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강지광 안타 25일 오후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스프링 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현 긴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아와 넥센의 연습 경기. 1회초 1사에 넥센 강지광이 안타를 치고 있다.

▲ 넥센 강지광 안타 25일 오후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스프링 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현 긴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아와 넥센의 연습 경기. 1회초 1사에 넥센 강지광이 안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11년 처음 시행된 KBO리그 2차 드래프트는 김성배(롯데 자이언츠), 이재학(NC다이노스), 박근홍(삼성 라이온즈) 같이 숨은 진주들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1군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많은 제도였다.

하지만 2년 후에 실시된 2013년 2차 드래프트에서는 KIA 타이거즈의 필승조로 도약한 김태영 정도를 제외하면 크게 빛을 본 선수가 없다. 물론 김사연·김동명 등 kt 위즈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올해부터는 상황이 크게 바뀔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그렇다.

2011년 2차 드래프트에서 한 명도 지명하지 않았던 넥센 히어로즈는 2013년 2차 드래프트에서 3명의 유망주를 지명했다. 그리고 그 중 한 선수가 이번 시즌 넥센 타선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넥센의 차세대 거포 유망주로 꼽히는 외야수 강지광이다.

투수로 한 번, 타자로 한 번... 염경엽 감독의 선택

강지광은 인천고 시절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던 초고교급 투수로 이름을 알렸다. 구리 인창고의 좌완 김태훈(SK 와이번스)과 함께 연고팀 SK의 유력한 1차지명 후보로 언급됐을 정도이다.

하지만 강지광은 고등학교 3학년 시절 팔꿈치 부상으로 주춤했고, 그 사이 김태훈은 미추홀기 부경고전에서 '퍼펙트 게임'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앞서 나갔다. 결국 강지광은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전체 20순위)라는 비교적 낮은 순번으로 LG 트윈스에 지명됐다.

강지광은 프로 입단 후에도 팔꿈치 부상으로 실전에 거의 나서지 못했고, 결국 2010 시즌이 끝난 후 사회복무요원(구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마쳤다. 군복무를 마친 강지광은 끝내 부상을 떨쳐내지 못했고 2013 시즌을 앞두고 타자로 전향했다.

강지광은 인천고 시절에도 중심타자로 활약했지만 프로의 세계는 수준이 달랐다. 강지광은 2013년 2군 리그인 퓨처스리그 21경기에 출전해 타율 .231 1홈런 9타점으로 썩 인상적인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입단 당시 강지광에게 큰 기대를 걸었던 LG구단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왔다.

결국 강지광은 2013년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제출된 LG의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하지만 투수 유망주에서 무명 야수로 전락한 강지광을 눈 여겨 본 구단이 있었다. 바로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넥센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2008년 LG에서 스카우트로 활동하며 강지광을 직접 선발한 바 있다. 2008년 투수로 염경엽 감독의 선택을 받은 강지광은 5년 후 '타자'로 다시 한 번 염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작년의 부상 악몽 씻고 붙박이 1군 노린다

넥센으로 이적한 강지광은 겨우내 몸을 불리고 장거리 타자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강지광은 작년 시범경기에서만 홈런 3개를 터트리며 일약 넥센 타선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경기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던 강지광을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섣불리 1군에 올라와 상대에게 약점을 간파당하기보다는 2군에서 경기감각을 쌓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염경엽 감독의 계획대로 성장하던 강지광은 작년 시즌 개막하자마자 손가락 부상을 당했고 5월 22일 1군 데뷔 경기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결국 강지광은 큰 아쉬움을 남긴 채 작년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넥센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간판 타자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이적했다. 이에 따라 오른손 지명타자이자 3루 백업요원이었던 윤석민이 유격수로 변신했고 염경엽 감독은 강지광을 이성열과 함께 지명타자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강지광은 스프링캠프에서 착실하게 몸을 만들며 염경엽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 가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KIA와의 연습경기에서는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안타 2타점을 터트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181cm 100kg의 큰 체격 때문에 눈에 띄진 않지만, 강지광은 의외로 빠른 발도 가지고 있다. 강지광이 홈런뿐 아니라 도루에서도 기여를 해준다면 넥센은 이택근·유한준·강지광으로 이어지는 무서운 호타준족 트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작년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워낙 강하긴 하지만, 사실 강지광은 프로 통산 1군 출전 경기가 단 1경기에 불과한 신예 선수다. 염경엽 감독의 마음을 두 번이나 사로잡았던 강지광이 올 시즌 1군의 주력 선수로 도약한다면, 넥센은 작년에 버금가는 강타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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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넥센 히어로즈 강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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