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취업 동아리 ○○○에서 상반기 공채 대비 4기 신입 회원 모집합니다.'
'시사상식 스터디원 충원합니다.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옹호하고 대기업에 거부감 없으신 분만!'

요즘 대학 게시판에서 볼 수 있는 이 게시물들은, 대학가가 얼마나 취업난을 온 몸으로 경험하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대학생활의 꽃'인 동아리 활동이 점점 단기목적 지향의 취업·시사 동아리에 자리를 내주고, 심지어 기업논리까지 내면화시켜야 살아남는 슬픈 현실이랄까요.

가만히 살펴보니 냉이 꽃 한 송이가 피어 있다 울타리 옆에! ― 바쇼(1644~1694)
 가만히 살펴보니 냉이 꽃 한 송이가 피어 있다 울타리 옆에! ― 바쇼(1644~1694)
ⓒ 이화, 흐드러지다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살아도 좋은 것일까? 허무한 마음으로 캠퍼스를 거닐다, 우연히 돌아온 봄꽃을 발견합니다. 마치 옛 친구가 말을 걸어오는 듯, 잊고 살았던 진실한 관계를 붙잡는 행운이 될 것만 같습니다.

지금부터 소개드릴 전통문화 동아리들이 그런 옛 친구들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전통문화는 '관계'를 중시할 뿐 아니라, 속성으론 결코 흉내낼 수 없는 훌륭한 인간성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를 특히 대학 신학기를 맞아 설렐 신입생, 잠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재학생과 졸업생 여러분들께 바칩니다.

경복궁에 핀 경이로운 꽃, '이화, 흐드러지다'

화창한 고궁 한복판, 단아한 자태를 뽐내는 한복 숙녀들이,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출사를 나온 이화여대 한복동아리 '이화, 흐드러지다'입니다.

종종 사진촬영 요청 때문에, 다음 장소로 이동도 못하고 궁 아르바이트생으로 착각되기도 한다니, 그 인기가 실감이 납니다. 외국인들을 매료시키는, 한복의 아름다움... 그것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이윤정 학생 등은 ‘한복놀이단’의 지원으로 ‘한복 입는 날’, ‘설날엔 한복 입을 거양’ 등의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학우들에게 한복을 빌려주고, 기념촬영도 해줘 캠퍼스에서 높은 호응과 공감을 얻는다. 이들은 “한복 대중화 노력은 단순히 ‘한복을 생활화하자’는 뜻이 아니라, 현재에도 유의미한 정신문화를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한복의 (비용 상의) 접근한계를 안타까워하며 “좀 더 대중적인 가격의 한복이 생겼으면 좋겠고, 전통행사 등에서의 할인혜택 등 한복을 진흥하기 위해 더 많은 정부 등의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윤정 학생 등은 ‘한복놀이단’의 지원으로 ‘한복 입는 날’, ‘설날엔 한복 입을 거양’ 등의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학우들에게 한복을 빌려주고, 기념촬영도 해줘 캠퍼스에서 높은 호응과 공감을 얻는다. 이들은 “한복 대중화 노력은 단순히 ‘한복을 생활화하자’는 뜻이 아니라, 현재에도 유의미한 정신문화를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한복의 (비용 상의) 접근한계를 안타까워하며 “좀 더 대중적인 가격의 한복이 생겼으면 좋겠고, 전통행사 등에서의 할인혜택 등 한복을 진흥하기 위해 더 많은 정부 등의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이화, 흐드러지다

관련사진보기


오늘날 한복을 쉽게 볼 수는 없습니다. 전통의상을 평소에도 자주 입는 일본에 비해, 우리는 주로 명절이나 경조사 때만 한복을 입습니다. 산업화가 급히 진행되면서, 경쟁사회에 뒤지지 않으려고 의생활이 폭이 좁고 날렵한 옷으로 변모해왔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신라호텔 한복출입 금지 사건은 이러한 세태를 잘 보여줍니다(관련기사: 이부진 사과하게 만든 신라호텔 '황당사건'). 물론, 한복은 폭이 넓어 활동에 불편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한복 특유의 넉넉함이기도 합니다. 급히 움직이기보다 옆을 좀 더 돌아보며 행동거지를 다스리는 조상들의 '공동체적 삶의 철학' 입니다. 또한, 물빛, 살구빛, 녹빛 등... 다양하고 포용력 있는 색상들과 선의 조화는 한복의 아름다움의 원천이 됩니다.

다양한 색감은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룹니다. '이화. 흐드러지다' 학생들이 출사를 나갈 때마다, 경관과 너무 잘 맞아떨어져 그 힘에 새삼 놀라는 이유입니다. 한복이라는 꽃이 우리에게 다가와 속삭이는 미덕, 그렇게 환기되는 잊었던 가치는 바로 '조화'인 것 입니다.

경쟁이 아닌 조화가 목표를 명중시킨다, '쏜살'

활쏘기는 장소가 넓어야 즐길 수 있어, 전문적 활터를 제외하고는 장소에 한계가 있다. 이들은 안전을 항시 강조하면서 학교 간이 연습장에서 습사를 하고, 매주 토요일마다 남산 석호정에 모여 전문적 수련을 한다. 또한, 서울시에서 제공받은 서울 숲 공원부지로 시민들을 상대로 국궁체험 부스를 운영하는 등. 국궁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쉬지 않고 몰려드는 시민들에게 활 쏘는 법을 알려주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활쏘기는 장소가 넓어야 즐길 수 있어, 전문적 활터를 제외하고는 장소에 한계가 있다. 이들은 안전을 항시 강조하면서 학교 간이 연습장에서 습사를 하고, 매주 토요일마다 남산 석호정에 모여 전문적 수련을 한다. 또한, 서울시에서 제공받은 서울 숲 공원부지로 시민들을 상대로 국궁체험 부스를 운영하는 등. 국궁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쉬지 않고 몰려드는 시민들에게 활 쏘는 법을 알려주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 쏜살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이러한 가치가 우리 삶에 어떤 가능성을 이끌어낼까요? "슉슉슉!"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닙니다. 중앙대 국궁동아리 '쏜살' 학생들이 열심히 '국궁' 수련을 하는 소리입니다. 활쏘기는 남녀노소 재밌고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기예이지만, 그 완성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세, 호흡, 마음가짐 등... 활을 쏘기 전 짧은 순간에도 조화시켜야할 요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쏜살 회장 양연석씨는 말합니다.

"국궁의 경지는 몸과 마음이 균형을 이루었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자세는 바르게 잡았는데, 마음이 불안정하면 화살이 갈피를 못 잡게 되고, 마음이 바르더라도 힘이나 자세가 안 따라 주면 역시 명중할 수 없게 됩니다."

몸과 마음을 지속적으로 조화시키고, 활터로 자주 습사를 다닌 덕에 쏜살 학생들은 깊은 성장을 경험하고 자랑스러움을 느낍니다. 당황스런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헤쳐 나갈 수 있는 집중력과 패기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동료들의 우정도 돈독합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탓에 서로 책임감을 가지고 예의를 지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분위기가 경직되진 않습니다. 내기 활을 통해, 식사나 술을 걸어 친목을 다집니다. <논어(論語)>에서도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이 전통을 '사례'라고 합니다.

충북대 최석규 교수 등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중국인들에게 ‘동이족(東夷族)’이라 불렸다. 여기서 이(夷)자는 ‘잘한다’는 의미의 대(大)와 ‘활’이라는 의미의 궁(弓)의 합성어다. 결국, 동이족은 ‘동방의 활 잘 쏘는 민족’이라는 의미다. 고대부터 우리 민족은 산과 들, 자연을 패기 있게 뛰어다니며 호연지기의 기개를 함양했다고 한다. 이런 경지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으로, 국내 연구자들은 활쏘기의 교육적 효과에 주목한다. 몸과 마음의 지속적 통일 노력이, 사람의 잠재력을 현실적으로 이끌어내는 데 놀라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북대 최석규 교수 등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중국인들에게 ‘동이족(東夷族)’이라 불렸다. 여기서 이(夷)자는 ‘잘한다’는 의미의 대(大)와 ‘활’이라는 의미의 궁(弓)의 합성어다. 결국, 동이족은 ‘동방의 활 잘 쏘는 민족’이라는 의미다. 고대부터 우리 민족은 산과 들, 자연을 패기 있게 뛰어다니며 호연지기의 기개를 함양했다고 한다. 이런 경지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으로, 국내 연구자들은 활쏘기의 교육적 효과에 주목한다. 몸과 마음의 지속적 통일 노력이, 사람의 잠재력을 현실적으로 이끌어내는 데 놀라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고구려인

관련사진보기


실제로 국내 스포츠 연구자들에 의하면, 국궁에는 뛰어난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심신의 조화가 놀라운 집중력과 패기를 이끌어내고, 활터에서의 책임의식이 공동체 의식을 길러준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오랜 세월 활 잘 쏘는 민족이었고, 지금도 양궁인 올림픽 효녀효자 종목인 이유는 이 '조화의 노하우'를 꾸준히 지켜온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원동력을 끌어올리고 화합을 다지는 데는, '경쟁형' 문화보다 '조화형' 문화가 이 시대에 더 절실한 것이 아닐까요?

민중과 함께 어울리고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민중탈패'

한국은 '1인당 연 평균 노동시간'이 OECD 회원국 중, 2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보건사회연구원 남상호 위원에 따르면, 국민행복지수(GNH)는 끝에서 2위인 33위에 합니다. 경쟁사회가 일 하는 사람의 몸을 직장에 오래 묶어두지만, 우리의 삶과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닌거죠.

이러한 부조화를 해소하려면, 국민총생산(GDP)의 눈이 아닌 민중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중앙대 탈춤동아리 '민중탈패' 학생들은 민중의 눈으로 본 이야기인, '봉산탈춤'을 지켜나가는 멋진 학생들입니다.

탈춤은 쉬지 않고 앉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동작 때문에, 체력소모가 크다. 덕분에, 스키니 진을 못 입던 팀원도 날씬해져 입게 될 정도였다고 한다. 이들은 1년에 크게 두 차례 탈춤놀이를 열어 탈춤을 알리고, 외국인 교환학생들을 상대로 간단한 동작들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탈춤은 쉬지 않고 앉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동작 때문에, 체력소모가 크다. 덕분에, 스키니 진을 못 입던 팀원도 날씬해져 입게 될 정도였다고 한다. 이들은 1년에 크게 두 차례 탈춤놀이를 열어 탈춤을 알리고, 외국인 교환학생들을 상대로 간단한 동작들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 민중탈패

관련사진보기


봉산탈춤은 조선 후기 신분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 민중들의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교감하는 장터에서, 양반과 타락한 승려 등 시대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담긴 탈춤을 추면서 애환을 달랬던 것입니다.

이 역시 놀라울 정도로, 여러 가지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무용, 음악, 연극적 요소들뿐 아니라 탈을 손수 제작하는 미술까지... 이것들이 '함께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는 것을 '민중탈패'는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함께 호흡한다는 것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경쟁'이 아닌 '조화'가 사회원동력의 대안

전통문화 동아리들을 취재하면서, 전통문화에 반영된 삶의 철학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조화'는 잊었던 소중한 아름다움을 환기시키고 주위를 돌아볼 계기를 마련합니다. 몸과 마음의 균형은 능률을 끌어올릴 뿐 아니라, 함께 호흡함은 곧 함께 살아감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속성 경쟁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여기서 사회원동력의 대안 가능성을 발견해 기뻤습니다.

그러나 전통문화 동아리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여건의 어려움과 관심부족을 호소했습니다. 장소의 문제나 필요한 용품을 구입하기 위한 예산지원 등, 교육당국과 정부의 노력을 필요로 했습니다.

또한, 심각한 전통문화 소외 현상 속에서 학생들의 지원과 관심을 필요로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취업난과 대학 구조조정 등으로 경쟁풍토가 갈수록 심화 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경쟁'이 아닌 '조화'로 사회의 방향을 옮겨야 할 골든타임이 아닐까 합니다.


태그:#대학, #동아리, #한복, #국궁, #탈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