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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은 동해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그 때문에 바다를 통해 문명과 문화의 교류가 이루어졌다. 과거 한반도는 중국으로부터 문명을 받아들였고, 또 그것을 일본에 전해주었다. 그러므로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교류는 인류문명이 시작된 이래 계속되었을 것이다. 당시의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아 교류의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을 뿐이다. 그나마 교류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것은 일본의 <고사기>·<일본서기>·<삼국사기>·<삼국유사>같은 역사서를 통해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삼국유사> 제1권 기이(奇異)에 나오는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이야기다. 그곳에 보면, 동해바닷가에 살던 연오랑이 바다 건너 일본으로 간다. 일본 사람들은 연오랑을 범상치 않은 인물로 여겨 왕으로 삼는다. 바닷가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세오녀는 바위를 타고 역시 일본으로 간다. 부부가 그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고, 세오녀는 왕비가 된다.

 

동해-오키제도-가나자와를 지나 도야마로

 

연오랑과 세오녀가 떠난 곳이 영일만이고, 도착한 곳이 이즈모(出雲)다. 이즈모는 시마네(島根)현에 있고, 시마네 현청은 마츠에(松江)에 있다. 동해바다에 면한 일본의 대표적인 도시는 남쪽으로부터 북쪽으로 마츠에, 이시카와(石川), 도야마(富山), 니가타(新瀉), 아키다(秋田) 등이 있다. 그동안 일본을 10여 차례 여행했지만 동해바다에 연한 일본은 아직 가보질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4일간 동해에 연한 호쿠리쿠(北陸) 지방을 여행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일본 알프스를 끼고 있는 지방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다. 그 때문에 도야마현의 구로베(黑部)와 알펜루트를 집중적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이시카와현, 기후(岐阜)현, 나가노현의 일부를 보게 될 것이다. 구로베에서는 협곡열차를 탈 것이고, 알펜루트에서는 3000m가 넘는 북알프스의 다테야마(立山)를 넘을 것이다.

 

이시카와현에서는 가나자와(金澤)을 보고, 기후현에서는 다카야마(高山)와 시라카와코(白川鄕)를 둘러볼 예정이다. 시라카와코에 있는 합장촌은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유산이다.

 

호쿠리쿠로 가려면 일반적으로 인천공항에서 도야마로 가는 비행기를 이용하게 된다. 그것은 도야마가 호쿠리쿠 지방의 한 가운데 위치하기 때문이다. 우리 비행기도 지난 2014년 8월 4일 오전 9시 10분에 인천공항을 출발, 11시에 도야마 공항에 도착한다. 비행루트를 보니 인천에서 삼척 지방을 지나 동해바다를 건넌 다음 오키(隱岐)제도로 간다. 그리고 가나자와를 지나 도야마에 이른다.

 

가나자와와 도야마 북쪽으로는 노토(能登)반도가 있는데, 이곳을 지날 때 풍경이 상당히 아름답다. 노토반도를 넘어 다카오카(高岡)에 이르자 오른쪽으로 비교적 넓은 평야지대가 펼쳐진다. 그 평야는 도야마를 거쳐 구로베까지 이어진다. 바로 이곳 도야마 평야에서 일본에서 가장 질이 좋은 쌀이 생산된다고 한다.

 

도야마현은 어떤 곳인가?

 

도야마는 도야마현의 현청이 있는 곳으로, 인구 42만 명 정도의 중소도시다. 도야마라는 지명은 다테야마 연봉의 산(山)이 많고, 그곳에서 흘러내리는 수량이 풍부(富)해 붙여졌다고 한다. 그러므로 도야마현의 모태는 다테야마 연봉과 구로베 협곡이다. 도야마현과 일본에서는 다테야마 연봉과 구로베 협곡을 유네스코 복합유산(문화유산+자연유산)으로 등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야마현은 인구가 107만 명 정도 밖에 되질 않는다. 그래서 경제와 산업을 일으키려고 애를 쓰고 있다. 수자원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것이 없어, 내세울만한 기업이 없다. 최근에 구로베 다테야마 알펜루트, 구로베 협곡열차, 우나츠키 온천(宇奈月温泉)을 중심으로 한 관광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번 여행도 이 지역의 관광산업을 살펴보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먹거리로는 송어초밥(鱒寿司), 붉은 빛이 도는 새우(シラエビ)요리가 있다. 기념품으로는 목공예와 칠기, 금속공예, 종이 등이 유명하다. 이들은 대개 전통공예품으로, 1975년 이후 정부지정 전통공예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다카오카 지방의 칠기와 목공예품이 유명하고, 히다(飛驒) 지방에서 생산되는 일본초(和蝋燭)가 유명하다.

 

그 외 도야마 지역은 남쪽의 쿠로시오(黑潮) 난류와 북쪽의 오야시오(親潮) 한류가 만나는 지점에 있어 어종이 풍부한 편이다. 그래선지 식생활에서 해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러나 어항이 주로 노토반도에 있어 수산업이 발달한 곳은 아니다. 도야마는 도쿄, 나고야 등 태평양 쪽의 대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사람들이 순박하고 촌스러운 편이다. 그리고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송어초밥 마스노스시(ますのすし) 이야기

 

비행기에서 내려 출국수속을 하고 밖으로 나오니 낮 12시다. 이처럼 시간이 걸리는 것은 외국인에 대한 지문등록 때문이다. 지문 등록은 제국주의·권위주의의 소산이라 느끼는 나다. 대체 언제쯤이나 없어질지 모르겠다. 공항 주차장에서 버스를 탄 우리 일행은 점심을 먹으러 마스노스시 전승관 식당으로 간다. 그곳에는 도야마 명품물산관, 마스노스시 전시관, 공장, 문화사전시실이 함께 있다.

 

마스노스시는 밥에 송어를 얇게 펴서 얹은 송어초밥이다. 도야마 평야에서 생산되는 찰진 쌀밥에 진즈가와(神通川)에서 잡힌 송어를 소금간해 올리는 방식이다. 이 마스노스시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단다. 마스노스시는 메이지시대 미나모토 긴이치(源金一郞)가 덴닌로(天人楼)라는 요정을 차려 개발한 음식이다. 그런데 1899년 화재로 가게가 불타면서 잠시 명맥이 끊어졌다.

 

그러나 미나모토는 1908년 도야마역 앞에 다시 음식점을 차렸고, 1912년부터 송어초밥을 도시락으로 팔기 시작했다. 이게 요새말로 대박이 나 도야마의 대표적인 향토요리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 도야마 시내에만 40여 개의 마스노스시 업체가 있다. 이들은 초밥의 양, 식초와 소금간의 강약, 송어의 두께 등에서 약간 차이가 있을 뿐 송어초밥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점심으로 나온 음식은 마스노스시와 우동이다. 우동에는 유부와 미역, 야채가 들어갔다. 마스노스시는 원형으로 된 것을 8개로 자르는데, 그 중 한 조각이 나왔다. 값이 비싸선지 초밥 옆에 맨밥과 반찬이 더해졌다. 소스는 붉은 빛을 띠었고, 바닥에 송어 그림이 있다. 정갈한 상차림인데, 양이 조금 적은 듯 했다.   

 

음식을 문화로 만드는 현장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나는 마스노스시 공장을 한 바퀴 돌아본다. 공장 내부는 거의 자동화되어 있고, 직원들도 모두 흰 가운을 입고 작업하고 있다. 공장 주변 복도에는 마스노스시의 역사와 만드는 방법이 패널형태로 설명되고 있다. 그리고 이처럼 좋은 송어초밥이 나올 수 있는 이유를, 송어(鱒), 쌀(米). 물(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 중에서도 다테야마 연봉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벼 재배와 송어 양식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찾아간 마스노스시 전승관에는 온통 도시락으로 가득하다. 도시락으로 팔아 대박이 났기 때문인 것 같다. 대나무 바구니 형태, 찬합 형태, 도자기 그릇 형태, 반합 형태 등 다양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들의 모양이나 재질이 모두 다르다. 그리고 이들 도시락을 먹을 때 필요한 물통도 있다. 물통으로는 조롱박의 가운데 줄을 달고, 입구에 마개를 한 것이 인상적이다.

 

도야마 명품물산관 입구에는 후쿠노 요다카마츠리(福野夜高祭)에 쓰이는 고신토(御神燈)가 있다. 고신토는 후쿠노 지역의 신메이지(神明寺)에서 5월 1~3일에 행해지는 축제에 사용되는 등(燈)을 실은 가마다. 높이가 8m, 길이가 8m, 무게가 3.5t에 이르는 대형 가마다. 이것을 들려면 40명 이상이 동원되어야 할 것 같다. 나는 TV를 통해 이들 축제 장면을 잠깐 살펴본다. 축제 복장에 머리띠를 두른 젊은이들이 가마를 운반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구로베 평야의 벼와 쌀

 

이제 우리는 구로베 협곡을 달리는 도로커 차를 타기 위해 우나즈키(宇奈月)로 간다. 우나즈키 온천역이 도로코 열차의 출발역이기 때문이다. 우나즈키로 가기 위해서는 호쿠리쿠 자동차도로를 타고 먼저 구로베시로 가야 한다. 구로베 나들목을 나온 버스는 왼쪽으로 구로베가와(黑部川)를 끼고 상류로 올라간다. 이 구로베가와 주변은 온통 들이고 논이다.

 

넓은 평야지대에 수량이 풍부해 벼 재배의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상류에 구로베댐이 있어 농업용수를 일정하게 공급할 수 있다. 그래서 도야마와 구로베 지역에서 재배되는 벼의 품질이 좋다고 한다. 논 옆으로 RPC(미곡종합처리장)가 보이는데, 그곳의 사일로(Silo)에 '물 좋고 맛 좋은 구로베 쌀(水よし味よし黑部米)'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강을 따라 올라가면서 보니 저 멀리 다테야마 연봉이 보인다. 구로베가와는 상류에 여러 개 댐을 만들고, 가장 상류에 유명한 구로베댐을 만들어 놓았다. 구로베댐은 여행 두 번째 날 볼 예정이며, 구로베 알펜루트이 출발점이기도 하다. 구로베 알펜루트는 해발 3015m의 다테야마를 트롤리 버스, 케이블카, 로프웨이를 이용, 넘어가는 코스다.

덧붙이는 글 | 일본 구로베 알펜루트의 내륙과 바다쪽에 있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보기 위해 지난 해 8월 4일 동안 도야마, 나가노, 기후, 이시카와현을 여행했다. 여행한 대표적인 도시로는 도야마, 가나자와, 다카야마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는 시라카와코가 있고, 자연유산으로는 구로베 알펜루트가 있다. [구로베 알펜루트의 이쪽과 저쪽]이라는 제목으로 여행기를 10회 정도 연재하려고 한다. 


태그:#도야마, #알펜루트, #마스노스시, #구로베, #다테야마(立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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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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