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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당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추모 집회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암살당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추모 집회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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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앞두고 암살당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를 추모하는 거리행진이 열렸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5만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넴초프의 사진과 피켓, 촛불, 꽃 등을 들고 나와 대규모 추모 행진을 펼쳤다.

시민들은 넴초프가 사망한 크렘린 인근 다리까지 행진하며 넴초프 암살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쳤다. 또 다른 대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넴초프가 주지사를 역임한 니즈니노브고로드 등에서도 추모 집회가 열렸다.

넴초프는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하루 앞둔 자정쯤, 크렘린 인근 다리를 건너다가 차량을 타고 가던 괴한이 쏜 총에 맞았다. 넴초프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차량은 얼마 후 버려진 채 발견됐다.

보리스 옐친 정권 시절 부총리를 지낸 넴초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정권을 잡자 야권 정치인으로 변신해 장기집권 반대, 부패수사 강화 등을 요구하며 푸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푸틴 지지층으로부터 숱한 암살 협박을 받았던 넴초프는 최근 러시아 정부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증명하는 결정적 단서를 폭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의문의 피격을 당했다.

우크라이나의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은 "우리는 불과 몇 주 전 양국 관계 증진을 위한 대화를 나눴다"며 "넴초프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증명해 푸틴 정권에 타격을 주려고 했지만 살인자가 이를 두려워해 그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반정부 인사 탄압' 의심받는 푸틴 정권

러시아 정부는 당초 추모 행진을 불허했다가 입장을 바꿔 허가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가 일어날 것을 대비해 정찰 헬기를 띄우고 병력을 투입하는 등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푸틴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넴초프의 죽음을 애도하며, 범인을 잡기 위해 특별 수사팀을 설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러시아 내무부는 넴초프 살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면 300만 루블(약 5만 달러)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러시아 야권은 푸틴 정권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넴초프의 정치적 동료인 일리야 야신은 "이것은 분명한 정치적 살인"이라며 "러시아 사회를 불관용으로 뒤덮은 푸틴 정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도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야만적인 살인 행위"라며 "즉각적인 범인 체포와 신속한 처벌"을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 정부가 투명하고 신속하게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방 언론은 그동안 푸틴이 극도의 통제 속에서 반정부 인사를 탄압하고 있다며 넴초프 암살 사건도 푸틴 정권과의 연관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푸틴 정권을 비판했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10년간 감옥에 수감됐다가 지난 2003년 사면 후, 영국으로 망명했다. 지난 2006년에는 영국에서 망명 중이던 전 러시아 정보요원 알렉산더 루트비넨코가 방사능 물질이 담긴 차를 마쳤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태그:#보리스 넴초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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