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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다섯 살. 성인이 된 누군가는 '한창 좋을 때'로 기억하고 있을 시절이지만 요즘 아이들에겐 그 의미와 상황이 좀 다른 듯합니다. 대입의 전초전인 '고입'을 앞두고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 혹은 부모들이 있고, 또 다른 아이들은 줄 세우기, 경쟁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길을 찾는 등 애를 씁니다. 올해로 창간 15주년을 맞은 <오마이뉴스>는 세계 각국 15세 아이들의 현재와 그들의 고민을 담은 기획 '세계 속 15세'를 몇 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세실 라베르
 세실 라베르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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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 13세가 된 세실 라베르는 집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파리 19구 소재 파이롱 중학교에 다닌다. 프랑스는 초등과정이 5년, 중등과정이 4년 고등과정이 3년으로 돼 있다. 프랑스 중학교 3학년은, 한국의 중학교 2학년 과정에 속한다.

세실이 다니는 학교의 첫 수업은 오전 8시 5분에 시작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8시5분에 시작한 수업은 오후 5시 45분까지 계속된다. 다만, 수요일에는 오전 수업만 받는다. 일주일 동안 33시간의 수업을 받는 세실은 불어 3시간, 영어 3시간, 제1외국어로 선택한 독어 2시간, 라틴어 3시간 등의 언어 수업을 받는다. 다른 언어 수업은 필수지만, 라틴어는 선택이다. 그가 다니는 중학교엔 3학년이 4반인데, 보통 한 학급에 25명씩 배정돼 있다. 4개 반 이외에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 혹은 정신지체아들을 위한 특별반이 따로 있다.  

"수업이 없는 수요일 오후엔 과제를 하거나 휴식을 취해요. 아니면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요. 수업이 없는 토요일 오전엔 사촌과 같이 루브르에서 하는 데생 수업에 참여해요. 데생 수업은 2년 전부터 했는데, 저에겐 여가활동 중 하나죠. 토요일 오후엔 친구와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요. 일요일에는 주로 집에 있는데, 밀린 숙제를 하거나 쉬어요."

프랑스 사립과 국립의 다른 점은... '과제'

 에드가 포믈레
 에드가 포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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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에 다니는 만 13세의 에드가 포믈레의 하루도 세실과 다르지 않다. 에드가는 19구에 살지만 지하철로 20~30분 떨어져 있는 10구에 위치한 사립중학교에 다닌다. 에드가가 다니는 사립중학교의 1년 학비는 1200유로(한화 150만 원)로 학비를 전혀 내지 않는 국립학교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학비뿐 아니라 800~900유로에 달하는 식비(공립학교도 식비를 냄)도 별도로 낸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에드가의 부모는 에드가의 동생 또한 사립학교에 보낸다. 그의 부모는 "에드가가 좀 산만하고 항상 꿈속에서 사는 듯해서 좀 더 규율이 엄격한 사립학교에 넣었다"고 말했다.

에드가도 세실과 비슷한 시간에 첫 수업을 받는다. 다만 과제가 국립학교에 비해 많다. 에드가는 하루에 45분 정도를 과제를 하는 데 쓰는데, 주로 엄마나 아빠가 도와준다.

"수요일 오후 수업이 없는 날은 초등학교 친구 두 명과 집에서 점심을 먹고 집에서 키우는 개를 데리고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가거나 비디오 게임을 해요. 국어(프랑스어) 성적이 좋지 않아서 국어 과외를 받기도 하죠. 토요일 오전엔 가라테를 배우고 친구 집에 가서 놀아요. 일요일엔 주로 숙제와 공부를 하는데, 매주 수요일 정기 시험이 있어 준비를 해야 해요."

두 달이나 되는 여름방학, 아이들은 뭐할까

일반적으로 15세가 되면 집으로 와 점심을 먹는 경우가 많다. 세실 또한 그에 속한다. 세실의 경우 점심시간이 1시간 45분 정도 되는데, 점심시간마다 집으로 와 점심을 차려 먹고 다시 학교로 간다. 세실네 반에서 학교 식당을 이용하는 친구는 한 명 정도라고 한다.

프랑스 엄마들은 대부분 직업을 가지고 있어, 집에 가도 부모가 없지만 대다수 아이들은 집에서 먹는 걸 더 좋아한다. 물론 초중등학생 아이를 둔 엄마들은 대부분 일주일에 4일 근무를 하고 수요일에는 아이들을 돌보는 경우가 많다. 세실의 엄마도 그런 경우였다.

파리 남부 근교 말라코프에 살면서 3분 거리에 있는 앙리 발롱 중학교에 다니는 앙리 피엘 또한 점심시간마다 집으로 와 점심을 먹는다. 물론 점심시간이 2시간 정도 되는 여유 있는 날만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집에서 혼자 밥을 차려 먹으며 자립심이 생겼다고 한다. 가끔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형과 함께 집에서 점심을 먹고 학교로 향하기도 한다.

스위스 국경과 인접한 브장송에 사는 발랑틴느는 집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사립중학교에 다닌다. 그도 다른 또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집에서 점심을 먹는데, 발랑틴느뿐만 아니라 부모도 집 근처에서 일을 하는 터라 가족 모두가 함께 점심을 먹기도 한다.

비슷하면서도 각각 다른 일상생활을 보내는 네 명의 아이들이었지만, 유일하게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때가 있었는데, 바로 방학 이야기를 할 때였다. 프랑스 학교에는 두 달마다 보름 동안의 방학이 생긴다. 2월 중순부턴 2월 스키 방학에 들어간다. 세실은 일주일은 파리에, 일주일은 가족들과 마드리드에 놀러갈 예정이다.

7~8월 두 달에 해당하는 긴 여름방학에는 무엇을 할까. 세실의 아빠는 1년에 8주의 휴가가 있고 엄마는 5주의 휴가가 있다. 이들은 여름에 2주의 휴가를 내는데 가족과 같이 바닷가에서 2주를 보낸다. 나머지 기간은 나름대로 방학 계획을 짜야 한다. 세실은 방학 초기인 7월 초엔 2주 동안 브리티시 컨설(British Consul)에서 하루 종일 영어로 여러 종류의 수업을 듣는다.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서다. 영어 교육이 끝나면 각각 일주일씩, 친구와 할아버지댁에서 보낸다. 이렇게 하면 두 달의 방학이 끝난다. 여름방학이 끝나면 학기가 바뀌므로, 당연히 과제가 없다. 오로지 즐기는 방학인 것이다.

사립학교에 다니는 에드가 또한 비슷하다. 여름방학은 영국에 있는 외할아버지댁에서 일부 보내고, 나머지는 가족과 함께 1~2주 동안 해외여행을 간다. 파리 남부 근교에 사는 앙리는 콜로니 드 바캉스(방학 동안 여러 인솔자가 같은 또래 아이들을 모아 함께 여행을 떠나는 시스템. 여러 종류가 있다)를 떠나는데, 지난해 여름에는 음악 테마를 선택해 열흘 동안 기타를 배우고 마지막 날에는 같이 참여한 다른 중학생들과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휴대폰 꺼라" 교사 지시 안 따랐을 때는...

 발랑틴느 프랑코
 발랑틴느 프랑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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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학생들은 과제를 할 때 주로 부모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었다. 우등생인 세실은 보통 혼자 과제를 처리하지만, 가끔 독일어 과제를 할 때는 월간잡지 기자인 엄마의 도움을 받는다. 수학이나 역사, 지리, 미술 과목은 박물관에서 일하는 아빠의 도움을 받는다. 독일어와 수학을 가장 좋아하고 영어와 국어, 기술 과목을 제일 싫어한다는 앙리는 하루에 30분~45분 정도를 과제 하는 데 할애한다. 대부분의 숙제를 혼자 처리하는 앙리는 우등생이다.

우등생 발랑틴느는 국어, 라틴어, 스페인어 등 언어 수업을 다 좋아한다. 스포츠도 좋아하는 과목 중의 하나다. 싫어하는 과목은 수학과 역사-지리. 나중에 커서 문학과 관련된 직업을 갖고 싶어 한다. 그는 하루에 1시간 정도를 과제하는 데에 쓴다. 라틴어 교사인 엄마가  가끔 라틴어 과제를 도와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혼자서 한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아이들에게선 휴대폰에 집착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앙리는 자기가 속한 반에서 유일하게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은 학생이었는데, 휴대폰이 없다고 해서 불편한 점은 없다고 했다. 발랑틴느 또한 휴대폰이 고장 나 현재는 없다고 했다. 그는 같은 반에 있는 학생 중에서 반 조금 안 되는 학생들이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수업 시간에는 당연히 휴대폰을 끄라는 교사의 지시를 따른다.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휴대폰을 회수당하고 부모님이 학교에 와서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대다수 학생들이 교사의 말을 듣는다고 한다.

11~15세 중 21.4%만 "학교 가는 걸 좋아한다"

 앙리 피엘
 앙리 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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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위해 만난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국립학교에 다니는 세실은 학교 만족도를 묻자, 98%라고 답했다. 엔지니어 아버지와 지역공무원 어머니를 둔 앙리와 지방에 살고 있는 발랑틴느 역시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90%나 될 정도로 높았다. 반면  사립학교에 다니는 에드가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80%였는데, 수업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네 아이들의 모습에서 벗어나, 프랑스 전체로 눈을 돌려보면 상황이 좀 다르다.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PISA(학업성취도국제비교) 2009년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의 11세~15세 아이들 중 21.4%만이 '학교에 가는 걸 좋아한다'고 밝혔다. 또 1/4 정도의 아이들이 학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은 경쟁, 성적 싸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등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2013년 9월 보도에 따르면, 38%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적어도 한 해 유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학생들의 스트레스지수와 달리 프랑스 부모들의 17%만이 아이들 교육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넓고 넓은 프랑스. 그곳에서 기자가 만난 4명의 15세 아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우등생이었다. 4명 모두 학교생활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고 방학이 되면 여행을 가거나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했다. 또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프랑스에 좋은 가정에서 자란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 수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 집안이 어렵거나 이혼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 한부모 슬하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태그:#1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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