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난쟁이들> 포스터

뮤지컬 <난쟁이들> 포스터 ⓒ ㈜PMC 프러덕션


동화 <백설공주>에서 난쟁이는 주인공 백설공주를 도와주는 마음씨 좋은 조력자이지 주인공은 아니다. 그런데 뮤지컬 <난쟁이들>에서는 동화와는 정반대로 백설공주보다 두드러지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난쟁이는 주인공이 되고 싶어서 꿈에 그리던 무도회를 찾아 나선다.

난쟁이 찰리는 마술사를 찾아가 사람들처럼 키가 커지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신데렐라가 무도회에서 왕자를 찾았던 것처럼, 찰리는 마법의 도움을 받아 공주의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까. 재치발랄 뮤지컬 <난쟁이들>을 연출하는 김동연 연출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왕자 만났지만, 또 다른 남자를 찾는 신데렐라?

 뮤지컬 <난쟁이들>을 연출하는 김동연 연출가.

뮤지컬 <난쟁이들>을 연출하는 김동연 연출가. ⓒ 김동연


- <난쟁이들>은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인어공주> 같은 동화를 고루고루 따왔다.
"난쟁이와 신데렐라, 백설공주와 인어공주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라푼젤과 엄지공주처럼 우리가 동화 속에서 보아온 캐릭터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백설공주는 공주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삶에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신데렐라는 왕자를 만났지만 그럼에도 계속 주목받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인어공주의 마지막은 다른 동화와는 달리 새드 엔딩이다. 다른 캐릭터들과는 달리 멍청할 정도로 순수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 극 중 신데렐라가 결혼했지만 다른 남자를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토록 동경해오던 왕자랑 막상 살아보니 계속 왕자로 느껴지지 않았다. 주인공으로 계속 남아있지 않으면 잊혀질 것이라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신데렐라는 새로운 왕자를 만나면 예전처럼 새로운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솔직한 거야, 모두 그렇잖아' 하고 주인공으로 주목받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 인어공주는 사랑의 배신을 당한다.
"인어공주는 손해 볼 줄 알면서도 사랑하는 인물이다. 동화에서 인어공주는 왕자를 구해주지만, 왕자는 인어공주가 아닌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사랑의 배신을 당한다. 앞으로는 쉽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지만 찰리에게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빼앗기는 인물이다."

- 백설공주는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백설공주는 원래 공주로 태어나,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운 공주님'이라고 떠받드는 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진짜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 극 중에서는 성적 불만에 가득 찬 인물로 나온다. '나를 만족시켜 주는 남자는 없어'라는 백설공주의 대사는 성적인 상황을 암시한다."

- <난쟁이들>은 제목만 보면 아동용 뮤지컬인데, 백설공주 캐릭터의 욕망을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의외로 '19금' 설정이 있어서 아동은 보지 못하는 '15금 관람' 뮤지컬이다. 백설공주는 밤에도 자신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남자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백설공주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남자는 의외로 왕자가 아닌 난쟁이였다. 그런 19금 설정은 그림자로 표현하지, 직설적으로 표현하진 않는다."

"욕망에 따라 행복 찾는 세태, 우회적으로 비판하려"

<난쟁이들> 김동연 연출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본다는 건 비극이다. 왕자를 만나 공주가 되고 싶어 하고, 돈이라도 써서 왕자의 모습을 갖추고 싶어 하는 등으로 욕망을 추구하고 싶어 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싶었다."

▲ <난쟁이들> 김동연 연출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본다는 건 비극이다. 왕자를 만나 공주가 되고 싶어 하고, 돈이라도 써서 왕자의 모습을 갖추고 싶어 하는 등으로 욕망을 추구하고 싶어 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싶었다." ⓒ 김동연


- <난쟁이들>에 등장하는 세 왕자는 어떤 인물인가.
"동화 <백설공주>나 <신데렐라>를 보면, 공주의 이름은 알아도 왕자의 이름을 아는 독자는 없다. 이웃나라 왕자로 등장하지, 이름 자체가 없다. 마지막에 등장해 공주를 구해주기는 해도 독자들에게 있어서는 알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왕자와 같은 구세주를 기다린다. 정확하게 이름도 없는 실체인 왕자에 대한 기대 심리가 있다. 왕자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만족하며 사는 이들을 왕자1, 2, 3으로 설정했다."

- 찰리는 동화 속 난쟁이를 대표하는 인물인가.
"찰리는 공주를 만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고 한다. 돈을 주고 마법을 사서 왕자처럼 키도 커지고 싶어 하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키스를 해서라도 동화 속 주인공이 되려고 하는 식으로 욕망이 강한 캐릭터다. 이런 욕망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인어공주를 만나 변화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 공주들 캐릭터를 보면 자신들이 이미 가진 것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듯해 보인다.
"맞다. 우리가 왜 타인의 시선에 따라 자신을 바라보아야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공주를 통해 보여준다. 다른 사람의 욕망에 따라 자신의 행복을 찾는 요즘 현 세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본다는 건 비극이다. 왕자를 만나 공주가 되고 싶어 하고, 돈이라도 써서 왕자의 모습을 갖추고 싶어 하는 등으로 욕망을 추구하고 싶어 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싶었다."

- <난쟁이들>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있다면.
"왕자 3명이 허세를 떨며 '끼리끼리'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백설공주와 난쟁이 빅이 만나서 부르는 노래도 재미있다. 난쟁이들이 부르는 노래에는 '현실에 안주해서 주는 빵이나 먹고 난쟁이로 살겠다'는 가사가 있다.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난쟁이들이 귀엽게 불러서 코믹하면서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난쟁이들 김동연 뮤지컬 신데렐라 인어공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