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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약 750명이 설명회장과 복도 등을 가득 메웠다. 주민들은 환경오염 등 피해가 우려 되다며 화장장 건립에 반대했다.
 주민 약 750명이 설명회장과 복도 등을 가득 메웠다. 주민들은 환경오염 등 피해가 우려 되다며 화장장 건립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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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수원·화성시가 공동으로 27일 오후 3시에 개최하려던 '화성시 종합장사시설' 관련 주민설명회가 건립 예정지 인근 서수원 주민들 반발로 무산됐다.

설명회는 수원 권선구 금호 주민자치센터 3층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이재준 수원시 부시장, 박세병 화성시 복지국장 등이 화장장 사업계획과 환경영향 등을 설명하고 주민 의견도 들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민 약 750명 (경찰 추산 600명)이 설명회장 안팎에서 시위를 벌여 설명회는 시작도 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며 설명회를 막은 기본적 이유는 화장장 건립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환경오염 등 피해가 걱정된다며 화장장 건립에 반대했다. 예정지인 '화성시 매송면 숙곡리 일원'은 서수원 호매실 지구와 직선거리로 2km 정도 떨어져 있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가 무산된 직접 원인은 화장장건립저지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 대표들이 주민들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민공동대표 A씨는 "무산시키려고 계획했던 것은 아니고, 우린(대표자들은) 하는 것으로 정리했는데, 주민들이 많이 모이다 보니까 통제가 안 되고, 일이 이렇게 흐른 것 같다"라고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수원시도 주민들이 비대위 대표들 통제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 판단하고 있다. 주민들 요구로 설명회를 열게 된 것이고, 비대위 대표들과 이미 설명회 개최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오민범 수원시 소통 담당관은 "주민들 요구로 설명회를 계획했고, 23일 비대위 대표들과 시장님이 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며 "대표들이 주민들을 통제하지 못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 공동대표 B씨는 "협의를 위한 공청회가 아닌 일방적인 사업 설명회였기 때문에 막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 있는 자치단체장이 아니라 부시장, 국장 같은 공무원이 나와서 하는 설명회라 들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재준 부시장 단상에 오르자 주민들 "사과하라, 물러가라"

이재준 수원시 부시장이 설명회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자 주민들은 "물러가라"를 연호했다.
 이재준 수원시 부시장이 설명회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자 주민들은 "물러가라"를 연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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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회 시작 약 30분 전부터 설명회장은 이미 집회장소로 변해 있었다. 주민들은 "화장장 결사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민들 손에 들려있는 피켓에는 '화장장 원천무효, 결사반대' 등의 구호가 적혀 있었다.

설명회를 하기 위해 이재준 수원 부시장이 단상에 오르자 주민들은 "물러가라"고 소리쳤다. 이 부시장이 "이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설득했지만 주민들 외침은 멈추지 않았다. 이어 박세병 화성시 복지국장이 단상에 오르자 주민들은 "결사반대"를 연호했다. 박 국장이 "설명은 못 하더라도 의견은 충분히 듣겠다"라고 설득했지만 주민들은 연호를 멈추지 않았다.

이 부시장과 박 국장이 단상에 머무른 시간은 채 10분도 되지 않았다. 이들은 단상에서 내려오자마자 뒷문으로 빠져 나갔다. 이 부시장은 문을 나서면서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설명회를 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화성시에 입장 전달은 된 것 같다, 화성시가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다"라고 기자에게 밝혔다. 

주민과 자치단체 간 갈등 갈수록 심화

이재준 수원 부시장과 박세병 화성시 복지국장이 설명회를 포기하고 뒷문으로 빠져 나가자 주민들은 계단을 가로막고 "사과하라"를 외쳤다.
 이재준 수원 부시장과 박세병 화성시 복지국장이 설명회를 포기하고 뒷문으로 빠져 나가자 주민들은 계단을 가로막고 "사과하라"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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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공동형 종합장사시설은 화성·시흥·광명·안산·부천 5개 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건립예정지는 화성시 매송면 숙곡리 일원으로 사업면적이 36만4448㎡에 이른다. 이곳에 화장시설, 장례식장, 봉안시설, 자연장지를 포함한 부대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오는 5월에 재정 투·융자 심사를 받은 뒤, 국토교통부에 G/B 관리 계획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서수원 주민들 반발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부지 선정과정 등에서 논란이 일지 않아 화성시 화장장 건립 사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오히려 화성시에서 장사시설 후보지 신청을 한 곳이 6곳이나 돼 경쟁을 벌일 정도였다. 300억 규모의 자금 지원 등 인센티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미경(새누리당·수원권선) 의원과 수원 호매실지구 주민들이 화장장 건립을 반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정 의원은 지난 1월 13일,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만나 화장장 건립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를 막아줄 것을 요청했다.

화장장 건립으로 인한 주민과 자치단체 간 갈등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5개(화성·시흥·광명·안산·부천) 자치단체장과 주민들 모두 강경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칠보산 화장장 건립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경기도청에서 반대 집회를 하는 등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이날 공동대표 A씨는 "화장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시키기 위해 경기도청과 화성시청 등에서 집회를 하는 등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주민들 반발이 심해지자 5개 자치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 3일,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만나 장사시설 건립을 잘 추진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채인성 화성시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공동형 종합 장사 시설을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 관광특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태그:#화성시 종합장사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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