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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형 장례식장 입구.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안내문구가 있다(본 사진은 기사에 언급된 특정업체와 관련이 없습니다).
 서울의 대형 장례식장 입구.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안내문구가 있다(본 사진은 기사에 언급된 특정업체와 관련이 없습니다).
ⓒ 손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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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1

지난 설 연휴에 친척의 장례식에 갔다. 그런데 황망하게 장례를 치르는 유족들을 대상으로 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하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 17일 오후 4시 30분에 광주광역시의 한 장례식장 안치실로 고인을 모셨다. 설날(2월 19일)에 화장장이 쉬는 관계로 4일장이 돼 20일 오전 10시 30분쯤 발인했다. 그래서 날짜로 치면 17, 18, 19, 20일 총 4일이다. 24시간 1일 기준으로 하면 66시간 정도로, 2일 하고도 18시간이다. 이 경우, 2001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장례식장비용관련 표준약관'에 따르면 '3일'로 계산해야 한다. 그런데 장례식장업체는 날짜로 계산해서 '4일' 요금을 청구했다.

발인 전날 심야 시간에 장례비용 계산서 내역을 받고나서 장례식장 직원에게 물었다. 공정위 약관과 필자가 2014년 7월 장례식장 이용비용에 관해 공정위 홈페이지(국민신문고)에 질의한 내용 및 답변까지 보여주면서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자신들은 날짜 단위로 계산한다고만 했다. 심지어 장례식장 사용을 밤 11시에 시작하더라도 하루로 계산한다는 것이다.

이후 다시 장례식장 직원에게 다시 한 번 문제를 제기하면서 업체 대표와의 통화를 요구했다. 장례식장의 실질적인 사장이라고 밝힌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필자에게 아래와 같이 말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아무리 관행이라고 해도 스스로도 도덕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나름 윤리경영을 한다고 노력했지만 부족한 점이 있었다. 직원의 부당한 행위는 전적으로 실질적인 대표인 본인의 책임이다. 사죄한다. 이렇게 합리적으로 지적해 주어 감사하다. 유족을 찾아뵙고 정중히 사과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 앞으로 공정위 표준약관을 지켜 윤리경영을 하겠다."

물론 전화상으로 한 이야기여서 100% 확신할 수는 없으나 그 대표는 진솔하게 사과했다.

상황 #2

지난 2014년 7월 초에도 전남의 한 군단위 장례식장에서 친지 장례식이 있었다. 아들도 딸도 없이 어린 손녀가 상주였다. 그래서 필자가 장례식장비 등 몇 가지를 체크해 봤다.

고인은 새벽 6시에 장례식장으로 모셔졌다. 다음 다음날 아침 6시, 즉 48시간 만인 이틀 후에 발인이 있었다. 그런데 빈소, 접객실, 안치실 사용료가 3일로 계산되어 있었다. 50만 원 돈이었다.

그 중 빈소와 접객실비인 41만 원은 바로 문제제기해 차감했다. 그런데 안치료 9만 원은 나중에야 알게 됐다. 전화상으로 환불을 요구했지만 장례식장 관계자는 "억지를 쓰고 있다"며 "자신이 수십 년 장례식장을 하는데 나같은 사람은 처음 본다"며 냉소와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장례식장 바가지 요금, 왜 계속되나

한 장례식장의 모습.
 한 장례식장의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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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공정위는 '장례식장이용에 관한 표준약관'을 제정했다. 이 약관은 '24시간을 하루 기준'으로 비용 부담을 하게 했다. 다만 12시간이 넘으면 하루로 계산하고 12시간 이하는 시간당 계산하도록 명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장례식장이용에 관한 표준약관

제6조(이용료) 
① 이용료는 안치실·빈소·접객실·예식실의 이용료, 염습비, 예식비, 청소 및 관리비 등으로 구성합니다. 
② 안치실·빈소·접객실의 이용료는 안치일시를 기준으로 24시간을 1일로 하여 산정합니다. 다만, 24시간에 미달하는 시간은 그 시간이 12시간 이상인 경우에는 1일로 산정하고 12시간 미만인 경우에는 시간단위로 산정하되, 1시간 미만의 시간은 1시간으로 산정합니다.

가족이 사망하면 유족들은 경황이 없어 장례식장을 선택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전화로 분향소 및 접객식당, 사용일수 계산을 어떻게 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 장례식장으로 옮긴 뒤 계약서를 작성할 때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분향실 및 접객식당'과 '안치료' 등의 일수산출방법을 반드시 확인, 공정위 표준 약관에 따라 장례식장 사용 일수를 계산해 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장사법 모호한 조항 보완해야... 행정규제도 필요

그렇다면 왜 장례식장업체들은 공정위 표준약관을 따르지 않을까? 이는 장례식장 영업과 관련된 '장사에 관한 법률(장사법)'의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 5장 29조 제 ③항은 '장례식장 영업'과 관련, '임대료는 오전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12시까지를 1일로 계산한다'이다. 그런데 오전 12시가 밤 24시(0시)인지 낮 12시인지에 대해 공정위와 보건복지부의 해석이 달랐다. 보건복지부에 직접 문의한 결과, '오전 12시는 낮 12시'라는 답변을 들었다.

제5장 장례식장영업
제29조(장례식장영업)
③ 장례식장영업자는 장례식장 임대료와 장례에 관련된 수수료 및 장례용품의 품목별 가격을 표시한 가격표를 이용자가 보기 쉬운 곳에 게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임대료는 오전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12시까지를 1일로 계산한다.

비용은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에 비례하는 것은 상식이다. 단순히 법에서 규정한 오전(밤) 12시를 앞뒤로 넘겼다고 해서 영업에 지장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단순 날짜로 해석해 하루 비용을 더 떠넘기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편법의 우려가 있는 장사에 관한 법률 29조 ③항 '임대료는 오전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12시까지를 1일로 계산한다'를 공정위 표준약관처럼 '사용일시를 기준으로 24시간을 하루로 산정한다'로 개정보완해야 한다. 또 이를 어길시, 영업정지, 영업장 폐쇄 등 강력한 행정규제가 가능하도록 법을 보완개정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정화 공정위 담당관은 "장사법상 모호한 규정을 바로 잡는 것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 담당자와 이야기해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담당관은 "장사법을 명확하게 개정하거나 시행령 혹은 시행규칙 등에서 보완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관련 담당자인 김욱 담당관 역시 이 같은 의견에 공감을 표하고 바로 잡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하루 개념이 모호할 때는 민법상 하루 개념인 24시간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법이 보완되기 전이라도 공정위의 표준약관이 잘 지켜지도록 관계기관인 보건복지부와 각시도 및 각 기초 자치단체가 장례식장을 대상으로 행정지도를 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확인한 결과, 서울 등 대도시 대학병원 급 대형병원 장례식장은 공정위 표준약관을 잘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지역의 많은 군소 장례식장들은 표준약관을 지키지 않고 날짜를 기준으로 유족들에게 부당한 요금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장례식장은 '보통 3일장의 경우, 아는 사람이나 말 잘하면 하루 줄여 2일로 계산해 준다'는 식으로 생색을 내기도 했다.


태그:#장례식장, #부당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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