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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 위 가족. 빨간 스키의자와 지지대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얼음 위 곳곳에 비치해놨다.
 얼음 위 가족. 빨간 스키의자와 지지대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얼음 위 곳곳에 비치해놨다.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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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운데 갓난아기를? 몇 개월이야?"

쉼터에서 만난 젊은 부부의 유모차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응. 어제 부로 딱 3개월."

담요에 둘러싸인 아기는 곤히 잘도 잔다. 하얀 입김을 내뿜던, 아기의 언니는 벙어리 장갑을 꼼지락거리며 다섯 살이라고 말했다. 아침 뉴스에서 오늘 체감기온은 어제보다 좀 오른 영하 25도라고 했다. 이 강추위 속 꽁꽁 언 강 위는 개를 데려온 사람, 아이스하키 스틱을 들고 온 아이들, 눈자전거를 끌고 온 이들로 북적거린다. 캐나다 위니펙(Winnipeg)의 휴일 아침 풍경이다.

2월 16일, 미국의 대통령의 날 겸 캐나다 가족의 날 연휴에 캐나다 위니펙을 다녀왔다. 위도로 따지면 서울이 37도, 내가 사는 미국 노스다코타주 파고는 46도, 캐나다 위니펙은 49도이다. 파고에서 북쪽으로 3시간가량 운전해 올라간 날, 파고를 비롯한 위니펙엔 체감 온도 영하 39도의 'Extreme Cold Warning(강추위 경고)'가 내렸다.

실내에 주차한 차들은 벽에 장착된 전기코드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할 정도로 밤 기온은 더 무섭게 떨어졌다. 그런 도시 한편에서는 보야져축제(Festival du Voyageur)가 벌어지고 있었다. 눈썰매는 물론 봅슬레이 같은 겨울 스포츠를 만끽할 수 있는 야외축제이다. 곳곳에 천막이 설치돼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한 이 야외축제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강가에 있는 소박한 쇼핑몰 주변에도 차들이 가득하다. 근처 박물관에 무슨 행사가 있나 싶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케이트를 메고는 강쪽으로 내려갔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레드리버가 폭 10m에 달하는 자연 스케이트장이 돼 있던 것이다.

 길이 1.5km에 달하는 위니펙 레드리버 스케이트장,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돼 하루 평균 5000여 명이 이용한다.
 길이 1.5km에 달하는 위니펙 레드리버 스케이트장,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돼 하루 평균 5000여 명이 이용한다.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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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겨울이 되면 위니펙시는 정빙기를 이용해 바닥을 다져 만든 얼음판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넓은 스케이트장 곳곳에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한 쉼터를 마련하고, 초보자도 즐길 수 있게 스키 의자며 안전바를 놓아둔다. 모두 무료다. 내가 본 가장 크고 넓은 스케이트장이다.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소속으로 이 지역 최고 인기 팀인 위니펙 제트(Jets)가 정기적으로 연습을 할 정도로 얼음의 질도 좋다. 제트의 연습이 끝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스케이트장은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위니펙에는 동네 공원마다 잘 관리된 소규모 스케이트장이 있다. 지역의 특성에 맞게 주민들이 음료수를 제공하거나 모닥불과 쉼터를 지어 운영하는 터라, 굳이 스케이트를 타기 위해 시내까지 나올 필요는 없다. 이런 환경이니 위니펙 시민들은 자전거 타듯 누구나 빙상 스포츠를 즐긴다. 그런 까닭일 것이다. 인구 60만의 위니펙에서 배출한 캐나다 국가대표 올림픽 선수만 130명이 넘는 이유가. 

인구 60만 위니펙에서 올림픽 국가대표 130명을 배출한 까닭

지난해 2월 소치동계올림픽 당시, 미국에서 최고 화제가 된 경기는 러시아와 미국이 붙는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였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까지 직접 관람해 화제가 된 그 경기에서 미국은 승부치기 끝에 러시아에 역전승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트윗까지 하며 환호한 이 승리의 주역은 T. J. 오시(T. J. Oshie) 선수. 미국의 하키타운이라고 하는 미네소타 워로드(Warroad) 출신이다(관련기사 : 러시아 국민들이 억울해한 경기, 이 팀 때문).

워로드 출신의 아이스하키 선수 두 명을 포함해 미네소타 전역에서 19명의 선수가 미국 대표로 소치동계올림픽에 나갔다. 지난 연말에 방문한 미네소타 둘르스(Duluth)는 미국 겨울 스포츠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에선 1908년 부터 스키 토너먼트 대회가 열렸을 정도로 겨울 스포츠는 삶의 일부이다.

내가 사는 파고도 추운 동네다. 3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한 친구가 말했다.

"여긴 9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 겨울이야."

그래서 70대 할아버지가 집 앞에서 출발해 크로스컨트리 스키로 어디를 찍고 왔다는 걸 자랑하는 동네다. 요즘은 2월 26일부터 시작한 '노스다코타 고등학생 아이스하키 대회'로 동네가 떠들썩하다. 노스다코타 지역 20개 학교가 출전한 이번 대회는 전역에서 온 사람들로 매경기 북적거린다. 장사가 되니 지역 방송과 신문도 덩달아 중계로 바쁘다.

한 번은 차를 몰고 가다 동네 구석에서 'Curling(컬링)'이라 쓰인 건물을 발견했다. 낡은 외양처럼 건물 안의 의자나 탁자들도 50년은 넘었음직해 보였다. 저녁 무렵이었는데, 남녀 노소 편을 짜 진지하게 컬링을 연습하고 있었다. 집중력을 요하는 경기니만큼 매우 조용했다. 내가 보기엔 저녁 먹고 놀러온 사람들 같아 보였는데, 20대 초반 여성으로 구성된 파고 컬링팀은 여러 번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최강팀이라 한다. "나도 연습 좀 해서 '우리' 평창 올림픽이나…"라고 말하려다, 그들의 수준을 보고 얼른 생각을 바꿨다.

이렇듯 겨울 스포츠가 생활인 그들에게 올림픽에 대해 물어보면 대답은 이구동성이다.

"올림픽? 그 비싸고 번잡한 걸 왜 하니?"

'올림픽 도시' 명예 버리고 자연과 세금 지킨 미국 덴버

 강추위속 산책하는 사람들
 강추위속 산책하는 사람들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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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사람으로 강원도로 시집간 나는 시댁인 강원도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소식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특히나 지난 주 캐나다 위니펙을 다녀온 후로, 관심은 걱정으로 바꼈다. 강원도가 점점 따뜻해져가는 것 같다는 시어머니와의 며칠 전 전화통화엔 한숨이 나왔다. 울울창창 아름답고 자랑스럽던 가리왕산을 파헤쳐 스키 활강 경기장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엔 눈물까지 찔끔 나왔다. 위니펙, 미네소타, 파고 등지에서 접한 '천연, 무료, 일상, 전통' 등과 너무나 비교되기 때문이었다.

동네 학교 운동장을 누비던 아저씨, 아줌마, 꼬마, 군인들의 조기축구, 동네축구, '군대스리가'들이 있었기에 2002년 한일월드컵이 있었듯, 동계올림픽도 그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저녁 먹고 컬링 한 판 뛰고 오고, 아이스하키 스틱 들고 엎치락 뒤치락 퍽치기 몇 번 하고, 집 앞 언덕에서 열심히 스노보드 연습하고, 할머니들이 팀을 짜 크로스컨트리 스키 대회에 참가하는 그런 분위기 말이다.

스케이트 날 한 번 만져보지 못하고 스키 스틱 한 번 잡아보지 못하신 우리 시어머니 시아버지 같은 분들에게 동계올림픽이란, 고생만 죽어라 하고 떡 한 점 입에 못 넣는 부잣집 남의 잔치인 것이다.

캐나다의 경우 캘거리(1988년)와 밴쿠버(2010년)에서 동계올림픽을 치렀다. 두 군데 모두 해발 4800m 록키산에 가까운 지역으로, 이미 올림픽 전에 밴프나 휘슬러 같은 세계 최고의 스키 리조트가 들어서 있던 곳이다. 캘거리에서 3년간 거주한 지인은 올림픽 후 경기장과 모든 시설들이 100%에 가깝게 이용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한다.

본인도 다른 시민들처럼 캘거리 대학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배웠고, 올림픽 파크에선 저렴한 가격으로 딸과 스키를 배웠다. 특히나 캘거리 대학 빙상시설은 한국의 쇼트트랙을 비롯한 빙상 국가대표 선수들이 매년 여름 전지훈련을 올 정도로 올림픽 이후에도 여전히 잘 운영되고 있다. 원래 있던 경기장을 올림픽을 계기로 더 잘 꾸며, 20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의 국가대표들을 불러 모으고 있으니 말이다.

밴쿠버동계올림픽의 경우, 올림픽이 끝나고 무려 4년 만인 작년 7월 최종 회계보고서가 나왔다. 개최 전부터 11년간 밴쿠버동계올림픽의 전반을 관리한 밴쿠버올림픽조직위원회(VANCO)는 '밴쿠버동계올림픽은 적자도 흑자도 아닌 손익분기점을 맞췄다'고 감격스레 발표했다.

하지만 지역 언론의 비난은 냉혹하다. 장부상 적자가 없다 해도 올림픽 선수촌 분양 관련 업체의 파산 등으로 밴쿠버시에 우리 돈으로 최소 10억 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는 여전히 밴쿠버 주택시장을 불안하게 한 원인이고 실제로 시 재정과 시민들의 재산에 손해를 끼쳤다는 비난이다. 

'불안 불안' 평창, 독보적인 올림픽으로 기억될 단 하나의 방법

 1926년 1월에 열린 Chester Bowl 스키 점프 경기를 둘루스 사람들이 모여 구경하고 있다.(CBIC (Chester Bowl Improvement Club))
 1926년 1월에 열린 Chester Bowl 스키 점프 경기를 둘루스 사람들이 모여 구경하고 있다.(CBIC (Chester Bowl Improvement Club))
ⓒ CB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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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밴쿠버 지역 언론이 비난하는 이 정도의 손실은 현재 강원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한 듯하다. 매년 1000억 원의 강원도 지방채를 발행해 2018년이 되면 1조 원 빚더미 올림픽이 될 거란 분석엔 앞이 깜깜하다. 새로 짓고 있는 국제 규모 경기장에 대한 사후활용 방안이 '철거'라는 답변은 할 말을 잊게 한다.

55조 원짜리 소치 동계올림픽을 치른 후 휘청대는 러시아 얘기는 굳이 하지 않겠다. 그리스 경제위기의 원흉으로 꼽히는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 얘기는 지겨울 것 같다. 1972년 11월 미국의 덴버 주민들은 투표를 했다. 2년 전 스위스, 핀란드, 캐나다를 제치고 거머쥔 1976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시 정부가 "50억 원"의 채권을 발행하는 것에 대한 투표였다.

개최가 결정될 당시만 해도 덴버 시민들은 기뻐하며 흥분했지만 2년여를 준비하며 그들은 깨달았다.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선 많은 돈을 써야 하고 환경을 파괴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들은 'No-Olympic-In Denver(덴버 올림픽 반대)' 운동을 벌였고 결국 투표는 40:60의 결과로 채권 발행을 부결, 개최권을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반납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미국의 대표적인 스키 휴양지 콜로라도주 덴버는 올림픽 개최도시라는 명예를 잃는 대신, 아름다운 자연과 주민들의 세금을 지킬 수 있었다. 더불어 덴버는 지금 미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전지훈련장으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러시아만큼 부자도 아테네처럼 상징적인 도시도 아닌 평창은 과연 덴버처럼 '노(No)'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망하지 않을 방법을 짜내야 한다. 지난 1월, IOC 평창 올림픽 조정위원장 린드버그(Gunilla Lindberg)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분산개최'를 제안했다.

노련한 스웨덴 출신의 이 위원장도 현재 강원도의 진행 과정에 우려하고 낸 제안이었다. 없는 시설 새로 짓고 부수는 대신, 동아대 정희준 교수의 제안처럼 설치 유지비용이 많이 드는 슬라이딩 센터는 나가노에 넘기고 아이스하키는 기존의 태릉과 목동 구장을 이용한다. 그 자체로 보고인 가리왕산을 깎는 대신 용평과 덕유산의 활강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특히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에 스노보드 종목 하나 맡기는 것, 그것은 어떤 비싼 이벤트보다 세계의 눈과 귀를 잡아 끌 수 있는 경제적이며 효율적인 카드이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의구심을 가졌을 선수들과 기자들의 눈과 입을 통해 오히려 안전과 긴장완화를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그것만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독보적인 올림픽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기념촬영하는 남북한 여자축구 '우리는 하나다' 1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북한 축구대표팀 선수들과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기념촬영하는 남북한 여자축구 '우리는 하나다' 지난해 10월 1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북한 축구대표팀 선수들과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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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한 남북한 여자축구 선수들 1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북한 축구대표팀 선수들과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 어깨동무한 남북한 여자축구 선수들 1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북한 축구대표팀 선수들과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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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인천 아시안 게임이 준 힌트를 얘기하고 싶다. 바로 여자축구 시상식 장면. 각자 동메달과 금메달을 딴 스무 살 또래의 남과 북 어린 선수들이 처음엔 어색하게, 나중엔 호기심과 친밀감을 느끼며 사진을 찍고 묻고 얘기하고 작별하는 장면이었다. 아시안게임의 엄청난 적자를 잊을 수 있을 정도로 가슴 뜨거웠던 장면이었다. 그런 모습을 세계인에게 보여주면 된다. '평화'와 '화해'라는 이슈는 위니펙이나 미네소타, 캘거리나 덴버, 그 어느 부자 도시도 따라 할 수 없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평생 농사밖에 모르시는 순박한 우리 시부모님, 그 분들이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고도 오랫동안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지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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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시민 기자. 현 오마이뉴스 북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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