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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부로 만들 서리태콩. 원재료가 특품이다.
 흑두부로 만들 서리태콩. 원재료가 특품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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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세요. 정품이잖아요. 가공이니까 덜 좋은 걸로 할 것이라고요? 선입견입니다. 우리는 정품만 써요. 고객들이 모를 것이라고요? 천만에요. 맛으로 금방 알아요. 우리의 양심도 속일 수 없고요."

김희삼(장성 문암골 영농조합법인 대표) 씨의 말이다. 김 씨는 전남 장성의 축령산 자락 금곡영화마을로 가는 길목에서 3년째 흑두부를 만들고 있다. 재료는 자신과 마을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서리태콩만 쓴다.

서리태콩은 녹색의 속살을 지닌 검정콩을 가리킨다.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다. 고혈압, 고지혈증 등 혈관질환과 여성들의 호르몬 조절에 효과가 있다. 변비, 항암, 이뇨 개선과 노화, 탈모 예방에도 효능을 지닌다.

서리태콩을 물과 함께 갈아서 만든 콩반죽. 흑두부의 재료다.
 서리태콩을 물과 함께 갈아서 만든 콩반죽. 흑두부의 재료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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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김희삼 씨가 채를 이용해 콩국의 굵은 입자를 걸러내고 있다.
 영농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김희삼 씨가 채를 이용해 콩국의 굵은 입자를 걸러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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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암골 영농조합법인의 흑두부 생산은 시행착오로 시작됐다. 흑두부 제조교육을 받았지만 실전 경험이 없었다. 처음엔 콩을 제대로 불리지 못해 그냥 버려야 했다. 간수 비율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버린 것도 여러 번이었다. 서리태콩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마을주민과의 갈등도 있었다.

"주민들이 서운해 했어요. 질이 조금 떨어진 콩을 사주지 않는다고요. 섞어서 갈아버릴 건데, 누가 알겠냐는 거였죠."

김 씨의 회고담이다. 지금은 주민들도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질이 조금 떨어진 건 아예 팔려고 하지 않는다. 더디 가더라도 정직하게 흑두부를 만들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주민들도 이젠 이해한다.

지수남 씨가 1차 가공된 순두부를 누름판에 담고 있다.
 지수남 씨가 1차 가공된 순두부를 누름판에 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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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암골 영농조합법인이 흑두부를 생산한 건 지난 2013년 5월부터였다. 애써 지은 농작물이 제 값을 받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서였다. 가공해서 농작물의 부가가치를 스스로 높여보자는 취지였다. 몇몇 농가가 뜻을 모았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서리태콩을 품목으로 선정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흑두부 가공제품은 수입산이 많다는 데서 착안했다.

흑두부를 만드는 과정은 서리태콩을 깨끗한 물에 씻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콩을 물에 13∼15시간 담가서 불린 다음 두 번 빻아 콩가루로 만든다. 이 콩가루를 압력솥에서 끓여 콩국으로 만들고 채를 이용해 굵은 입자를 골라준다.

이것을 80℃로 식혀 간수를 더하고 응고시켜 순두부로 만든다. 이 순두부를 누름판에 담아 압력을 가해주면 모두부가 된다. 제품 포장은 순두부와 모두부 두 가지로 한다. 청결과 위생은 최우선의 수칙이다.

순두부가 누름판에서 모두부로 변신하고 있다.
 순두부가 누름판에서 모두부로 변신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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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름판에서 압력을 받은 순두부가 모두부로 변신했다.
 누름판에서 압력을 받은 순두부가 모두부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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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숲으로 소문 난 축령산을 찾는 여행객들이 오다가다 들러서 맛을 보고 사간다. 맛을 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택배 주문도 꽤 들어온다. 장성농협 하나로마트를 통해서도 판다. 마을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서리태콩과 쥐눈이콩, 메주콩 그리고 참깨와 들깨, 찹쌀과 찰흑미 등도 소포장해서 판다.

"조금 어렵더라도 돈을 쫓지 말자고 회원들끼리 다짐했어요. 대신 지역특산품을 우리가 직접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또 진솔하게 제품을 만들다보면 언젠가는 빛을 볼 것이라는 믿음도 갖고 있습니다."

영농법인 재무를 맡고 있는 지수남 씨의 말이다.

지수남 씨가 모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있다.
 지수남 씨가 모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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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남 씨가 모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용기에 담고 있다.
 지수남 씨가 모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용기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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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부의 재료가 되는 서리태콩은 김 씨와 지 씨가 주로 생산한다. 6600㎡와 1만3000㎡에 재배해 현재 가공물량의 3분의 2인 2톤을 생산한다. 1톤은 마을의 이웃 농가에서 친환경 재배한 콩만을 사서 가공한다.

서리태콩을 재배해서 파는 농가들도 반기고 있다. 법인에서 시중의 상인들보다 비싸게 사주기 때문이다. 서리태콩을 재배하겠다는 농가도 점점 늘고 있다. 문암골 흑두부의 가능성과 앞날이 주변 농가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앞으로는 농협과 연계해서 서리태콩 재배지역을 장성군 전역으로 확대해 나가려고요. 흑두부 생산량도 늘리고요. 여건이 되면 축령산으로 가는 길목에 직판장을 겸한 흑두부 전문음식점 개설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법인 대표를 맡은 김희삼 씨의 포부다. 영농조합법인 회원들이 꿈꾸며 준비하는 문암골 흑두부의 앞날이기도 하다.

묵은김치와 어우러진 두부.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한다.
 묵은김치와 어우러진 두부.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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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흑두부, #김희삼, #지수남, #문암골,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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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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