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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수습한 희생자 유해. 약 10여구로 추정되고 있다.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수습한 희생자 유해. 약 10여구로 추정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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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유해 발굴 공동조사단이 유해 매장 일부부지에 대해 대전시와 동구청에 현장 보존을 요청하기로 했다. 또 발굴된 유해는 보존처리 후 현장에 있는 컨테이너박스에 안치하기로 결정했다.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 5일째인 27일 오전 11시. 긴급대표자회의가 소집됐다. 발굴현장에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과 '한국전쟁기 대전 산내 민간인학살 유해 발굴 공동대책위원회'(대전지역 19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모였다. 애초 계획한 유해발굴기간이 막바지에 이르렀는데도 유해가 계속 드러나자 향후 발굴계획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우선 박선주 유해발굴팀장(충북대 명예교수)과 김민철 총괄집행(민족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유해발굴을 해온 구덩이 밖 지역에서 유해가 드러나고 있지만 일정상 더 이상 발굴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해발굴조사단은 구덩이 단면마다 유해가 박혀 있어 구덩이 크기조차 가늠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김종현 산내유족회장은 "정말 드러난 유해를 되묻을 수밖에 없느냐"며 안타까운 속내를 토로했다. 이어 "가까운 시일 내 다시 유해발굴을 재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유해매장지에 더 이상 농작물을 경작하지 않도록 하고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해매장 추정지에는 수십 년 동안 농사를 짓고 있고 한편에는 개와 닭사육장까지 들어섰다. 이 때문에 농사를 지을 때마다 유해가 드러나 유실되거나 훼손되고 있다.

공동조사단과 공동대책위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무관심을 성토했다. 이대식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 위원장은 "당장 관할 대전시와 대전동구청이 나서 현장보존에 나서야 한다"며 "또 다시 외면한다면 대전지역 시민사회와 함께 강도 높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시와 대전동구청은 유해발굴조사단이 유해발굴 현장에서 사용할 임시화장실 설치 요청을 예산부족을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발굴기간동안 수습한 유해는 모두 현장 컨테이너에 안치해 보관하기로 했다. 이규봉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의장(공대위 자문위원)은 "현장에서 발굴된 유해는 현장에 안치하는 게 맞다"며 "이후 인권교육체험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종현 유족회장 "드러난 유해 다시 묻어야만 하나"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 5일째인 27일 오전 11시.  유해발굴 공동조사단과 유해 발굴 공대위가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이들은 대전시와 대전 동구청에 유해매장 추정지에 대한 현장보존을 요청하기로 했다.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 5일째인 27일 오전 11시. 유해발굴 공동조사단과 유해 발굴 공대위가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이들은 대전시와 대전 동구청에 유해매장 추정지에 대한 현장보존을 요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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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발굴 3일 째인 25일 대전 산내 골령골유해발굴 현장. 가로 약 3mx 세로 약 8m 구덩이에 유해가 즐비하다.
 유해발굴 3일 째인 25일 대전 산내 골령골유해발굴 현장. 가로 약 3mx 세로 약 8m 구덩이에 유해가 즐비하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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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또 대전시와 대전 동구청에 미처 수습하지 못한 나머지 유해의 발굴을 위한 방안을 수립할 것도 요구하기로 했다.

공동조사단과 공동대책위는 오는 1일 오전 11시 30분, 이같은 내용과 함께 유해발굴 현황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한국전쟁유족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4·9통일평화재단, 포럼진실과정의, 장준하특별법제정시민행동)과 '한국전쟁기 대전 산내 민간인학살 유해 발굴 공동대책위원회'(대전지역 19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3일부터 대전 산내 골령골(대전시 동구 낭월동 산 13-1번지)에서 오는 3월 1일까지 7일간 일정으로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에 걸쳐 국민보도연맹원과 재소자를 대상으로 대량 학살(1차 : 6월 28~30일 1400명, 2차 : 7월 3~5일 1800명, 3차 : 7월 6~17일 1700~3700명)이 벌어졌다. 당시 희생자들은 충남지구 CIC,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살해됐다.


태그:#대전 골령골, #매장발굴, #현장보존, #민간인학살, #재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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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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