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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방대 육성을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요소로 생각하고 있다. 지역 권역별로 우수한 교육역량을 가진 명문대학을 육성하겠다." - 2012년 12월 12일 '한국지역언론인클럽 대선 후보 인터뷰'

"우수한 교육역량과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전문대학이 발전해 나가도록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 2012년 12월 7일 '전문대학 교육포럼'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 차. 그의 임기가 중반을 지나는 가운데 대학가는 정원 감축과 학과 통폐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관련 기사 : 단식에, 대치까지... 지난 밤 건국대에선 무슨 일이? / 대학에서 '왕따'... 그 기준 참 황당하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지방대와 전문대 '살리기'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

구조조정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반면, '살리기'를 약속하면서 펼쳐보였던 공약은 벌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박 대통령이 내놓은 지방대 및 전문대 육성 공약 이행을 뜯어 살펴본 결과, 대학 구조조정과 연계되면서 '육성'과는 거리가 멀어지거나 종전 정부에서 시행한 정책을 일부 수정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공약 일부는 추진 도중 좌초됐다.

구호뿐인 지방대 지원 공약?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와 12개 단과대 학생회가 지난해 4월 14일 이 학교 정문에서 학교 당국의 무분별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와 12개 단과대 학생회가 지난해 4월 14일 이 학교 정문에서 학교 당국의 무분별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부산대학교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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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박 대통령이 내놓은 지방대 공약은 '교육·연구 여건개선'과 '특성화에 집중 투자'였다. 지방대 지원 공약은 '지방대학 육성 사업'으로 구체화돼 지난해 2031억 원이 쓰였다. 올해는 2075억 원이 투입된다. 문제는 지원 사업이 대학 구조조정과 연계된다는 데 있다. 지원이 정원 감축에 따른 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대 육성 사업에서 대학들은 사업 당락을 가산점이 좌우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기준인 정원 4% 이상을 감축하기로 했다. 일부 지방대들은 가산점을 최대치로 받을 수 있는 정원 10%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대학들은 지원 사업 참여를 앞두고 정원을 선제적으로 감축하느냐, 아니면 차후 대학 구조조정이 이뤄질 때 강제로 정원이 감축되느냐를 두고 전자를 택했다.

그런 가운데 지원 사업이 오히려 수도권대와 지방대의 격차를 벌리는 꼴이 됐다. 지방 거점 국립대인 전남대와 충남대, 충북대 등마저도 정원을 10% 줄이기로 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다수 대학들은 정원을 4% 감축하는 데 머물렀다.

정원 감축의 지방대 쏠림은 통계로 확연히 드러난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2014년 분석에 따르면, 전국 4년제 2015년 입학정원은 지난해 34만5585명에서 33만7378명으로 8207명 줄어들었다. 이 중 7844명이 지방대에서 감축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축 인원 중 95.6%에 달하는 인원이다.

결국 지방대 지원을 대학 구조조정과 연계하기에 앞서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선행됐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장경태 새정치민주연합 청년위원회 대변인은 27일 "지원 공약이 이행되어도 선택적 지원을 받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며 "선별적 지원에 앞서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간 격차를 줄이고, 교육의 질적 측면에서 경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대 육성 공약' 이전 정부 정책 판박이?

'전문대 육성' 공약도 지방대 지원 공약과 마찬가지로 4% 이상 감축한 대학에 사업 선정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대학 구조조정과 연계되면서 지원의 실효성을 떨어트렸다. 이 공약은 박 대통령이 전문대 지원 공약으로 '전문대 특성화 100개교 집중 육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전문대학 육성사업'을 발표하고, 2014년 70개교를 시작으로 2017년 100개교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공약은 구조조정 연계에 따른 문제뿐 아니라 이전 정부가 시행했던 사업을 이름과 규모만 조정한 수준에 머물렀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 사업과 유사한 '전문대 교육역량 강화사업'을 처음 펼쳤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대 관계자는 27일 통화에서 "전문대 특성화 육성이라곤 하지만, 과거 정부의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규모 면에서 조금 늘린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사업 간판은 바뀌었지만, 지원 규모가 여전히 2000억 원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2012년 이명박 정부는 전문대 지원 사업에 2340억 원을 투입했고, 박근혜 정부는 사업 시행 첫해인 2014년 2696억 원을 쓰는 데 그쳤다. 전문대 지원이 얼마나 열악한 지는 비교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문대 137개교에 교육부가 총 지원한 금액은 2931억 원. 반면, 4년제 대학에는 2011년에만 7조7748억 원(한국교육개발원 통계)이 지원됐다.

지난해 전문대 재학생은 47만 명, 4년제 대학생은 152만 명이었다. 이를 1인당 지원비로 환산하면 전문대는 62만 원이, 4년제는 511만 원이 지원됐다. 무려 8배의 격차다. 지난해 교육부가 서울대에만 4083억 원을 지원한 것도 전문대에 지원하는 예산과는 극명히 대비된다. 전문대 육성 공약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지원 규모를 큰 폭으로 확대하기 위한 예산 확보가 우선 필요했던 셈이다.

중단되고, 통합되고... 박근혜 대통령의 헛공약

박 대통령이 내놓은 전문대 공약 중 전문대 육성 공약을 제외한 집권 3년 차 현재 이행 상황을 정리했다.
 박 대통령이 내놓은 전문대 공약 중 전문대 육성 공약을 제외한 집권 3년 차 현재 이행 상황을 정리했다.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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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고도 박 대통령은 전문대 지원 공약을 세 개 내놨다. 이 중 두 공약은 추진 도중 중단되거나 다른 사업과 통합돼 구호로 그치고 말았다. 나머지 한 공약도 아직 법안 심사에 묶여있다.

전문대 수업연한을 2년제에서 1~4년제로 넓히겠다는 공약은 국회 법안 심사소위에 멈춰있다. 이 공약은 1년제는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기술 인력을 빠르게 충원하도록 하고 4년제는 전문대생도 전공을 심화해서 공부하도록 하자는 것으로, 4년제 학과를 추가로 만들어내 대학 간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란 4년제 대학의 반발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전문대와 4년제 대학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법안 통과 여부가 여전히 안갯속인 가운데, 교육부는 다음 임시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 관계자는 27일 통화에서 "법안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4년제 대학과 갈등이 있다"며 "전문대가 수업연한을 넓히려면 기존 정원 일부를 감축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쉽게 결정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학 구조조정과 맞물려 4년제 대학의 신경이 곤두선 상황에서 언제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능·기술 보유자와 산업체 경력자가 전문대에서도 심화 교육을 받도록 하자는 '산업기술명장 대학원 도입' 공약은 유야무야됐다. 이를 두고 교육부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 교육이 비슷한 '명장아카데미'가 있고, 일반 대학 대학원과 차별화가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청년 전문 인력 해외취업을 알선·지원하겠다'며 시작한 '세계로 프로젝트' 공약은 예산 심사 과정에서 중복 투자가 지적되면서 비슷한 성격의 고용노동부 'K-Move' 사업과 통합되고 말았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전문대, #지방대, #대선, #공약,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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