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즌 KBO리그에서 배출한 최고의 '깜짝스타'는 한화 이글스의 우완 이태양이었다. 지난 2010년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1군 무대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이태양은 작년 시즌 7승을 올리며 일약 한화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태양은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군면제 혜택까지 받으면서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유망주다. 이태양은 올 시즌에도 쉐인 유먼, 미치 탈보트, 배영수, 송은범 등과 함께 한화의 선발 투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태양이라는 이름을 가진 프로야구 선수가 대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창원을 연고로 하고 있는 NC다이노스에도 이태양이라는 이름을 가진 잠수함 유망주가 있다. 사실 야구팬들에게 대전의 이태양보다 이름이 먼저 알려진 쪽은 창원의 이태양이었다.

90년생 이태양보다 먼저 주목 받았던 93년생 이태양

청주고 출신의 이태양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전체 14순위)로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했다. 당시만 해도 지역 연고제를 잠시 폐지한 해였기 때문에 이태양이 '초고교급 좌완' 유창식(한화)을 제치고 연고팀 한화에 입단하진 못했다.

이태양은 히어로즈의 이장석 대표와 김시진 감독이 멀리 내다보고 키우던 유망주였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잠수함 투수로서 좋은 체격(183cm82kg)을 가지고 있고 제구력이 뛰어나 미래에 대한 전망이 무척 밝았다.

하지만 이태양은 2012년 11월에 열린 신생구단 특별지명을 통해 NC의 선택을 받았다. 이태양은 NC이적이 결정되기 전에 상무에 지원서를 냈지만 1군 경력이 부족해 최종 합격자 명단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상무 입단 좌절은 이태양에게 전화위복이었다. 이태양은 투수층이 얇은 NC에서 빨리 1군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2013년 4월 13일 SK와이번스전에서 6이닝 노히트 투구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이는 이태양의 프로데뷔 첫 승이자 NC의 창단 첫 홈경기 승리였다.

이태양은 2013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2경기에 등판해 4승8패 평균자책점 5.67을 기록했다. 승리보다 패가 2배나 많았기 때문에 썩 좋은 성적이었다고 할 순 없지만 74.2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이 30개 밖에 없었을 정도로 자신 있게 정면승부를 한 것이 돋보였다.

그렇게 이태양은 프로데뷔 3년, NC이적 1년 만에 NC마운드의 핵심 유망주로 자리 잡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야구팬들이 '이태양'하면 먼저 떠올린 이름은 한화의 이태양이 아닌 NC의 이태양이었다(당시 한화의 이태양은 프로 데뷔승조차 올리지 못한 상태였다).

연습경기 6이닝 14K 행진, 1군 진입 가능성 UP

작년 시즌을 앞두고 NC는 찰리 쉬렉, 에릭 해커, 테드 웨버, 이재학으로 이어지는 선발 투수 4명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민호, 노성호, 이태양 등에게 5선발 경쟁을 시켰는데 이태양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시즌 초반 5선발로 낙점됐다.

이태양은 4월 5일 친정팀 넥센을 상대로 선발 등판해 4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선발 투수로서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도 문제였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4이닝 동안 5개의 사사구를 내줬다는 점이다. 구위가 뛰어나지 못한 이태양이 제구마저 흔들린다면 1군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결국 이태양은 시즌 첫 등판을 마지막으로 한 번도 선발 기회를 얻지 못했고 9경기에서 1패1홀드 6.46의 실망스런 성적을 남긴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자신과 이름이 같은 또 다른 이태양이 스타로 떠오르는 모습을 쓸쓸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태양은 올 시즌에도 선발 경쟁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노성호, 이민호, 손민한 그리고 박명환까지 가세한 NC의 선발 경쟁 구도에서 이태양의 이름은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NC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이태양의 이름이 다시 등장했다.

이태양은 지난 18일과 28일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마이너 연합팀과의 연습경기에 두 차례 등판해 6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이태양이 2경기에서 기록한 탈삼진은 무려 14개. NC의 투수들 중 단연 돋보이는 성적이다.

아직 이태양의 보직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구위를 유지한다면 이태양이 올 시즌 1군에 머물 시간은 더욱 길어질 것이다. 선발로 활약하든 불펜진에 합류하든 뛰어난 잠수함 투수는 활용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이다.

현재 KBO리그에는 김재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가 3명이나 된다. 이 밖에 김대우와 정대현도 동명이인 선수로 유명하다. 그리고 어쩌면 올 시즌엔 '태양'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투수의 선발 맞대결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NC다이노스 이태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