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입춘이 지나자 언 강이 풀려 강물의 빛깔은 하늘을 닮았다.
 입춘이 지나자 언 강이 풀려 강물의 빛깔은 하늘을 닮았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영상 10도를 밑도는 차가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4절기 가운데 새해 첫 절기인 입춘(立春)이 지난 4일이었으니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새봄은 진작 시작된 셈이다.

새봄과 함께 사람들은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새로운 학교에 들어가고, 새로운 일을 알아보고, 새로운 집을 찾는다. 계절이 순환하듯 그날이 그날 같지만 새로운 시간은 전혀 다른 관계와 공간을 제시한다.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애덤 프랭크(Adam Frank)가 <시간 연대기 About Time>에서 쓴 '새로운 지금'이라는 표현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큰개불알풀꽃은 봄 소식을 전한다고 해서 '봄까치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큰개불알풀꽃은 봄 소식을 전한다고 해서 '봄까치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사람들 모르는 사이에 벌써 왔을 새봄을 찾아 섬진강으로 간다. 강물은 하동포구를 향해 조랑말처럼 경쾌하게 질주하고 있다. 강물 빛깔이 하늘과 닿아 청하다. 겨우내 얼었던 강이 풀린 지 오래라는 얘기다.

눈을 지그시 감는다. 새로 일어서는 것들의 수다는 기분 좋게 시끄럽다. 누군가 나지막하게 나를 부른다. 큰개불알풀꽃이다.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다고 해서 '봄까치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얼굴과 가슴을 땅에 맞댄 봄까치꽃처럼 봄은,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온다.

섬진강 하류에 매화가 피었다.
 섬진강 하류에 매화가 피었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섬진강에 핀 홍매.
 섬진강에 핀 홍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섬진강 하류에 이르자 만개한 매화가 마중을 나온다. 홍매(紅梅)와 청매(靑梅) 모두 꽃말처럼 고결하다. 시인 이종암의 <홍매도 부처 연두도 부처>를 읊조렸다.

"황사 심하던 어저께 통도사에 갔다// 마음과 몸뚱어리/모래 먼지 뒤덮인 허공만 같아/대웅전 바닥에 한참 엎디어 울었다/속울음 실컷 울고 나니/내 허물 조금 보이는 것만 같다// 금강계단 되돌아 나오는데/천지간 황사 밀어내며 막 눈뜨는 /홍매 한 그루, 나를 꾸짖는다/암아, 암아, 세상 살면서/제대로 핀 니 몸꽃 하나 가져라// 산문을 나오며 바라본 먼 산/잿빛 겨울을 지우며 올라오는/연두가 또 회초리를 든다."

섬진강 어느 마을 입구에 만개한 홍매.
 섬진강 어느 마을 입구에 만개한 홍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태그:#섬진강, #매화, #입춘, #하동, #봄까치꽃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