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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짝짝…."

지난 설날 K씨네. 자녀, 조카, 손자 등으로부터 절을 받은 뒤 어른들이 박수로 응답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어른들은 세배를 받을 때 맞절을 하듯 살짝 고개를 숙였는데, 올해는 50대 중반인 장남의 즉석 제안으로 박수로 화답한 것이다.

손자들은 20대 후반부터 4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있었지만 난생 처음 경험하는 세배 박수를 전혀 어색해하지 않았다. 박수를 친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설 세배 분위기에 생뚱맞기까지 한 박수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 것은 왜일까?

비밀은 아무래도 박수 소리에 있을 듯하다. 박수칠 때 나는 소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체로 유쾌한 음으로 받아들여졌다. 진화의 측면에서 해석하자면, 언제 어디서나 가장 간단하게 상대를 격려하고 축하하거나 칭찬의 뜻을 전달하는 방법이 박수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수년 전 영국 뉴캐슬대학은 인간이 좋아하는 소리와 싫어하는 소리를 연구해 발표한 적이 있다. 이때도 박수소리는 유쾌한 소리 최상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당시 조사에서, 아기 웃는 소리와 물이 흐르는 소리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 기분 좋은 소리의 특징은 인공 도구 등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울러 생리학적으로는 두뇌의 청각피질이라는 부위가 이들 소리에 집중적으로 반응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여자의 비명소리, 아가의 울음소리가 불편한 이유

영화 <스크림>의 한 장면.
 영화 <스크림>의 한 장면.

반면 불쾌한 소리는 거의 대부분이 인공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면 유리병 표면에 칼을 대고 긁을 때 나는 소리나 칠판과 분필의 파열음 같은 게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전기 드릴이 뭔가를 뚫을 때 나는 소리, 자전거 브레이크 음 등이 흔히 접하는 불쾌한 소리다.

요즘 들어 말썽이 많은 층간 소음도 인공 소음이다. 5000년 혹은 1만 년 전 석기시대 인류라면 경험할 수 없었던 부류의 소리가 바로 층간 소음이다. 층간 소음은 주파수가 낮지만 사람들이 불쾌하게 느끼는 여타 소리의 대부분은 음향학적으로 주파수 2000~5000헤르츠에 몰려 있는 게 특징이다.

불쾌한 소리들은 두뇌의 청각피질은 물론 소뇌 편도체를 자극하는 특성이 있다. 소뇌 편도체는 공포에 대한 학습이나 기억, 감정조절과 관련한 역할을 하는 부위이다. 바로 불쾌한 소리들은 이 두뇌 부위로부터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불쾌한 소리 가운데는 인공이 아닌 '자연 소리'도 있는데, 바로 여성들의 비명(혹은 절규)이나 어린아이들의 우는 소리였다. 여성들의 비명과 어린아이 울음은 불쾌한 주파수 대역인 2000~5000헤르츠에 속해 있다.

약자인 여성과 어린아이들이 공포스럽거나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 내는 소리는 일종의 '알람'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급한 상황이니 도와달라거나, 혹은 자신이 극도로 분노한 상태를 주변에 알리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구급차 등이 내는 경보음은 보통 불쾌한 주파수 대역의 소리로 설계되는데, 이는 2000~5000헤르츠 구역의 소리에 인간이 가장 민감한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1000헤르츠 이하의 음역은 소리가 나는 방향을 구별하기 쉬운 특성이 있고, 볼륨 차이는 3000헤르츠 이상이 돼야 구별이 쉽다는 것이다.

헌데 5000헤르츠 이상이 되면 소리가 어느 쪽에서 나는지 짐작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에 경보음은 이 주파수 대역 이상의 음은 사용하지 않는다. 무심코 듣는 게 소리인 것 같지만, 소리의 특질은 우리들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태그:#비명, #여자, #경보음, #층간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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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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