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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우리의 껍질을 벗겨내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을 버릇없이, 습관적으로 경시하는 태도를 바로 잡아준다. 우리는 감수성을 회복하고, 옛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본다. 예술은 색다르고 화려한 것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가정하는 오류를 막아준다." -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중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특정 계층의 고상한 취미로만 여기던 시대는 지나갔다. 다양한 예술 작품들은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작품을 통해 그 시대의 아름다움을 배울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풍경이나 장면을 예술가들이 놓치지 않고 표현해 줌으로써 우리에게 평범한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예술 작품을 만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의 대가를 내야 할 때가 많다. 더욱이 여행지에서 만나는 예술 작품들은 교통비, 숙박비, 식사비 다음의 비중으로 들어가기 일쑤다. 때문에 빡빡한 예산 안에서 한 번에 만 원이 넘는 유료 박물관을 편한 마음으로 들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결국 박물관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도 한다.

아일랜드에서 '내셔널'이라 쓰인 박물관은 대부분 공짜

아일랜드 내셔널 박물관 메인 홈페이지. 홈페이지 안에 4개의 박물관이 나눠져 있다.
 아일랜드 내셔널 박물관 메인 홈페이지. 홈페이지 안에 4개의 박물관이 나눠져 있다.
ⓒ 아일랜드 내셔널 박물관 메인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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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마다 고맙게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더블린에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이 많다. 일단 내셔널(National)이 붙은 박물관들은 대부분 무료 입장이다. 하지만 오랜 식민지 경험과 짧은 독립의 역사를 가진 나라의 특성상 박물관 규모는 주변 국가에 비해 작은 편이다.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나 자연사 박물관을 생각하고 아일랜드 국립 박물관을 찾는 이가 있다면 일찌감치 마음을 비우고 부담없이 입장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일랜드 국립 박물관(National Museum of Ireland)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네 개의 박물관이 성격에 따라 나뉘어 있고, 각 박물관은 각각 4개의 건물들로 더블린에 흩어져 있다. 그 박물관들을 아래 소개한다.

[박물관 1] 고고학 박물관(National Museum of Ireland-Archaeology)
아일랜드의 선사시대부터 바이킹 시대와 중세 시대의 유물이 전시돼 있고, 켈트족과 초기 기독교 시대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2] 장식 예술 및 역사 박물관(National Museum of Ireland–Decorative Arts & History)
사실 아일랜드 역사는 영국의 역사에 속해 있거나 영국 때문에 그들의 고유 문화가 제대로 보존되지 못한 나라 중 하나다. 그래서 19세기 이전 전시품들은 영국의 장식 예술사와 대개 겹친다. 20세기 이후 독립의 움직임과 독립 역사의 과정을 다룬 역사 전시관이 장식사 박물관과 함께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700년 이상의 식민 통치를 겪은 아이리시들에게는 그들의 문화 보존보다 주권을 되찾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박물관 3] 자연사 박물관(National Museum of Ireland-Natural History)
1만 점 이상의 전시물이 빼곡히 전시돼 있는 아일랜드 자연사 박물관은 1857년에 개장했다. 총 3층으로 이뤄져 있다. 1층은 아이리시룸(Irish Room)으로, 아일랜드에서 주로 서식했던 동물들의 표본이 전시돼 있다. 2층은 전 세계에 걸쳐 수집된 조류, 동물들의 표본이 전시돼 있으며, 3층 전시관은 현재 공사 중이다.

[박물관 4] 민속 박물관(National Museum of Ireland–Country Life)
이곳은 4층으로 이뤄진 박물관으로, 과거 아이리시들의 실제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관이다. 700년 이상의 식민지 지배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아이리시들의 고달픈 삶과 19세기 중반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감자 대기근 시대' 속 아이리시들의 슬픈 생활상이 전시돼 있다.

아일랜드 국립 박물관. 왼쪽 위:고고학 박물관, 오른쪽 위: 장식예술 & 역사 박물관, 왼쪽 아래: 자연사 박물관, 오른쪽 아래: 민속 박물관
 아일랜드 국립 박물관. 왼쪽 위:고고학 박물관, 오른쪽 위: 장식예술 & 역사 박물관, 왼쪽 아래: 자연사 박물관, 오른쪽 아래: 민속 박물관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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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베이컨부터 광산 기술자의 수집품까지

다음은 더블린의 무료 미술관이다.

[미술관 1]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
19세기 중반에 세워진 아일랜드 국립 미술관은 아이리시 예술가를 비롯한 이탈리아 바로크 예술가들과 네델란드 거장들의 그림이 전시돼 있다. 1962년 화랑의 규모를 확장하면서 오늘날의 베이트 윙(Beit Wing)이라 불리는 전시관을 개관했고, 2002년에 한 번 더 중축 공사를 통해 밀레니엄 윙(Millennium Wing)을 열었다. 밀레니엄 윙의 높은 천장 덕분에 미술관 로비는 예전보다 한층 웅장하고 확 트이는 느낌을 준다. 이곳에는 유화, 드로잉(소묘), 판화, 가구 및 기타 예술품을 포함해 약 1만4000점에 이르는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아일랜드 국립 미술관 밀레니엄 윙의 로비.
 아일랜드 국립 미술관 밀레니엄 윙의 로비.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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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2] 아일랜드 현대 미술관(Irish Museum of Modern Art)
이곳은 다채로운 소장품과 획기적인 기획전을 주로 진행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17세기 영국의 은퇴한 군인들을 위해 세운 켈메이넘 왕립 병원(Royal Hospital Kilmainham) 건물을 재건축해 1991년부터 현대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대 미술관은 특히 건물 뒷편에 넓은 정원이 있어 미술 감상뿐 아니라 그 지역 주민의 휴식 공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미술관 3] 휴 래인 갤러리(Hugh Lane Dublin City Gallery)
20세기 초반 유럽에서 가장 왕성하게 그림을 사고 팔던 휴 래인(Hugh Lane)의 소장품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는 아일랜드 태생이었지만 주요 활동 무대는 영국이었고, 그의 유언장에는 모든 유산을 영국에 남긴다고 쓰여져 있었단다. 그래서 아일랜드와 영국 간에 그의 엄청난 유산(모네, 마네, 드가,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인상파 화가들의 유명한 작품)을 두고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그 중 많은 부분이 최근 아일랜드로 넘어 왔고, 그 작품들이 휴 래인 갤러리에 전시되고 있다. 휴 래인 갤러리에서 주목해야 할 전시관은 20세기 유명 화가인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작업실인데, 베이컨이 작업했던 모습을 실제로 재현해 만들어 놓았다. 살아 생전 단 한 번도 작업실을 청소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관객은 눈으로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청소하지 않은 작업장에서 편안함을 느꼈다는 그. 그는 갈등하는 내면 속 자아의 모습을 많이 그렸던 20세기 대표적 화가다.

[미술관 4] 체스터 뷰티 도서관(Chester Beauty Library)
이곳은 미국의 광산 기술자였던 알프레드 체스더 뷰티 경의 수집품을 모아 놓은 갤러리다. 더블린 성 정원에 있으며 '종교적 전통'과 '예술적 전통'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나눠 전시 중이다. 주로 동양 미술품들과, 이슬람 경전들을 비롯해 그가 여행했던 나라들의 필사본, 세밀화, 그림, 출판물, 희귀본, 장식 미술 등 방대한 양의 수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매달 첫째 수요일, 이곳도 놓치지 말자

더블린 성(Dublin Castle)과 킬메이넘 감옥(Kilmainham Gaol)은 매달 첫째 주 수요일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더블린 성은 13세기에 지어진 성으로 10세기 덴마크계 바이킹이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세운 요새를 1204년 존 왕이 다시 건축했다. 성이라기보다는 궁전에 가까운 이곳은 1922년까지 아일랜드 내 영국 세력의 중심지였으며, 더블린 역사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킬메이넘 감옥은 영국 식민지 시절 독립운동을 하던 투사들이 투옥되고 처형된 곳으로 아이리시들에게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다. 우리나라의 서대문 형무소와 비슷한 느낌을 지닌 이곳은 현재는 영화나 뮤직비디오의 촬영 장소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쉽게 오기 힘든 아일랜드 여행.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아일랜드의 박물관 정보를 잘 기억해 두었다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리시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박물관을 투어해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각 박물관의 홈페이지 주소>

- 아일랜드 내셔널 박물관
http://www.museum.ie/en/homepage.asp

- 아일랜드 내셔널 갤러리
http://www.nationalgallery.ie/

- 아일랜드 현대 미술관
http://www.imma.ie/en/index.htm

- 휴 래인 갤러리
http://www.hughlane.ie/

- 체스터 뷰티 도서관
http://www.cbl.ie/



태그:#아일랜드, #더블린, #국립박물관, #국립미술관, #무료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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