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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적 개념이 덜 정립돼 있는 아이들에게, 어떤 단어가 갖는 의미를 사전적 의미로만 설명하는 건 공감을 얻지 못합니다. 학습적인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라 생각됩니다. '자비'는 '크게 사랑하고 가엽게 여기는 것'이고, '용기'는 '굳세고 씩씩한 기운'이라는 식으로 아이들에게 '자비'와 '용기' 라는 식으로 설명해 주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비나 용기가 무엇인지를 아직 모르는 아이에게 이런 식으로 들려주는 설명은 어렵고 지루하기만 한 단어 공부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말을 잘 듣는 아이라면 '자비'는 '크게 사랑하고 가엽게 여기는 것'이고, '용기'는 '굳세고 씩씩한 기운'이라는 뜻이라는 걸 받아쓰기를 하듯 외우려 노력할 것입니다. 이런 식의 설명이라면 기대하는 것만큼 효과적이지 못한 설명(책 읽기)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어떤 상황을 이야기에 담아서 이런 게 자비고, 저런 게 용기라는 걸 설명해 준다면 어떨까요. 사전적 의미뿐만이 아니라 어떤 생활이나 행동에서 찾을 수 있는 의미까지도 충분히 어림하며 진지하게 깨우치게 될 것입니다.

심청이 이야기를 들으며 '효'가 무엇인가를 어림하고, 부러진 다리를 고쳐 주는 흥부에게 박 씨를 불어다 주는 제비 이야기를 통해 '보은'을 알게 되고, '의좋은 형제' 이야기를 들으며 형제간의 우애를 알아 가고, 이솝우화를 들으며 '지혜'라는 걸 익혔듯 말입니다.     

그림 이야기로 읽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

<마음을 비추는 거울> (팀 말닉 지음 / 캐티 그린 그림 / 김선희 옮김 / 담앤북스 펴냄 / 2015.02 / 1만3000원)
 <마음을 비추는 거울> (팀 말닉 지음 / 캐티 그린 그림 / 김선희 옮김 / 담앤북스 펴냄 / 2015.02 / 1만3000원)
ⓒ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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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추는 거울>은 지혜, 자비, 상상력, 용기, 감사하는 마음 등이 배경음악처럼 들리고, 밑그림으로 그려지는 그림 이야기입니다.

책에는 여섯 꼭지의 글이 담겨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괴물 이야기'에서는 '자비심'이 뭔가를 알게 됩니다. '자비'에 대한 사전적 설명 한 줄 없지만 그림을 보며 상상하고, 글로 읽으며 새기다 보면 어느새 자비심이 뭔가를 알게 됩니다.

'거장 화가' 이야기는 상상력을 키워주고, '늘 마음이 변하는 소녀 폴리' 이야기에서 내 알아차림의 지혜를 알게 됩니다. 다른 박쥐들과는 달리 무서운 훤한 낮에 도전하는 '박쥐 오스왈드' 이야기에서는 용기가 무엇이라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섯 번째 꼭지의 '바다에서 만나는 무지개다리 이야기'를 읽다보면 감사하는 마음이 가슴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될 것입니다.

사람의 몸을 튼튼하게 해 주는 방법은 운동과 영양제 등을 먹는 방법이 되겠지만, 마음을 건강하게 해 주는 방법은 건강한 마음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튼실하고 좋은 씨앗을 심어주고 가꿔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혜, 자비, 상상력, 용기, 감사하는 마음 등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행복을 맺어 줄 씨앗, 마음을 건강하게 해 줄 뿌리가 돼줄 게 분명합니다. 아이들이 어떤 음식을 잘 먹지 않을 때, 현명한 엄마는 억지로 먹이지 않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섭취시킵니다.

마찬가지로,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씨앗일지라도 억지로 약을 먹이듯 강조하기만 한다면 별다른 효과도 없을 뿐더러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을 겁니다.

김치를 잘 먹지 않는 아이에게 김치를 넣어 만든 퓨전요리를 마련해 주듯 마음을 건강하게 해줄 씨앗 또한 그림 이야기에 듬뿍 들어가 있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를 통해 읽다보면 지혜와 자비는 시나브로 새싹이 돼 움틔우고 있고, 상상력과 용기, 감사하는 마음은 어느새 웃자란 싹이 돼 있는 걸 느끼게 될 것입니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가고, 어릴 적 건강이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고 합니다. 어느 날 읽은 책 한권에서 지혜, 자비, 상상력, 용기, 감사하는 마음을 찾게 된다면 그런 책을 일독하는 기회야 말로 마음을 평생 건강하게 해줄 좋은 씨앗을 담고 있는 보물찾기가 아닐까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마음을 비추는 거울> (팀 말닉 지음 / 캐티 그린 그림 / 김선희 옮김 / 담앤북스 펴냄 / 2015.02 / 1만3000원)



마음을 비추는 거울 - 지혜.자비.용기.감사의 마음을 길러 주는 이야기

팀 말닉 지음, 캐티 그린 그림, 담앤북스(2015)


태그:#마음을 비추는 거울, #김선희,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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