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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사제들의 사제 수품 25주년은 특별하다. 사반세기를 뜻하는 25주년을 '은경축'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한다. 일반인들이 25주년 결혼기념일을 '은혼식'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반인들이 50주년 결혼기념일을 '금혼식'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하는 것처럼 천주교 사제들은 사제서품 50주년을 '금경축'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한다. 은혼식이나 금혼식은 부부 두 사람이 함께 기념하지만, 은경축과 금경축은 독신 생활을 하는 사제가 동료 사제들, 또는 신자들과 함께 기념한다.

천주교 대전교구 태안성당 제14대 주임 최교선 토마스 신부 사제 서품 25주년 '은경축' 감사미사 중 축성례가 거행되고 있다.
▲ 축성례 거행 천주교 대전교구 태안성당 제14대 주임 최교선 토마스 신부 사제 서품 25주년 '은경축' 감사미사 중 축성례가 거행되고 있다.
ⓒ 조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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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서는 사제들에게 은경축 행사를 갖지 말도록 권고하는 교구도 있지만, 그것을 강제하지는 않는다. 수도회 사제들과 본당을 맡고 있지 않은 특수사목 사제들은 아예 은경축 행사를 갖지 않거나 사제들끼리, 또는 소규모 인원으로 조촐하게 은경축 행사를 갖기도 하지만, 본당 사제들은 사정이 다르다. 본당 신자들의 뜻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본당 사제들은 대개 본당 차원의 행사로 은경축을 기념한다.

천주교 사제들은 대략 30세 전후에 사제로 서품된다. 신학교 과정이 7년이고 그 안에 군 복무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대개는 30세 즈음에 사제복을 입게 된다. 그러므로 대개는 50대 중반에 은경축을 맞는다. 거의 모든 사제들이 은경축을 맞는다고 볼 수 있다.

예전과 달리 금경축을 맞이하는 사제도 많아졌다. 대개는 80세 무렵에 금경축을 맞는데, 예전에는 사제도 많지 않았고 자연 수명도 길지 않아서 금경축을 맞는 사제가 흔치 않았지만, 요즘은 길어진 자연수명 덕인지 금경축을 맞는 사제도 많아졌다.

은경축을 맞을 때는 한창 왕성하게 사목활동을 할 시기라, 특히 본당 사제의 경우 은경축 행사가 성대하기도 하지만, 금경축을 맞을 때는 은퇴 이후라 쓸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사목했던 본당에서 모셔다가 금경축 행사를 열어주는 경우도 있고, 노년에도 관계를 하고 있는 기관이나 단체에서 축하를 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50년을 달려온 노 사제에 대한 존경과 감사, 축하의 박수는 더 크다.     

천주교 대전교구 태안성당 제14대 주임 최교선 토마스 신부 사제 서품 25주년 '은경축' 감사미사 중 영성체 후에 축하식 행사를 가졌다. 최교선 신부는 두 어린이로부터 꽃다발을 받아 옆의 동기 신부의 목에 걸어주었다.
▲ 축하식 꽃다발 선물 천주교 대전교구 태안성당 제14대 주임 최교선 토마스 신부 사제 서품 25주년 '은경축' 감사미사 중 영성체 후에 축하식 행사를 가졌다. 최교선 신부는 두 어린이로부터 꽃다발을 받아 옆의 동기 신부의 목에 걸어주었다.
ⓒ 조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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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사제가 사제 서품 25주년을 은경축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하는 것은 사반세기 동안의 사제 생활을 뒤돌아보고 점검하기 위해서다. 자신이 사제로서 과연 잘 살아왔는지 성찰하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사제의 삶을 잘 살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하느님께 약속을 드리는 일이다.

50주년 성당의 최초 은경축 행사

대전교구 태안교회가 지난 15일 주임신부 은경축 행사를 치렀다. 제14대 주임 최교선 토마스 신부의 사제 서품 25주년 은경축을 맞아 전체 신자가 함께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축하행사와 잔치를 열었다.

태안성당은 지난해 본당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사제가 상주하는 성당을 본당이라고 한다. 태안성당은 1964년 서산성당 관할 공소에서 본당으로 승격되어 반세기 50년의 역사를 쌓아왔다. 공소 역사 8년을 포함하면 58년이다. 지난 2013년부터 올해 2015년까지 3년 동안 본당 설립 50주년을 경축, 기념하고 있다. 

2013년에는 50주년을 준비하며 내적 성숙을 지향하는 기도를 지속적으로 바쳤다. 2014년에는 몇 가지 행사와 함께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올해 2015년은 '50년사'를 편찬하고 신자들의 신앙수기를 모아 발간한 다음 9월에 50주년 폐막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대전교구 120여 개 본당들 중에서 설립 순위 26위를 차지하고 있는 태안성당은 50년의 역사를 쌓아오는 동안 3명의 사제를 배출하고 14명의 주임신부를 맞았다. 그리고 주임사제 은경축 행사를 처음으로 가졌다. 현 제14대 주임 최교선 토마스 신부가 태안성당 최초 은경축 사제, 주인공이 되었다.

본당 50주년 시기에 처음으로 주임신부 은경축 행사를 갖게 되었으니 태안성당 공동체가 갖는 기쁨은 더욱 컸다. 어쩌면 교구에서 2013년 사제인사 발령을 할 때 태안성당 50주년을 염두에 두고 50주년 무렵에 은경축을 맞이하는 사제를 골라 보낸 것은 아닐까 재미있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천주교 대전교구 태안성당 제14대 주임 최교선 토마스 신부와 동기 사제 김선태 야고보 신부 사제서품 25주년 '은경축' 감사미사 중 영성체 후에 축하식 행사를 가졌다. 태안성당 '50년사' 편찬위원장인 내가 최교선 토마스 신부의 약력을 소개했다.
▲ 약력 소개 천주교 대전교구 태안성당 제14대 주임 최교선 토마스 신부와 동기 사제 김선태 야고보 신부 사제서품 25주년 '은경축' 감사미사 중 영성체 후에 축하식 행사를 가졌다. 태안성당 '50년사' 편찬위원장인 내가 최교선 토마스 신부의 약력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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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본당 설립 50주년과 최초로 주임사제 은경축을 동시에 맞게 되었으니 의미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2013년부터 올해 2015년까지 이어지고 있는 본당 설립 50주년 경축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지난해 2014년은 본당 설립 50주년을 경축하고 기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웠다.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말미암아 40주년 때와 같은 다채로운 행사는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참사와 프란치스코 교종 방한이라는 두 가지 큰 사건이 겹쳤으므로 태안성당 50주년은 더욱 각별히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최교선 토마스 신부는 은경축 행사를 공시하면서 물적 예물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 신자들에게 조금도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뜻이었다. 독신 생활을 하는 천주교 사제들은 미사예물이나 영명축일 물적 예물 등으로 얻어지는 금액을 거의 모두 신자들을 위해 사용하거나 어떤 특별한 공동선을 지향하는 일에 사용하기도 한다. 통장에 돈을 모을 수는 있지만 부동산 등 재산을 가질 수 없다. 더러 부모 부양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제들은 '하느님의 전대'를 차고 생활한다.  

은경축 행사 때 물적 예물을 받지 않겠다고 공지했지만 여러 신자들이 잔치에 필요한 물품을 봉헌했다. 어업을 하는 신자는 해산물을, 특수작물을 하는 농민신자는 과일과 푸성귀를, 유통업을 하는 신자는 술과 음료를 봉헌했는데 그런 것까지 손사래를 칠 수는 없었다.

감사미사에는 다섯 분의 사제가 함께 했다. 최교선 토마스 신부가 사제 서품 후 첫 미사를 봉헌한 덕산성당의 당시 주임이었던 원로 사제 김신호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최교선 신부의 신학교 동기인 대전교구 병원사목 전담 김선태 야고보 신부, 최교선 신부의 동생인 홍성성지 전담 최교성 세자요한 신부, 태안성당 부주임 박주환 미카엘 신부였다.
         
강론은 원로사제 김신호 신부가 담당했다. 25년 전을 회상도 하고, 대개 50대 중반에 맞게 되는 은경축의 의미, 사제 생활 점검과 성찰의 의의를 감명 깊게 설파해주었다. 축하식 행사 때는 최교선 신부의 동기인 김선태 신부도 최교선 신부와 나란히 서서 꽃다발을 받았다. 최교선 신부의 신학교 동기(서품 동기)는 모두 9명인데, 김선태 신부만 현재 본당을 맡지 않고 특수사목(병원사목 전담)을 맡고 있기에 최교선 신부가 초청을 했다고 한다.

천주교 대전교구 태안성당 제14대 주임 최교선 토마스 신부 사제 서품 25주년 '은경축' 감사미사 중 영성체 후에 축하식 행사를 가졌다. 태안성당 색소폰 악단이 축하 연주를 하고 있다.
▲ 축하 연주 천주교 대전교구 태안성당 제14대 주임 최교선 토마스 신부 사제 서품 25주년 '은경축' 감사미사 중 영성체 후에 축하식 행사를 가졌다. 태안성당 색소폰 악단이 축하 연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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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신부는 '노래하는 신부'로도 널리 알려진 사제다. 2013년 12월 30일 저녁 대전 봉산동성당에서 봉헌되었던 '국정원 개입 부정선거 규탄 대전교구 시국미사' 때는 영성체 후에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해서 신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2014년 10월 6일 저녁 대전 대흥동 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되었던 '세월호 희생자들과 실종자들을 기억하는 미사' 때 절절한 강론으로 수많은 신자들의 눈물을 자아내었던 서천성당 주임 김용태 마태오 신부의 형이기도 하다.

현재 본당을 맡고 있지 않아 쓸쓸하게 은경축을 맞게 된 동기 신부를 초대하여 함께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축하식과 잔치 자리에 나란히 앉게 한 최교선 토마스 신부의 마음씨가 돋보이기도 한 자리였다.

25년 후 금경축 행사 예약

설립 50주년 성당에서 최초로 은경축을 맞은 사제가 된 최교선 토마스 신부는 예산군 덕산성당 출신이다. 1990년 2월20일 대흥동 성당에서 당시 대전교구장 경갑룡 요셉 주교 주례로 사제 서품을 받고, 2월 21일 출신 본당인 덕산 성당에서 첫 미사를 봉헌했다

신합덕성당, 대전 변동성당, 대천성당에서 보좌신부 경험을 쌓고, 1993년 4월 이태리 로마 유학의 길에 올랐다. 바티칸 교황청립 울바노 대학 대학원에서 교의신학을 전공하여 1995년 6월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1997년 6월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천주교 대전교구 태안성당 제14대 주임 최교선 토마스 신부와 동기 사제 김선태 야고보 신부 사제서품 25주년 '은경축' 감사미사 후 교육관동 지하친교실에서 축하연을 가졌다. 최교선 신부(가운데)와 함께 원로사제 김신호 프란치스코 신부와 은경축을 맞은 동기 사제 김선태 야고보 신부가 함께 케이크를 잘랐다.
▲ 축하케잌 자르기 천주교 대전교구 태안성당 제14대 주임 최교선 토마스 신부와 동기 사제 김선태 야고보 신부 사제서품 25주년 '은경축' 감사미사 후 교육관동 지하친교실에서 축하연을 가졌다. 최교선 신부(가운데)와 함께 원로사제 김신호 프란치스코 신부와 은경축을 맞은 동기 사제 김선태 야고보 신부가 함께 케이크를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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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월 대전 내동성당 초대 주임을 시작으로 공주교동성당 5대 주임 겸 황새바위성지 전담, 천안 쌍용3동성당 2대 주임을 거쳐 2013년 1월 20일 태안성당 제14대 주임으로 부임했다. 또 2001년 3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대전가톨릭대학에서 '성사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태안성당으로서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박사 신부, 교수 신부를 맞은 셈이기도 하다.

미사 중 영성체 후 축하식을 할 때 태안성당 총회장 김응렬 대건안드레아씨는 축사를 하면서 재미있는 말을 했다. "태안성당 최초로, 그것도 50주년 경축시기에 은경축을 맞은 사제로서 태안성당과의 인연이 각별하니 25년 후인 사제 서품 50주년 금경축도 태안성당에 오셔서 감사미사를 봉헌하시기를 바란다"는 얘기였다. 큰 박수 소리가 온 성당 안에 가득 찼다.

"25년 후에는 오늘의 신자들이 많이 이 자리에 없게 되고 또 모든 신자들의 모습이 많이 변하겠지만, 오늘의 이런 기대가 알뜰히 기록으로 남고 기억되어 25년 후에 그런 일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대목에서는 숙연한 분위기가 성당 안에 가득해지는 느낌이었다.

60대 후반 세월을 살고 있는 나도 25년 후에는 십중팔구 이 세상에 없겠지만, 나 역시 그것을 깊이 바라는 마음이었다. 25년 후에 오늘의 이런 일들을 뒤돌아보는 것도 행복한 일이 될 것 같고….


태그:#은경축, #금경축, #천주교 사제, #천주교 대전교구 태안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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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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