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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간통죄 위헌법률심판 선고를 앞두고 착석하고 있다.
▲ 헌재 '간통죄 위헌'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간통죄 위헌법률심판 선고를 앞두고 착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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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241조 간통죄는 25년여간 5차례의 위헌심판을 거칠 정도로 논란이 됐지만 정작 이 법을 만든 국회는 손을 놓고 있었다. 세태에 맞게 법을 고치거나 폐지해야할 임무를 헌법재판소에 떠넘긴 것이다.

①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
② 전항의 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논한다. 단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 또는 유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

위의 대한민국 형법 241조는 1953년 형법 제정 때에 만들어졌다. 국회는 기혼 여성과 간통 상대방을 처벌 대상으로 했던 대한제국 형법과 일제의 조선형사령에서 기혼 남녀를 동일하게 처벌하고 친고죄로 두는 형태로 바꿔 제정했다.

당시에도 간통죄 제정에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성적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 침해 문제가 아니라, 돈 있고 권세 있는 이들의 축첩이 불가능해지는 것에 대한 반발이 심해 출석의원 110명 중 과반수를 1명 넘긴 57명의 찬성으로 간통죄 제정안은 가까스로 통과됐다.  
기본권 침해를 명분으로 한 간통죄 폐지 여론은 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돼 부산지방법원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기에 이르렀다. 1990년 9월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헌법재판관 3명은 위헌 의견을 냈고 이 중 두명은 '처벌을 징역형으로만 규정한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을 냈다. 또 '간통행위에 형사적 처벌을 할 것인지는 입법권자의 재량에 속한다'며 국회의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헌재, 합헌 결정하면서도 "입법으로 문제해결하라"

간통죄 자체에 대한 찬반은 차치하더라도 법정형량이 지나치다는 여론은 당시에도 이미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었다. 1992년 법무부는 간통죄의 법정형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낮춘 형법 개정안을 제출하기에 이르렀지만 국회는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았다. 1993년 헌재는 다시 한번 간통죄에 합헌 결정을 했다. 

그러나 간통죄 폐지여론은 더욱 높아만 갔다. 1994년 국회는 형법 개정소위에서 간통죄 폐지를 논의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2001년 헌재는 8대 1로 다시 합헌을 확인했다.

2005년 염동연 열린우리당 의원 등 국회의원 12명이 간통죄를 폐지하는 형법개정안을 발의했지만 17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2008년에도 간통죄는 합헌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9명의 헌법재판관 가운데 4명이 위헌, 1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내 다수가 간통죄는 문제가 있다는 쪽이었고, 입법권자가 입법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의견이 덧붙여졌다.

그러나 국회는 간통죄에 대해선 복지부동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헌재의 의견도, 사회 여론도 듣지 않고 62년 전의 간통죄 조문을 방치했다.

결국 2015년 2월 26일 다섯번째의 위헌심판 끝에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려 간통죄는 폐지됐다. 대법원에 따르면, 마지막 합헌 결정이 나온 2008년 10월 31일부터 위헌결정 때까지 간통죄로 기소돼 적어도 1심 판결을 받은 사람은 5348명에 이른다.

이 중 징역 등 실형을 산 사람이 110명,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전과자가 된 이가 3168명에 이른다(공소기각 2070명). 국회가 간통죄를 폐지하는 등 관련 입법에 나섰다면 재판정에 서지 않아도 됐을 사람들이다.


태그:#간통죄, #입법, #위헌,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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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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