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은 온통 붉은 옷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 수많은 관중들이 질러대는 함성은 경기 내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내렸다. 당연히 방문 팀 FC 서울 선수들은 동작 하나하나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더 많은 골을 내주며 완패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할 만하다. 진짜 복수의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독수리 최용수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서울(한국)이 한국 시각으로 25일 오후 9시, 중국 광저우에 있는 티엔허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H그룹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의 방문 경기에서 아쉽게도 0-1로 패했다.

골대 불운 FC 서울, 세트 피스 실점

최근 2년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두 팀(2013년 우승 광저우 에버그란데, 2014년 우승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과 같은 그룹에 묶인다는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진짜 '죽음의 조'에 들었다고 말할 것이다.

더구나 FC 서울은 이 두 팀과 각각 결승전(2013년)과 준결승전(2014년)을 치르며 패한 경험이 있기에 이번 기회에 불편한 인연을 지우고 싶었을 것이다. 마침 본선 첫 경기가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방문 경기였기에, 부담보다는 승리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어설프게 수비 중심의 경기 운영을 펼치지 않은 것부터 광저우 에버그란데 선수들이 약간 흔들릴 수 있는 이유였다.

경기 시작 후 28분 만에 FC 서울은 김치우의 왼쪽 측면 띄워주기로 선취골 기회를 잡았다. 이 공을 받은 에벨톤이 몸을 날리며 헤더 골을 노렸지만 크로스바가 이를 외면했다. 거기서 떨어진 공이 안방 문지기 정청의 몸에 맞고 굴러들어갈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공은 거짓말처럼 정청의 다리 사이에 안착하고 말았다.

이 불운이 고스란히 FC 서울의 실점으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3분 뒤에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를 잡은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알란의 머리를 스친 공이 굴라르 앞에 떨어지며 빈 골문에 이마로 밀어 넣었다. 상대 팀 요주의 인물을 하나하나 밀어내지 못한 탓이 컸다.

실점 이후 끝내 터지지 않은 동점골

방문 팀 FC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데려온 공격형 미드필더 이석현을 빼고 김현성을 들여보냈다. 그리고 보다 공격적인 전술 변화 주문을 넣었다. 정조국과 김현성이 더블 타워를 형성했다.

골잡이 에스쿠데로를 장수 세인티(중국)로 떠나보낸 FC 서울 입장에서 콜롬비아 특급 몰리나의 부상 공백이 너무나 아쉬운 경기였다. 윤일록과 에벨톤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분전했지만 그 앞에 해결사들이 광저우 에버그란데 수비수 펑 샤오팅과 김영권의 벽을 넘지 못했다.

63분, 윤일록이 왼쪽 끝줄 앞에서 회심의 오른발 슛으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상대 문지기 정청의 정면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FC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71분에 가운데 수비수 김진규를 빼고 미드필더 이상협을 들여보내며 보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추구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오스마르가 김진규의 자리로 내려갔지만 킥이 매우 정확한 오스마르에게 실질적인 공격 시작점 역할을 맡긴 것이다.

하지만 광저우 에버그란데 수비수, 미드필더들은 이 흐름을 읽고 무실점 승리를 완성시켰다. 마르셀로 리피 감독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파비오 칸나바로가, 이탈리아 국가대표가 자랑했던 빗장수비를 이식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감독의 선수 시절 플레이 스타일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FC 서울이 이 대회에서 지난 2년간 겪은 수모를 단번에 씻어낸다고 하는 것은 무리다. 까다로운 광저우 원정 경기에서 최소 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돌아오는 것이 현명하다.

이제 FC 서울은 오는 3월 4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시마 앤틀러스(일본)를 불러들여 조별 리그 두 번째 경기를 펼친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에게 진짜로 복수를 할 기회는 4월 12일 저녁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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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AFC 챔피언스리그 H그룹 결과(25일 오후 9시, 광저우 티엔허 스포츠센터)

★ 광저우 에버그란데 1-0 FC 서울 [득점 : 굴라르(31분,도움-알란)]

◎ FC 서울 선수들
FW : 정조국
AMF : 윤일록(81분↔최정한), 에벨톤, 이석현(46분↔김현성)
DMF : 고명진, 오스마르
DF : 김치우, 김진규(71분↔이상협), 이웅희, 차두리
GK : 김용대

★ 가시마 앤틀러스(일본) 1-3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호주)

◇ H그룹 현재 순위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호주) 3점 1승 3득점 1실점 +2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3점 1승 1득점 0실점 +1
FC 서울(한국) 0점 1패 0득점 1실점 -1
가시마 앤틀러스(일본) 0점 1패 1득점 3실점 -2
축구 챔피언스리그 FC 서울 광저우 에버그란데 최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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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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