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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교과 융합 프로젝트 수업은 체험 학습(수학 여행)을 이용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 기존의 놀이공원 갔다가 몇 군데 사적지나 박물관 들러서 오는 식의 체험 학습이 아니라 아이들이 정말 탐구, 관찰하고 땀 흘리는 체험 학습이 돼야 하고요, 그에 따라 프로젝트 학습도 교과별로 구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농촌 체험, 산행 및 트레킹, 역사 문화 문학 체험 이 세 가지 테마 중 농촌 체험으로 교과 융합 프로젝트 수업을 설계한다면 각 교과별로 어떤 것이 가능할 지 성취 기준과 교과서 내용을 보시고 아이디어를 모아 봅시다."

 

교과 융합 프로젝트부터 개선 계획까지... '다행복 학교'

 

지난 23~24일 거제 대명리조트에서는 부산 연산중 다행복학교 워크숍에 참가한 교사들이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교과 융합 프로젝트 수업을 짜느라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긴 논의를 거쳐 역사과에서는 '조선 후기 농업 생산력의 변화' 단원을 앞으로 끌어 오고, 과학과에서는 동·식물 관찰, 수학과에서는 '원의 내심과 외심', 도덕과에서는 '향약과 두레' 등 공동체 문화, 한문과에서는 향토와 농업 관련 한자 퀴즈, 음악과에서는 풍물, 미술과에서는 풍속화 그리기, 영어과에서는 방문할 마을을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팸플릿 만들기 등등을 엮어 하나의 프로젝트 수업을 만들어 냈다.

 

연산중학교(부산 연제구 연산동 소재)가 부산 첫 중등 혁신 학교로 지정된 것은 지난해 11월 20일. 그동안 학생, 학부모, 교사 대상의 설명회, 연수 등을 거쳤고 교장, 교감과 더불어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교사들과 교육 실무사들이 퇴근 시간과 방학도 반납하고 10차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거쳐 시행 첫해의 큰 그림을 만들었다.

 

'단 한 명의 학생도 배움에서 멀어지지 않도록'이라는 슬로건 아래 차곡차곡 계획이 수립됐다. 담임 교사들에게 행정 업무를 주지 않고 교육 활동에 전념하도록 행정 전담팀을 두는 방식의 업무 개선, 교사의 교수 중심이 아닌 학생 배움 중심으로의 수업 개선, 비경쟁적, 평화적, 수평적, 민주적이며 사랑과 배려가 있는 학교 문화로의 개선이 그것이다. 결국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다 행복한 학교가 바로 '다행복 학교'가 꿈꾸는 학교의 모습이다.

 

연산중은 혁신 학교 공모에 응하면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다른 혁신 학교가 그랬듯이 반대와 우려, 냉소, 오해들로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 왔지만, 이번 워크숍에서 만난 교사들은 하나같이 희망에 차 있는 모습들이었다.

 

초청 강사 강연을 듣고, 배움 중심 수업 동영상을 보고, 미술 치료 기법을 배우고, 새로운 교훈을 만들고, 생활 규정을 새로 만드는 활동 등 밤 10시에 첫날 공식 일정이 끝났다. 숙소로 돌아가서도 교사들은 쉬지 않고 학년별로 모여 학년 교육 과정을 짜고, 입학식 축하 공연 연습과 동영상을 찍는 등 새벽 2시까지 분주히 보냈다. 다음은 워크숍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진행한 1분 스피치에서 나온 소감들이다.  

 

"우리 학교의 약점 분석에서 '혁신 학교 추진에 대한 일부 교사의 냉소적 태도'라는 의견이 나왔는데 그 냉소적인 교사가 바로 접니다. 워크숍에 참석하기 전까지 저는 혁신 학교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이 아니었고, 많이 불안하고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워크숍 내내 강의도 듣고, 열정으로 가득한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공동 사고의 과정을 거치고 나니 '나도 할 수 있겠구나, 시작해 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깁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해서 힘을 보태고 싶어요."

 

"저는 교육 실무사입니다. 처음 혁신 학교인 연산중에 지원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머리에 총 맞았냐?'였습니다. 일이 엄청나게 많을 것을 알면서도 제가 이 학교를 지원할 때의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저는 중학생의 학부모입니다. '내 아이의 담임 선생님의 일을 덜어드리면 선생님이 내 아이를 더 많이 바라봐 주실 수 있고, 그러면 내 아이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 생각만 했습니다. 선생님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제 판단이 틀린 것이 아니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선생님들을 도와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5년 신규 발령을 받게 된 ○○○입니다. 연산중에 발령 받았다고 하니까 친구들이나 선배들이 '너는 이제 죽었다' 하더라고요. 일이 엄청나게 많을 거라는 거죠. 아직 혁신 학교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번 워크숍을 통해 '아, 저 선배 선생님들만 따라 가면 뭔가 되겠구나, 힘들어도 해 볼 만한 가치가 있고 보람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산 다행복학교의 첫걸음은 뜨겁고,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미 희망의 첫발을 내디뎠다. 일전에 본 한 학부모의 격려 쪽지가 교사들의 활짝 웃는 얼굴 위에 오버랩됐다.

 

힘들 거 각오하시고 이런 용기와 결정을 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하며 응원을 보내 드립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도 시행착오도 많겠지만,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미래가 밝아진다면 내가, 우리 아들이 기꺼이 시작할 수 있고 변화의 주체가 돼 보고 싶습니다.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기대하는 마음이 훨씬 큽니다. 힘내시기 바랍니다. - 혁신 학교 공모에 응할 것인지를 묻는 학부모 투표 용지 뒷면에 익명으로 쓴 학부모의 격려 메시지


태그:#혁신학교, #부산혁신학교, #다행복학교, #연산중, #중등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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