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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가 2013년 1월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 마이크 뿌리치는 국정원 직원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가 2013년 1월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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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이 거짓과 진실이 바뀐,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의 전형적인 사례가 될까 두렵다."

2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311호 법정에 선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옛 민주통합당) 의원의 첫 마디였다. 그는 이날부터 '피고인'이 됐다. 같은 당 강기정, 김현, 문병호 의원이 그의 옆자리에 있었다. 네 의원들의 혐의는 2012년 12월 12일 자정부터 13일 오전 11시까지 약 35시간 동안 국가정보원 직원 김하영씨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S오피스텔 607호에 '감금'했다는 것이었다(관련 기사 : 댓글녀 감금 야당 의원 정식재판 회부).

문제의 오피스텔은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의 시발점이 된 장소다. 2012년 12월 11일,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은 김하영씨가 오피스텔에서 불법선거운동을 했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제보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선관위 직원은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오피스텔 밖으로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들이 선관위에 김씨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동안 김씨는 오피스텔 현관문을 걸어 잠갔다. 이때부터 12월 13일 오전 11시쯤까지 김씨와 민주당 관계자들의 대치는 계속 됐다(관련 기사 : [역삼동 현장] 민주 "경찰, 압수영장 신청하겠다고 했다"... 의혹 당사자, 혐의 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 심리로 열린 2일 첫 공판에서 야당 의원들 항변은 무죄 주장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검찰의 기소 자체가 잘못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2012년 12월 S오피스텔에서 일어난 일의 본질은 국정원의 대선개입인데, 검찰이 '국정원 직원 감금사건'이란 또 다른 사건으로 덮으려한다는 얘기였다.

이종걸 의원이 입을 열자마자 '지록위마'란 고사성어를 언급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는 "'정치검찰'이 이 사건을 감금이냐 아니냐란 논쟁으로 끌고 간 것 자체가 성공이었다"며 "검찰의 권력과 힘을 이용해 진실의 숲을 덮고, 거짓의 나무만 보려고 한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강기정 의원도 진술서에서 "국가기관이 여론을 조작, 대선에 개입하려 한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당시 현장 보존이 중요했다"고 했다.

"김하영이 문 걸어 잠갔다"... 검찰은 '피해자'로 증인 신청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 인터넷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지난 2012년 12월 11일 오후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문을 열어 달라"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안에 있는 국정원 여직원이 문을 잠근 채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 경찰 협조 요청 거부하는 국정원 직원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 인터넷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지난 2012년 12월 11일 오후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문을 열어 달라"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안에 있는 국정원 여직원이 문을 잠근 채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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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호 의원 역시 "검찰의 기소는 적반하장·물타기·야당탄압"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김하영씨 등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처럼)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는 기소하지 않았고,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이란 게 밝혀져 정권의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을 우려해 야당 의원들을 기소했다"고 했다. "김하영씨는 증거인멸을 할 시간을 벌기 위해 (스스로) 문을 걸어 잠갔다, 당시 공권력(경찰, 선관위 직원 등)도 현장에 있었다"며 자신들의 결백함도 강조했다.

김현 의원은 김하영씨뿐 아니라 선관위와 경찰의 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김씨가 증거를 제대로, 제때 보여줬다면 이렇게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재판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관위가 제대로 불법선거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경찰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참으로 착잡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다"며 진술 중간 중간 울먹이기도 했다.

변호인도 검찰의 기소가 적절했는지를 의문스러워했다. 이광철 변호사는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의 단서를 발견했던 이 사건 기소는 (원세훈 전 원장 등을 기소한) 검찰 스스로에게 모순"이라며 "피고인들에게 오히려 상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또 "김하영씨는 좁은 오피스텔에 감금돼 있던 게 아니라 상부와 긴밀히 연락하며 대선 개입의 흔적을 열심히 지웠다"며 감금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의원들의 혐의를 입증하겠다며 '피해자' 김하영씨와 그 가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2012년 12월 11~13일 상황이 담긴 동영상의 증거조사를 먼저 실시한 다음 김씨와 그의 부모, 오빠를 부르기로 했다. 검찰은 또 당시 현장에 출동한 선관위 직원과 경찰관, 국정원 관계자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변호인 쪽에서도 이때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던 권은희 의원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국정원 직원 감금사건'의 2차 공판은 3월 2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태그:#국정원 대선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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