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규칙 안에서 맨 몸으로 싸워 누가 더 강한지를 결정하는 거친 스포츠 종합격투기(MMA)는 '태생적으로' 남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종목이다. 각 격투 단체에서는 MMA가 야만적이라는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격투팬들은 피가 나고 멍이 드는 상황에서도 승리를 위해 전진하는 남자들의 피끓는 투혼에 열광했다.

물론 MMA에도 여성부 경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도 '미녀파이터' 송가연을 비롯해 송효경, 박지혜 등이 MMA파이터로 활약하고 있지만 여성부의 경우 선수층이 얇아 체급을 나누기는커녕 대회마다 상대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격투단체 UFC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지난 2013년 2월 처음 신설된 여성 디비전은 빠르게 성장해 지금은 남자부를 능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오는 3월1일(한국시각)에 열리는 UFC 184 대회는 메인 2경기가 모두 여성부 매치로 배정되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무패의 챔피언과 무패의 도전자, 둘 중 하나는 패한다

사실 UFC 184의 메인이벤트는 크리스 와이드먼과 비토 벨포트의 미들급 타이틀전이었다. 하지만 챔피언 와이드먼이 늑골부상으로 이탈하면서 UFC 184대회는 여성 파이터 특집으로 성격이 바뀌게 됐다.

UFC의 여성 디비전이 지금처럼 큰 관심을 얻게 된 계기는 역시 현 여성 밴텀급 챔피언 론다 로우지의 등장부터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 출신의 로우지는 전 경기 피니시 행진을 이어가며 UFC에 여성 디비전을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차원이 다른 유도 실력을 바탕으로 MMA 데뷔 후 8경기 연속 암바승을 거둔 로우지는 이후 타격 실력마저 일취월장하며 사라 맥만과 알렉시스 데이비스를 연속 KO로 제압했다. 두 선수를 제압하는 데 걸린 시간은 도합 1분22초였다.

여성 파이터에 대한 편견을 깬 로우지는 빼어난 외모와 스타성까지 갖추고 있어 유료시청가구(PPV) 판매율도 매우 우수한 편이다. 현지에서는 돈을 내고 경기를 봐야 하는 정규 넘버링 대회에서 여성부 매치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것도 로우지라는 확실한 티켓파워를 가진 파이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로우지와 타이틀전을 벌이는 도전자 캣 진가노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UFC 여성 밴텀급 랭킹1위에 올라 있는 진가노는 로우지와 마찬가지로 MMA데뷔 후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로우지가 가장 애먹었던 상대였던 미샤 테이트를 KO로 제압한 적도 있다.

성별과 체급을 떠나서 무패의 챔피언과 무패의 도전자가 벌이는 타이틀전만큼 격투팬들의 관심을 끄는 경기는 드물다. 분명한 사실은 UFC184 대회가 끝나면 둘 중 하나는 '무패'라는 타이틀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복싱 챔피언 홈과 재야의 여제 사이보그, 로우지를 겨냥하다

로우지가 UFC184에서 진가노마저 제압한다면 사실상 UFC여성 밴텀급을 평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로우지가 간과해선 안될 복병이 남아있다. 바로 UFC184대회의 코메인이벤트에 나서는 홀리 홈이다.

MMA 데뷔전 복서로 활약했던 홈은 복싱으로 38전 33승3무2패의 화려한 전적을 자랑한다. WBC를 비롯한 많은 단체의 챔피언 출신인 홈은 지난 2011년 MMA에 데뷔해 7전 전승(6KO)을 거두고 있다. 홈은 UFC 184에서 여성 밴텀급 14위 라퀴엘 페닝턴을 상대로 옥타곤 데뷔전을 치른다.

만약 홈이 UFC 데뷔전에서 페닝턴을 압도적으로 제압한다면 여성 밴텀급 전선에 커다란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다만 타격 일변도의 단순한 경기 스타일을 얼마나 보완했을 지가 관건이다.

여성 MMA를 논할 때는 크리스 '사이보그' 저스티노(이하 사이보그)라는 재야의 여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여성 파이터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파워를 과시하던 사이보그는 스트라이크포스 여성 페더급 타이틀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사이보그는 순식간에 지상 최강의 여성파이터라는 칭호를 얻었지만 1차 방어전을 승리로 장식한 후 스테로이드 양성반응이 나왔고 1년의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2013년 4월 인빅타FC로 전장을 옮긴 사이보그는 2경기 연속 KO승을 거두며 건재를 과시했다.

사실 로우지와 사이보그는 활동하는 단체도 다르고 체급도 다르지만 계약 체중 등의 방법을 통한 대결은 얼마든지 성사시킬 수 있다. 문제는 각 단체에서 최고의 파이터로 군림하고 있는 두 선수가 과연 패배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 빅매치를 수락할지 여부다.

UFC의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UFC에 여성 디비전이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로우지라는 슈퍼스타의 등장으로 인해 여성부 경기는 어느덧 UFC의 효자상품이 됐다. 결국 거칠고 험한 종합격투기도 금녀의 땅이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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