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1군 무대에 합류하는 kt위즈가 얻은 신생 구단 혜택 중 가장 큰 것은 2년 동안 주어지는 한 장의 외국인 선수 추가 혜택이다. 이 제도만 잘 활용해도 kt는 빠른 시간 내에 리그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실제로 '제9구단' NC다이노스는 2013년에 뽑은 외국인 투수 찰리 쉬렉과 에릭 해커가 2년 연속 맹활약을 해준 덕에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렇게 NC마운드의 핵심이 된 찰리와 해커는 올 시즌에도 NC와 함께 할 예정이다.

Kt는 메이저리그 출신의 필 어윈과 앤디 마르테, 그리고 한국 무대에서 3년 반 동안 활약한 크리스 옥스프링을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뛰어난 구위를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는 따로 있다. 역대 KBO리그 최장신 선수(208cm)로 등록될 좌완 앤디 시스코가 그 주인공이다.

마이너, 멕시칸리그 전전하다가 대만리그 평정

시스코는 지난 2001년 시카고 컵스의 2라운드 지명을 받았던 유망주 출신이다. 2004년 룰파이브 드래프트를 통해 캔자스시티 로얄스로 이적한 시스코는 2005년 캔자스시티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2005년 67경기에서 75.1이닝을 던진 시스코는 2승5패 평균자책점 3.11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캔자스시티 불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듬 해 시스코의 성적은 1승3패 7.10으로 추락했고 겨룩 2006년 겨울 트레이드를 통해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이적했다.

다시 돌아온 시카고에서 재기를 노렸지만 화이트삭스 역시 시스코와 궁합이 맞는 팀은 아니었다. 시스코는 2007년 19경기에서 1패 8.36으로 부진했고 2007년을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후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양키스의 마이너팀, 그리고 멕시칸리그를 전전하던 시스코는 2013년 대만 프로야구의 EDA 라이노스와 계약하며 아시아 야구에 진출했다. 시스코는 2013년 133.1이닝을 던져 8승6패 2.70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대만리그에 대해 확실히 감을 잡은 시스코는 작년 시즌 14경기에서 93이닝을 던지며 8승4패 110탈삼진 2.13의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다승과 탈삼진 부문 1위로 대만리그를 확실히 평정하는 중이었다.

대만전지훈련 당시 시스코의 투구를 눈 여겨 본 조범현 감독은 구단에 시스코의 영입을 요청했다. 시스코는 라이노스와 재계약하면서 시즌 중에 팀을 옮길 수 있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은 덕에 큰 문제없이 팀을 이적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스코는 작년 6월부터 kt 선수가 됐다.

스프링캠프 비자책 행진, KBO리그에 나타난 거인 투수

아무리 KBO리그의 수준이나 대우가 대만보다 좋다 하더라도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했던 시스코가 시즌 중에 2군 리그밖에 뛸 수 없는 kt로 이적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kt는 작년 시즌부터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며 2015년을 착실히 준비했고 시스코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시스코는 작년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7경기에 등판해 3승1패1세이브2.93을 기록했다. 사실 시스코는 1군에 비해 수준이 낮은 퓨처스리그에서 던졌고 투구이닝(30.2이닝)이 많지 않아 구위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하긴 힘들다.

하지만 작년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평균자책점 1위 장진용(LG트윈스)의 평균자책점이 3.60이었음을 생각해 보면 2.9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시스코의 투구 내용이 어땠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시스코는 어윈, 옥스프링, 마르테와 함께 올 시즌 kt를 이끌어갈 외국인 선수로 결정됐다. kt에서 육성형 외국인 선수로 영입해 1년 동안 활약했던 마이크 로리는 시스코에 밀려 재계약에 실패했다.

시스코는 208cm의 큰 신장을 가진 거구다. 두산 베어스의 장민익(207cm)을 능가하는 KBO리그 역대 최장신 투수. 큰 신장에서 뿌리는 시속 150km의 강속구가 위력적이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포크볼을 던진다. 지난 2년 동안 대만리그에서 활약하며 아시아 야구를 경험한 것도 시스코의 장점이다.

시스코는 스프링캠프에서도 kt의 외국인 투수 중 가장 좋은 구위를 유지하고 있다. 2월 24일 라쿠텐 골든이글스 2군과의 경기에서는 2이닝 5탈삼진 비자책 1실점을 기록했고 28일 소프트뱅크 2군과의 경기에서는 4이닝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무리해서 컨디션을 일찍 끌어 올린 게 아니라면 대단히 인상적인 내용이다.

메이저리그의 촉망 받는 유망주였던 시스코는 빅리그에서 짧은 전성기를 보낸 후 마이너리그, 멕시칸리그, 대만리그를 전전하다가 한국무대까지 밟았다. 무언가 보여 주겠다는 의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승리를 향한 열의야 말로 신생 구단 kt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인데 시스코는 이미 그것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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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앤디 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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