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무려 세 번째다. 불과 몇 개월만 지나도 "공백기가 길다"고 아우성치는 가요계에서 걸그룹 레인보우(김재경·오승아·고우리·노을·정윤혜·김지숙·조현영)는 3번이나 긴 공백기를 가졌다. 지난 23일 발표한 미니 3집 < INNOCENT(이노센트) >는 1년 7개월의 공백을 깨고 낸 새 앨범이다.

그런데 어쩐지 공백기가 길었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동안 멤버들이 활발하게 개인 활동을 했고, SNS 등 온라인 상으로 대중과 꾸준히 소통해온 덕분이다. 김재경은 <겟 잇 뷰티 2014>의 MC를 맡았고, 고우리는 드라마 <기분 좋은 날> 등에 출연했다. 그런가 하면 김지숙은 블로그를 통해 일상을 공개하고, 손재주를 뽐내기도 했다.

오랜만에 가수로 돌아온 레인보우는 가장 먼저 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재경은 "3번이나 긴 공백이 있었는데 계속 으쌰으쌰할 수 있게 해줬다"면서 "팬들은 우리가 발전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라고 했다. 그리고 레인보우는 당차게 외쳤다. "이제 본업으로 돌아왔으니, 우리의 음악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개인 활동으로 팬층 넓혀...고혹적이고 성숙한 여성미 보여줄래"


첫 공백기 때는 '이대로 다음 앨범이 안 나오면 어쩌나' '우리 이제 망한 건가'라는 생각도 했다. 마음도 조급해졌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겪으면서 '언젠가 다시 앨범을 내겠지'라는 믿음이 생겼다. 조현영은 "회사와도 그렇고, 우리끼리도 믿음이 있었다"면서 "불안하거나 초조하진 않았다"고 털어놨다. 오승아는 "SNS로 팬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이제 드디어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됐다"고 반가움을 표했다.

"회사 차원에서는 곡 수집을 계속 하고 있었어요. 사실 지금까지의 성적이 뭔가 안타깝고 어중간했잖아요. '이번엔 정말 잘돼야 한다'는 생각에 더 좋은 곡을 받으려다 보니 준비 기간이 길어졌죠. 그동안 각자 흩어져서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분야에서 활동했어요. 음악을 할 때와는 다른 곳에서, 다른 분들을 만나면서 팬층을 넓힌다는 생각이었죠. 지금까지 레인보우의 팬층이 남성으로 한정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조금 넓어졌다고 생각해요."(김재경)

타이틀 곡 'Black Swan(블랙 스완)'은 앞서 레인보우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담은 곡이다. 처음 이 곡을 듣고 멤버들은 하나같이 "응?"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들을수록 생각나는 곡"이라고 설명한 레인보우는 "이번에는 고혹적이고 성숙한 여성미를 보여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녹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동안 내보지 못한 소리를 원한 작곡가 덕에 '멘붕'이 올 정도였다. 조현영은 "작곡가에게 최대한 맞춰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를 내려놨다"고 미소 지었다.

"터닝 포인트 필요하다고 생각...새로운 옷 입어보려고 했다"

지난 23일, 신곡과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에서 레인보우는 블랙과 화이트 의상을 입고 후렴구마다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든다. '블랙 스완'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발레에서 따온 선적인 요소를 퍼포먼스에도 적용했다. 김지숙은 "여성미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뒤태를 이용한 안무를 반복적으로 소화한다"면서 "퍼포먼스가 곡을 더 빛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표정 연기 또한 레인보우가 꼽는 '블랙 스완'의 포인트다.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늘 서로 모니터링을 해요. 이번에 보니까 다들 너무 컸더라고요. 표정도 예전 같지 않고 자연스럽던데요. 전에는 섹시함을 억지로 짜냈는데, 지금은 고개만 싹 돌려도 여성미가 물씬 풍기더라고요.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무 연습을 할 때도 전에는 각 맞추기가 진짜 어려웠거든요. 다들 몸매도, 높이도 달라서요. 하지만 지금은 서로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어서 한층 수월해졌어요."(김지숙)

레인보우는 이번 앨범으로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2009년 데뷔해 7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공백기가 길었기에 요즘 활동하는 가수들과 분명히 달라 보여야 한다는 점을 계속 생각했다. 김재경은 "레인보우가 많은 곡을 보여줬지만 이렇다 하게 '음악적 색깔을 대표하는 곡이다' 하는 것은 없었다"면서 "그동안 입은 옷이 맞지 않는 옷이었다면, 이번에는 새로운 옷을 입어보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함께 활동할 때 위로 받아...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새출발"


새 앨범을 들고 돌아온 지금. 이제는 수없이 들었던 "앨범 언제 나오니"라는 질문도 쏙 들어갔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로이킴보다 앨범을 자주 내지 않아 "상우(로이킴의 본명)는 정말 많이 내는데, 왜 너는 안 내니?"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사촌 누나 정윤혜도 이제는 친척들 앞에서 당당하게 어깨를 펼 수 있게 됐다. 레인보우는 "겁도 나고, 대중들의 반응도 궁금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도 데뷔할 때는 몸매 좋은 걸그룹이었는데, 요즘 신인 가수들은 키가 170cm는 넘고 몸매가 정말 좋더라. 발육이 다르다"고 너스레를 떤 레인보우는 "개인 활동을 열심히 했던 이유도 레인보우가 잘되기 위해서였다"면서 "그룹 활동이 좋은 성적을 내야 앞으로도 생명력이 길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자 활동하더라도 숙소에서는 늘 함께였다는 레인보우. 이들은 이제 표정만 봐도 대번에 마음을 알아채는 멤버들과 함께 활동할 생각에 잔뜩 들떠 있었다.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S.E.S 슈 선배님을 보면서 울컥하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10년, 20년 뒤에 또 <토토가>를 한다면 레인보우가 초대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컴백이 결정되고 가장 먼저 든 생각도 '<토토가>에서 부를 수 있는, 만인에게 사랑받는 노래가 있어야겠다'였어요. 과거는 잊고, 새 출발이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활동할래요. 그동안 못했으니까 올해는 앨범을 3장은 내려고요."(김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