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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학년도 시작을 앞두고 새로 전입온 교사들을 모아 학교의 비전을 만들기 위하여 연 이틀 동안 열띤 논의를 하고 있다.
▲ 혁신학교의 비전을 만들어가기 위한 교사 워크샵의 모습 2015학년도 시작을 앞두고 새로 전입온 교사들을 모아 학교의 비전을 만들기 위하여 연 이틀 동안 열띤 논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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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바다 건너 제주에서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꽃이 벌써 피어있는 매화나무들이 있는가 하면, 이미 동백꽃도 한창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전국 13개 시도에서 진보교육감들이 탄생하였다. 제주특별자치도도 그 중에 빼어놓을 수 없는 곳이다. 제일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도 여느 진보교육감이 진출해 있는 시도에서처럼 교육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하고 있었다.

기자는 설 명절 연휴를 이용하여 우리나라의 최남단에서 어떻게 교육혁신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지를 취재하기 위하여 제주 올레길 제21코스에 들어있는 지미봉('제주땅의 끝'이라는 뜻의 지명) 시작되는 제주시 구좌읍 소재 지미봉을 뒷배경으로 하여 세워진 마을의 학교인 '종달초등학교'를 찾았다.

특별히 이 학교에는 제주에서는 최초로 내부형 공모를 통하여 임용된 교장이 있는 학교라서 많은 호기심을 갖고 취재하게 되었다.

지난달 20일, 학교로 찾아가서 강순문 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종달초등학교로 부임해 오게 된 경위와 그 후 어떤 교육적 신념을 가지고 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인 혁신학교는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지 등에 대하여 물어본 것을 정리해 보았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 있는 종달초등학교는 지미봉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는 전형적인 농어촌 학교이다.
▲ 돌하루방이 교문 앞에 떡 버피고 서 있는 제주 종달초등학교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 있는 종달초등학교는 지미봉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는 전형적인 농어촌 학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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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초등학교는 해방과 더불어 세워진 학교로 70년의 역사를 가진 학교이다. 우리나라의 여느 시골동네들이 다 그렇듯이 지금은 동네가 크게 번창하지를 못하고, 젊은이들도 많이 살지를 않아서 1학년에서 6학년까지 학생들이라고 하여도 고작 51명의 작은 학교이다.

그나마 이 동네에는 육지부에서 들어와 사는 몇 가구들이 있어서 취학하고 있는 어린이들이 제법 있는 편이다. 한 학년 한 학급에 학급당 학생수는 8-10명 정도인 아담한 학교인 것이다. 그래도 이 학교는 역사와 전통이 있어서 잘 나가던 시절에 지어진 교사에 급식실, 도서실, 강당 등 특별실들이 많이 있어 학교 건물의 규모는 시골학교치고는 꽤 큰 편이다.

'교장 강순문'이라는 명패도 없다. 교장이라는 권위를 벗어던지고 민주적 리더십으로 자발적 권위를 만들어가고 있는 강순문 교장
▲ 명패도 없는 교장 집무 책상 '교장 강순문'이라는 명패도 없다. 교장이라는 권위를 벗어던지고 민주적 리더십으로 자발적 권위를 만들어가고 있는 강순문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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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적 권위 벗어던진 내부형 공모의 혁신학교장

종달초 강순문 교장이 이 학교 교장으로 부임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이석문 제주교육감이 당선이 되고 난 후에 종달초의 전임교장은 8월 말로 정년퇴임을 하고, 후임 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 등 학부모들이 나서서 내부형공모를 통하여 임용되길 원했다.

강 교장은 전교조 제주초등위원장과 지부장을 역임했던 경력의 평교사다. 공모 과정에서는 교장자격증 소지가 3명과 경합을 벌였다고도 한다. 그 과정에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와 도교육청 심의과정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교장으로 임용되었다.

강 교장은 2014학년도 중간에 발령을 받고 왔기 때문에 처음부터 학교를 혁신적으로 바꿀 수는 없었다고 한다. 경기 조현초라든가 남한산초 등 육지부에 있는 혁신학교들을 찾아다니면서 사례를 배우기도 하고, 교사들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은 물론 학부모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학교 운영에 반영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강 교장은 교장으로서 외형적 권위보다는 자발적 권위를 세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여느 학교에서와 같이 교장 책상 위에 놓여있는 명패조차도 없애버리고, 아침에는 7시 30분 경에는 비가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교문 앞에서 어린이들을 맞이하기도 한다. 학생들에게는 일제고사를 없애서 시험 경쟁으로부터 벗어나서 즐겁고 재미있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한다.

교수, 학습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교사들

그 과정에서 강 교장은 교사들을 대상으로는 자신의 혁신학교 운영 철학을 프리젠테이션을 통하여 설명을 하며 이해를 구하기도 하고, 교사들과 수시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특히 강조한 것은 교사들이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기 위하여 각종 공문들을 줄여나가는 일부터 하였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교육청의 협조를 구하고, 학교 자체에서 생산되는 공문 등 1년 3천여 건에 달하던 것을 반으로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였다고 한다. 종달초는 2014년 10월에 있었던 혁신학교 공모에 5개 학교에 포함되어 선정이 되었다. 기존 교사들 중에서 전보를 희망하는 교사는 보내고, 혁신교육을 해 보겠다는 교사들은 남았다고 한다.

빈 자리들은 혁신학교 근무를 희망하는 교사들을 새로 맞이하였다. 이렇게 혁신 교육의 꿈을 안은 교사들이 모여 2월달부터 워크숍, 토론회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혁신학교로서의 종달초의 교육비전을 세우는 일, 교육계획을 수립하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일 등 구체적인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강 교장은 올해부터 학년 사회과와 창체시간 수업을 직접 담당하기로 하였고, 일부 업무는 부임하면서부터 교장이 직접 처리하여 교사들의 업무경감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청에서는 행정실무사를 지원받고, 교사들 중에도 업무전담교사를 2명 두어 그들은 담임을 맡지 않고 교과전담을 하면서 주당 8시간 정도 수업을 맡으면서 교감과 함께 학교의 업무들을 전담하기 때문에 담임교사들은 교무업무를 전혀 맡지 않고 학급에서의 교육과정운영과 생활지도, 상담활동 등 어린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이 학교로 발령을 받고 온 강동원 배움지원부장이 전했다.

"지난 2월 26일과 27일의 혁신학교비젼을 세우기 위한 워커숍에서는 열띤 토의 끝에 '존중하고 배려하며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배움'이라는 학교 비젼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하면서 앞으로 수시로 내부 논의를 하면서 학교 교육계획을 세우고, 교육과정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이제 3월부터야 본격적인 혁신학교의 길을 가기 위하여 교장, 교감, 교사들로 구성되어 있는 교무회의에서 교장이라고 예외없이 모두 동등한 입장에서 종달초 교육에 대한 고민들을 해 갈 것이다."

학급당 인원이 8-10의 작은 학교지만 오래 역사와 전통 속에 많은 시설들이 갖추어져 혁신학교로서의 하드웨어는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었다.
▲ 전교 학생수가 51명인 작은 농어촌 학교 학급당 인원이 8-10의 작은 학교지만 오래 역사와 전통 속에 많은 시설들이 갖추어져 혁신학교로서의 하드웨어는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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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 학교 한재문 학교운영위원장을 통하여서도 학교 사정을 들어 보았다.

- 왜 종달초등학교에서는 내부형공모제를 통하여 학교장을 선임했는가?
"지금까지 있어왔던 교장들은 1-2년 있으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거나 정년퇴임을 하여, 학교에 대한 애정과 교육적 열정 등 진정성을 많이 볼 수 없어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교장자격이 없더라도 차라리 열정적인 교사를 교장으로 모셔오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이 학부모들 사이에 돌았다."

- 현재 강순문 교장은 그런 학부모들의 뜻을 헤아려서 잘 수용하고 있는가?
"강 교장은 다른 교장들과 달리 아예 종달리에 집을 얻어서 살면서 학부모들과 자주 어울리기도 하고, 마을 행사 등에도 잘 참석하여 학부모들과 마을 사람들의 의견을 잘 들으려고 하고 있다. 학교를 마을 주민들의 문화센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하였더니, 유휴교실들을 이용하여 그런 공간으로 제공해 주고 저녁 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주기로 했다."

- 학부모들의 학교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제공되고 있나?
"학부모들도 학교 교육과정 수립에 직접 참여할 수 있습니다. 3월 둘째주에는 학교 교육계획수립을 위하여 학교장은 물론 선생님들과의 워크숍도 예정되어 있다."

- 평교사 출신인 강 교장이 학부모들과 의논하여 혁신학교 신청을 하고 올해부터 혁신교육을 하기 위해 진력하겠다고 하는데, 학부모들의 의견은?
"학부모들과 의논하여 혁신학교 신청을 하였고, 혁신학교는 공부, 공부하지 않고 체험중심이면서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재미있게 학습을 할 수 있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학교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혁신학교란 무엇이며, 어떤 원리에 의하여 운영이 되는지, 수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제주형 혁신학교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 제주형 혁식학교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리플레트 혁신학교란 무엇이며, 어떤 원리에 의하여 운영이 되는지, 수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제주형 혁신학교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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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이석문 교육감 체제가 들어서면서 제주형 혁신학교가 어떤 지향을 갖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혁신학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제주도교육청 교육기획실 장학지원과의 이강식 장학사를 통하여 제주형 혁신학교(다 혼디 배움학교)에 대하여 들어보았다.

- 2015학년도 현재 제주형혁신학교는 몇 개 교이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
"이번 2015학년도에는 종달초, 애월초, 수산초, 납읍초, 무릉초중학교 등 5개교를 지정하였는데, 앞으로 연차적으로 5개교씩 늘려서 제주 180여 개교 중 10% 정도까지 혁신학교로 지정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 대부분 다 초등인데, 중고등학교는 혁신학교로 지정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다. 제주중앙고 등 중고등학교들도 혁신학교 지정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곳들이 있다."

-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특별히 예산이 지원되는가?

"첫해에 4천만 원, 두 번째 해에 3천만 원, 세 번째 해에 2천만 원 등 특별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 이석문 교육감이 진보교육감으로서 제주 지역 사회와 교사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한가?
"교육감으로 선출될 당시만 해도 과반의 지지를 받지를 못하고 당선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제주교육이 지나치게 성적 과 경쟁 중심의 수월성 교육에 치우쳐 있었는데, 이교육감의 혁신적인 변화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들이 높아지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미래사회에 대비하여 고교교육체제를 바꾸는가 하면, 교사들 근무 여건 개선과 창의적 이고 배움 중심의 혁신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얼마전 제주 지역의 한 언론의 평가를 보면 취임 초기보다 긍정적인 평가가 많이 상승된 결과가 나와 지금은 제주도민들의 과반이 넘는 지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라서 우리나라의 다른 시도들과는 교육의 자율성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떠한가?
"다른 시도에는 폐지된 교육의원 선출 제도도 남아있고, 내부형공모제도 다른 시도들과 달리 평교사가 진출할 수 있는 비율이 높아 종달초만이 아니라 무릉초중학교도 평교사가 교장으로 진출하였다. 대학교육도 교과부의 지휘감독을 받는 것을 제주특별자치도로 위임되어 있는 등 제주특별자치도 조례에 의하여 특별히 규정되어 있는 내용들도 많다."


태그:#제주특별자치도, #혁신학교, #종달초등학교, #강순문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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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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