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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정치 관련법 개정 의견은 사실상 오는 2016년 총선의 출발을 알리는 총성과 같다.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구 제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대대적인 선거구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선관위가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지만, 선관위가 먼저 제시한 안을 무시할 수는 없다. 결국 선관위가 논의의 기본적 틀을 내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선관위가 내놓은 의견의 핵심은 지역구 의원을 현재 245명에서 200명으로 축소하고, 비례대표 55명을 100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비례대표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로 뽑는다. 이와 함께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가 비례대표 후보에도 등록해 일정 비율 이상의 득표를 할 경우 비례대표가 되는 소위 '석패율제'도 포함됐다. 여기에 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와 투표 11일 전 후보자 사퇴 금지 등의 내용도 제기했다.

이 같은 내용은 기존의 거대 양당(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보다는 제3정당에게 유리한 방향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재의 소선거구제에서 양당이 맞붙을 경우 제3정당에 대한 지지가 '사표 심리'로 왜곡될 수 있지만, 권역별 비례대표를 선출할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지지를 얻더라도 의석 확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진보 정당들이 비례대표 확대와 권역별 비례대표 선출 제도 도입을 주장해 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선관위의 이 같은 정치 관련법 개정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그동안 선거법 개정 논의와 달리 어느 정도 이번 선관위 안은 핵심에 다가갔기 때문에 전향적인 태도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석패율제도, 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 투표 11일 전 후보자 사퇴 금지와 같은 조치에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선관위가 고려하지 않은 결선 투표제 도입을 강조했다.

"결선 투표제로 정확한 민심 확인해야"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심상정 원내대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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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원내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국민 경선)와 관련해 "당원을 몇 퍼센트, 국민을 몇 퍼센트로 경선을 치를 것인가, 이런 경선 룰을 각 정당이 알아서 정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오픈프라이머리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직 후보자의 공천권을 국민에게 주는 것은 정당으로서 책임 정치에 어긋나고, 정당의 고유 권한을 침해해 정당의 자율성을 해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선관위는 대선과 총선, 지방 선거 등을 대상으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고, 경선일은 선거별로 같은 날을 법정화하기로 했다. 대선을 제외하고 국회 교섭 단체 중 어느 한 정당이라도 참여하면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럴 경우 각 정당이 같은 날 전화 여론 조사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현재 진성당원제를 도입하고 있는 정의당은 그동안 전당원 투표를 통해 후보자를 선출해 왔다.

심 원내대표는 석패율제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독일 역시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비례대표에도 이름을 올린다, 하지만 그건 지역구 의원수와 비례대표가 1:1 정도 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이라며 "지금 현재의 낮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두고 석패율제를 도입하면 지역 선거에서 떨어진 명망가들이 복귀하는 자리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명망이 높은 사람이 비례대표 득표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심 원내대표는 결선 투표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다. 결선 투표제는 최다 득표자가 과반을 넘지 못했을 경우 1·2위 득표자가 다시 한 번 선거를 치르는 것을 말한다. 그는 "양당제 정치 구조가 작동하면 대안적 요구가 있어도 그것이 수용되지 못한다"면서 "다원화된 사회에서 타협과 협력의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연합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서는 민주주의를 확장하기 위한 틀로 연합 정치를 펼친다"며 "승자독식 구조를 완화할 수 있는 연합 정치를 위해서라도 결선 투표제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비제도적으로 후보 단일화와 야권 연대가 이뤄지기 때문에 연합 정치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며 "결선 투표를 하게 되면 국민의 지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만큼, 그것을 기반으로 정책 협조와 권력 분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로만 상생과 타협의 정치가 아닌, 정치 리더들만의 정치가 아닌, 국민의 이해관계를 근거로 상생의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의당은 이후 선거 제도 개편과 관련한 연속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다음 달 2일 국회에서 열리는 <중앙선관위 선거제도개편안 관련 긴급토론회>가 시작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심 원내대표를 비롯해 장재영 중앙선관위 법제과장,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과 홍성걸 국민대 교수,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태그:#심상정, #선관위, #석패율, #오픈프라이머리, #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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