. 맞아요. 허접한 조직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지상파를 능가하는 방송이 됐겠죠. 그런 허접함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겁니다.

다만, 그날 노 국장의 발언은 적절하지 않았어요. 왜냐면 노 국장이 패널이었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 허접한 조직의 방송제작국장으로 전권을 행사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점에서 좀  아쉬움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 노 국장 사퇴로 내부 갈등설도 제기되던데.
"노 국장이 이메일로 그만두겠다는 말을 한 이후 얼굴 한 번 못 봤어요. 그래서 왜 그만뒀는지 정확한 이유는 사실 모릅니다. 다만 언론 보도와 그 당시를 회고해 보건대 자기 자신이 만드는 '뉴스K'란 콘텐츠에 어느 정도 한계도 보이고, 그렇다고 당장 지원은 불가능한 재정 상황이어서 온갖 고육지책으로 운영했겠죠.

노 국장은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재정 형편을 너무나 잘 압니다. 그러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매우 답답했을 거예요. '뉴스K'에 조금 더 투자하면 멋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데, 이미 짜낼 수 있는 최대한을 '뉴스K'에 퍼붓는 상황에서 더 이상이 불가능한... 이런 여러 제약이 너무 답답하고 거기에 좌절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뉴스 제작이란 측면에서 열악한 환경을 오랫동안 겪어봤던 저야 이 정도면 괜찮은 거라고 생각했지만, 노 국장에겐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라 추측합니다. 결국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원인으로 봐야지, 왜 (내부) 갈등설을 말하는지 묻고 싶어요."

사실 노종면 전 앵커 사직을 둘러싸고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회사 측 이야기만 듣고 전하는 게 부담스런 측면이 있었다. 이에 대해 노종면 전 앵커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한 바 있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을 만나게 될지, 어떤 말을 하게 될지 모르는 처지여서 미리 (인터뷰를) 약속하기는 어려울 듯하다"라며 거절해 아쉬움을 남겼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영석, #국민TV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