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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잠긴 문재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 생각에 잠긴 문재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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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호 새정치민주연합이 '경제정당' 이미지를 구축하느라 바쁘다. '두툼한 지갑론'이나 '소득주도성장론' 등의 구호는 참신한 데다 내용도 있어 보여서 시민들의 호응도 받고 있다. 이런 전략이 최근 지지율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았는지 문재인 대표는 26일 8개 경제지와 합동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강한 자신감이 뒷받침된 행보다.

이날 간담회에서의 문 대표 모습을 두고 한 언론은 "해박한 경제적 지식과 논리적인 관점을 선보여 그동안 학습이 깊게 이뤄졌음을 추측케 했다"고 보도했다. 마침 내가 전공하는 부동산 정책에 관한 질의응답이 적지 않아서, 문 대표의 경제 학습이 어느 정도 깊게 이뤄졌는지 따져볼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이를 어쩌면 좋은가? 문 대표의 기자 간담회 전문을 꼼꼼히 살펴보니 답변 내용이 부실하다.

문재인, 보유세 강화 주장하면서 종부세는 평가절하?

부자증세의 일환으로 종합부동산세를 다시 논의하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에, 문 대표는 "부동산 보유세가 강화되는 것은 가야 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 다만 종부세는 세액 전체를 지방으로 돌려서 했는데, 그 목적을 위해 재산세에 별도로 특별세처럼 만들었거든요, 그것이 저는 상당한 조세 저항을 가져왔다고 봅니다, 전체적인 일반적인 세제 속에 넣어서 법체계가 맞춰졌으면 그렇게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사실관계에서 틀렸다는 점(종부세는 특별세가 아니라 국세로 도입되었다. 그리고 재산세와 별도로 도입되었다는 사실이 조세 저항의 원인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은 차치하고라도, 보유세 강화를 주장하면서 종부세는 평가절하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점은 문제다. 한국에서 보유세 강화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대상으로 국세 보유세, 즉 종부세를 강화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보유세 강화의 당위성까지 갈 것도 없다. 문 대표가 주장하는 복지 확충을 위한 재원 마련 차원에서 보더라도, 종부세는 최우선적인 증세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 세금 중에 최고라 평가받는 토지보유세의 속성을 많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토지보유세는 경제를 활성화시킬 뿐 아니라 분배를 공평하게 만드는 효과가 크다).

종부세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외국 경제학자에 기댈 필요도 없다. "제일 안타까운 게 종부세의 실질적인 죽음이에요. 종부세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세금이에요." 국내 최고의 재정학자 이준구 교수의 말이다. 게다가 종부세를 높이는 것은 증세가 아니라 감세 철회다. 이명박 정부 감세정책의 최대 타깃이 종부세였기 때문이다.

세금 중에 가장 좋은 세금은 놔두고 법인세, 소득세 등을 운운하는 것은 틀린 수순이다. 문 대표는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국민 세금에 손댈 것이 아니라 고소득자 대기업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부자와 대기업에 초점을 맞춰 증세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종부세야말로 여기에 가장 적합한 세금이다. 그럼에도 문 대표가 종부세를 증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그가 종부세에 이처럼 소극적인 태도를 갖게 된 데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시절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은 '세금폭탄론'을 내세워 종부세에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세금폭탄론은 상당한 효력을 발휘해서 정부가 무거운 세금을 다수 국민에게 부과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그 바람에 한때 최고라고 평가받았던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은 최악의 정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문 대표가 경제공부를 하려면 먼저 참여정부 정책에 대한 검토부터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최고의 세금, 그것도 자신들이 만든 세금을 두고도 주저주저하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닌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검토 먼저해야

종부세 문제 외에도 문 대표의 부동산 정책관에는 허술한 점이 많이 보인다. "대표님이 생각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의 큰 그림은 어떤 것인지"라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도, 내려가는 것도 안 좋고, 적절히 잘 유지해나가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동문서답이다. 정책의 큰 그림을 물었는데 가격 이야기만 하고 끝냈으니 말이다.

현재의 부동산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여부도 따져볼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정책의 기본 철학이나 주요 수단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좋은 정책을 준비해 놓고도 간담회 자리에서 미처 말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아직까지 정책을 준비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만일 후자라면, 문재인의 새정치연합은 '경제정당'의 면모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기자 간담회에서는 시장과 정책의 관계에 대한 문 대표의 인식이 얕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전·월세 문제가 굉장히 심각합니다, 백약이 무효고 어떤 정책도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는데, 민생·서민이 고통 받는 사안에 대해 정치권이 합심해서 뭘 내놔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받고, 문 대표는 "아니 정책으로 못할 일이 있나요? 전·월세 가장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면 전월세상한제도 할 수 있죠. 정부가 의지를 가지면 못할 정책이 뭐가 있나요? 강남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라가면 최고의 대책 강구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정부 정책은 뭐든지 할 수 있는 거예요, (…) 정부 정책으로 못할 것 없어요"라며 흥분해서 답했다고 한다.

정부가 정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따라서 정책은 매우 중요하지만, 결코 만능은 아니다. 특히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는 정책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거나 부작용을 낳기 십상이다. 좋은 경제정책은 시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한다. 문 대표가 정책만능주의 식 답변을 했다는 사실이 꺼림칙하다.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곁에 있다면 이런 내용을 문 대표에게 가르쳤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은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자들이나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는 다음의 인식이 퍼져 있다. "직접 가격과 씨름하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좋은 정책을 많이 펼치고도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이 실패 판정을 받은 것은 직접 가격과 싸웠기 때문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집값은 잡겠다." 누구의 말일까?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다. 대통령을 필두로 참여정부 인사들이 이런 식의 발언을 쏟아낸 바람에, 2006년 부동산 값이 다시 폭등하자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은 참담한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문재인 대표에게 권고한다. 종부세 도입, 공공임대주택 확충, 개발이익 환수제도 강화 등의 부동산 정책과 복지국가 패러다임 제시 등은 모두 노 대통령을 본받으시라. 하지만 가격과 씨름하며 시장과 맞서는 태도를 보였던 점만은 노 대통령을 따르지 마시라. 그것이 참여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펼치면서 범한 유일한 실책이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허핑턴포스트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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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헨리 조지 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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