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이 한 팀을 이루는 농구 경기에서 주전 선수의 부상이탈은 팀에 큰 영향을 준다. 게다가 그 선수가 팀 내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에이스'라면 선수단 전체의 사기가 크게 떨어지기도 한다.

미프로농구(NBA) LA클리퍼스의 에이스 블레이크 그리핀은 최근 팔꿈치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했다. 그리핀은 이번 시즌 평균 23득점 7.7리바운드 5.2어시스트를 기록중인 클리퍼스의 대체불가 에이스다. 그리핀의 이탈은 당연히 클리퍼스 전력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클리퍼스는 우려와 달리 그리핀의 부상 이후 치른 8경기에서 5승3패로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이는 기존 선수들의 분전 때문인데 특히 클리퍼스의 센터 디안드레 조던은 두 사람의 몫을 해주며 그리핀의 공백을 최소화 해주고 있다.

기본기 부족했던 조던, 폴과 리버스 감독 만나 수비형 센터로 성장

디안드레 조던은 211cm 120kg의 뛰어난 신체조건과 놀라운 운동능력으로 텍사스 A&M 대학 시절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기본기가 부족해 가지고 있는 스팩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위험주'로 꼽히기도 했다.

결국 조던은 데릭 로즈(시카고 불스), 러셀 웨스트브룩(오클라호마시티 썬더), 케빈 러브(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등을 배출한 2008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35순위로 클리퍼스에 지명됐다.

조던은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크리스 케이먼(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과 마커스 캠비(은퇴)를 보좌하는 백업 센터로 활약했다. 그렇게 NBA 경험을 쌓던 조던은 든든한 골밑 파트너 그리핀이 입단한 2010-2011 시즌부터 클리퍼스의 주전센터로 도약했다.

2012년과 2013년 그저 운동능력만 좋은 센터였던 조던을 환골탈태시킨 2명의 은인이 등장했다. 바로 NBA 최고의 포인트가드 크리스 폴과 명장 닥 리버스 감독이었다. 폴은 개인기로 득점을 만드는 능력이 부족했던 조던을 위해 정확한 택배 패스로 조던의 사기를 끌어 올려줬다.

보스턴 셀틱스 감독 시절 켄드릭 퍼킨스(클리블랜드)라는 수비형 센터를 조련한 바 있는 리버스 감독도 조던에게 능력 이상의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 득점은 그리핀에게 맡기는 대신 조던에게는 리바운드와 블록슛 등 센터로서 팀을 위해 필요한 플레이를 강조했다.

덕분에 조던은 2012-2013시즌부터 2년 연속 필드골 성공률 1위, 2013-2014 시즌 리바운드 부문 1위에 오르며 NBA를 대표하는 수비형 센터로 성장할 수 있었다. 클리퍼스 역시 최근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부진한 레이커스를 제치고 LA를 대표하는 농구팀으로 거듭났다.

그리핀 부상 이후 평균 17.1득점 18.5리바운드로 골밑 지배

조던은 이번 시즌에도 리바운드와 블록슛, 그리고 필드골성공률 부문에서 NBA 상위권을 차지하며 클리퍼스를 서부 컨퍼런스 상위권으로 이끌고 있다. 특히 70%가 넘는 필드골 성공률은 '전설' 윌트 체임벌린의 역대 최고 기록(.727)을 넘볼 정도(조던의 필드골은 대부분 덩크 혹은 손쉬운 골밑슛이다).

그렇게 서부 컨퍼런스의 상위시드를 향해 순항하던 클리퍼스에게 의외의 악재가 찾아왔다. 팀 내 최고의 득점원인 파워 포워드 그리핀이 팔꿈치 감염치료 수술로 장기결장이 불가피해진 것.

클리퍼스에는 스펜서 호즈나 글렌 데이비스 같은 골밑 자원이 있지만 이들을 주전으로 활용할 경우 벤치의 약화를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애초에 이들은 올스타 포워드 그리핀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레벨의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리핀이 이탈한 후에도 클리퍼스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리핀을 보좌하던 수비형 센터 조던이 전면에 나서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치며 그리핀의 그림자를 지워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던은 그리핀이 결장한 8경기에서 평균 17.1득점 18.5리바운드 2블록슛이라는 믿기 힘든 기록으로 완벽하게 골밑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 8번의 경기에서 리바운드 20개 이상 걷어낸 경기가 3회, 40분 이상 출전한 경기도 3회에 달한다(조던의 이번 시즌 평균 출전 시간은 34분이 채 되지 않는다).

현재 잔뜩 기세가 오른 조던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통산 42.2%의 자유투 성공률을 이용한 파울 작전뿐. 실제로 조던은 지난 20일 조던에게 고의적인 파울을 집중하는 이른 바 '핵어조던' 작전을 들고 나온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상대로 무려 28개의 자유투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리핀은 수술 후 4~6주 간의 재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클리퍼스는 어쩌면 그리핀 없이 잔여 23경기를 치러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던의 짐승 같은 활약이 계속 이어진다면 클리퍼스의 시즌 마무리에 큰 위기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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