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평화통일에 이바지하고자차가운 봄바람 속에 멀리 일본 도쿄에서 울린 <종소리>가 대한 해협 건너 강원도 내 집까지 들려왔다. 이번 <종소리>는 2015년 1월 신년호로 61번째 펴낸 시지(詩誌)다. 1997년 봄, 일본에 사는 동포 시인 정화수, 김두권, 정화흠, 오상홍, 김학렬, 홍윤표, 김윤호 등이 '우리 시문학 연구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한 번씩 모여 작품 합평회를 가졌다. 2년 가까이 지속된 이 모임에서 나온 결론이다.
첫째, 희박해져가는 재일동포들의 민족성을 고수하고, 민족문화를 보급하는 창작활동을 활발히 벌여 작은 힘이나마 조국의 평화통일에 이바지한다. 둘째, 작품 주제를 확대하여 재일동포는 물론 남과 북의 독자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창작한다.셋째, 누구나 알 수 있는 시를 창작하며 번역에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작품을 쓴다.넷째, 시지는 계간으로 하며 그 이름은 <종소리>로 한다.다섯째, 정화수 시인을 대표로 선출한다.그리하여 2000년 1월에 <종소리> 창간호를 펴냈다. 대표 정화수 시인은 <종소리> 창간호의 첫 '종소리'를 크게 울렸다.
종소리 정화수한 번 치면오래 오래도록멀리 멀리에까지은은히 울리는 종소리캄캄한 밤일수록한결 더 절절히 고하는 듯가슴 속에 스며드는신기한 울림그 어떤 이변도 알리고시간과 새해도 알리는 종소리인류가 처음 울린 것은수 천 년 전 경종이었다마귀를 쫓기 위한 경종해가 가고 세월이 바뀌어새 세기 새 천년 대를 맞는송구영신의 분기점여기서 인류는그 어떤 종소리를 울려야 할 것인가문명과 야만이 교차한 20세기지구촌 이웃들을 가장 괴롭히고가장 귀중한 사람들을가장 많이 살육한 살인의 결정점(結晶點)20세기를 보내면서세상의 사악(邪惡)은 구세기에 실어 보내고억울하게 간 이들에게명복을 비는 종을 울리고 싶다마음속에 남은 이들에게찬양의 종도 울리고 싶다뭇 귀신 외세들 죄다 내쫓고남과 북, 해외가 함께 눈 뜨는 종화음을 이루며 얼싸안을세기의 종소리 울리고 싶다평등과 평화, 평안을 부르며희망을 안겨주는그런 종을우리는 울리고 싶다이후 <종소리>는 매 계절마다 한 번도 빠짐이 없이 그새 61번을 울렸다. 현재 시지 대표는 제주 출신의 오홍심 선생이 맡고 있다. 이번 61호에는 리방세, 김두권, 오홍심, 서정인, 김경숙, 손지원, 허옥녀, 김성철, 김애미, 리금순, 진승원, 장혜명, 박태진, 채덕호, 김정수, 김윤호, 정화흠 등 재일동포 시인뿐 아니라 국내 홍일선, 정용국, 이승철, 정한길 시인, 그리고 베이징의 김철 시인 등의 주옥같은 작품이 실려 있다. 그 가운데 재일동포 김정수 시인의 '겨레말큰사전' 한 수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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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에서 시지 <종소리> 제50호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뒷열 왼쪽부터 정용국, 오홍심, 정일구(고 정화수 시인 장남), 김두권, 홍일선 앞열 김윤호, 박도, 정화흠, 김정수 시인) |
ⓒ 오홍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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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말큰사전 김정수이게 정말 꿈 소식이 아니고무엇이람눈물의 기나긴 분단 세월 속에도한 겨레 한 마음은 살아있어<겨레말큰사전>이 나온단다백두 한라의 예지를 모아그날엔 그날엔첫아기의 출생 그때처럼너를 품에 꼭 안고뱅글뱅글 춤추며 돌고 돌 테야'낙지'와 '오징어'는 어떻게 풀었고'일없다'는 또 어떻게 풀었을까하루 한 폐이지씩 펴보면내 생전에 끝을 볼까조상의 슬기 세상하늘에 빛 뿌리는우리 넋 보배 말마저도분열의 상처에 울었으니분단 일흔 해 얼어붙은 산하를 훈훈히 녹여주는 봄바람 꿈 사전통일해돋이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