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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의 낙원이라 불리는 천수만, 옛 전성기만은 못하지만 아직도 이곳은 천연기념물 황새(제199호)와 흑두루미(제228호)를 비롯한 각종 철새들이 머물고 있는 천혜의 보금자리다.

그러나 지금 천수만은 혼란에 빠져있다. 철새들의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해 먹이나누기를 비롯한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가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밀렵꾼의 총탄에 천연기념물마저 속절없이 죽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천수만의 빛과 어둠에 대해 알아봤다.

빛 - 공존을 위한 인간의 따뜻한 손길 이어진다!

과거 대기업의 기업영농이 이뤄졌던 천수만은 다른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는 철새의 천국이었다.

세월이 흘러 일반분양이 시작된 후 20%대의 낙곡률이 1%대로 추락해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지만 이때부터 철새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지역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주축이 돼 2009년부터 먹이나누기를 시작한 것이다. 인간과 철새가 공존할 수 있는 천수만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역주민들의 성금과 네이버 해피빈 성금으로 넉넉하지는 못하지만 수년간 배고픈 철새들의 허기를 달래주고 있다.

경기불황과 AI의 주범으로 몰린 철새에 대한 인식 악화로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2월까지 5회에 걸쳐 2.8t의 먹이나누기를 실시하는 등 공존을 위한 시민들의 열기는 갈수록 뜨겁다.

서산시도 천수만의 철새 보호를 위해 지원사격에 나서 힘을 보태고 있다. 시 상징새로 겨울과 여름철 대표철새인 가창오리와 장다리물떼새를 선정한 만큼, 천수만의 환경보호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천수만을찾은 봉순이를 위한 인공둥지를 만드는 모습.
 천수만을찾은 봉순이를 위한 인공둥지를 만드는 모습.
ⓒ 김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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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는 천수만을 찾은 황새 봉순이를 위해 서산버드랜드 인근 논둑에 인공둥지를 만들었다. 15m 가량의 전봇대에 둥지모양을 한 직경 2m 철재 구조물을 연결한 이 인공둥지는 예산황새마을과 봉하마을 등에 이어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러시아의 경우 인공둥지를 조성한 후 7년이 지난 후에야 황새가 찾은 사례가 있어 지금 당장 봉순이가 이곳에 둥지를 튼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인공둥지 조성을 통해      봉순이를 비롯한 7-8마리의 황새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천수만이 야생 황새의 전국 최대 서식지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서산시는 앞으로 이 인공둥지를 새로운 명소로 만드는 한편 지역 환경단체와 협조해 제2, 제3의 인공둥지를 조성, 황새들이 편안하게 쉬고, 번식할 수 있는 천수만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어둠 - 잔인한 오락 밀렵, 철새들은 무섭다!

한동안 잠잠하던 밀렵이 천수만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밀렵꾼은 총구를 겨눈 대상이 천연기념물인지 아닌지 관심도 없다. 그냥 재미로 방아쇠를 당기고, 즐길 뿐이다.

지난달 5일 죽성동 삼성아파트 인근 논에서 쇠기러기가 납탄에 맞은 채 발견돼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쇠기러기의 경우처럼 목숨이나마 부지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총상을 입은 새들은 대부분 비참한 말로를 맞는다.

실제로 지난달 9일 천수만 와룡천(홍성군 갈산면)에서 서산버드랜드 철새모니터링팀이 발견한 총상을 입은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호)는 구조 도중 죽었으며 10일에는 버드랜드 앞 논에서 총에 맞은 새매(천연기념물 제323호)가 구조됐으나 치료를 받다가 결국 죽었다.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은 큰고니, 3발의 납탄이 몸통에 박혀있다.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은 큰고니, 3발의 납탄이 몸통에 박혀있다.
ⓒ 김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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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니와 새매의 구조에 나섰던 김신환(김신환동물병원) 원장은 "과다 출혈로 죽은 큰고니는 엑스레이 촬영결과 납탄이 3가운데 박혀있었고, 새매는 총격에 날개가 부러져 먹이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굶어 죽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원장은 "흑두루미 먹이나누기를 위해 설치한 출입금지 표지판이 총에 맞아 구멍이 나는 등 일부 밀렵꾼들이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활개를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산시는 천수만에 3개의 통제소와 6명의 야생동물보호원을 배치해 밀렵 감시를 벌이고 있지만 출입로가 30여 곳이 넘고, 부족한 인력에 단속권한도 없어 실제적인 밀렵 피해는 표면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밖에 밀렵감시단은 금강유역환경청에서 관리하고, 시 내부적으로도 일반적인 밀렵은 환경보호과가 천연기념물은 문화관광과가 관리하는 등 이원적인 관리체계도 문제다.

이밖에 오는 9월 예산군이 황새를 방사할 예정이고, 이 황새들이 천수만으로 올 가능성이 높아 서산시와 예산군, 홍성군, 충남도 등이 천수만의 밀렵근절을 위해 공조체계를 구축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시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넓은 지역을 소수 인원이 감시해야하고, 안정상의 이유로 적극적인 단속이 곳이 어렵다"며 "특히 최근에는 AI방역문제로 단속이 더 어려워진 상태지만 관계기관과 적극 공조해 밀렵단속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천수만, #밀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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