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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인터넷 이용자의 독립된 주권자임을 선언하노라."

카카오톡 압수수색 등 '사이버 사찰' 피해자들이 '망명' 대신 '반격'에 나섰다. 인권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은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월 1일 삼일절을 '사이버 감시 국가 독립 만세의 날'로 선포했다. 1919년 일제에 맞서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것처럼 '사이버 감시국가'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해 10월 1일 카카오톡 압수수색 실태를 고발한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를 비롯해 세월호 침묵 행진 제안자 용혜인씨,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 이호동 전해투 위원장, 고진수 세종호텔 노조 위원장,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 누리꾼 이요상씨 등 사이버사찰 피해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정진우씨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압수수색으로 2368명의 신상 정보가 제공됐다며 지난해 연말 헌법 소원과 함께 정부와 다음카카오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오는 3월 1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종로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사이버사찰 피해자 만민공동회 '반격의 서막'을 열어 사이버감시국가 독립선언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만민공동회를 마친 뒤에는 독립 만세 행진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부터 온라인(http://antigamsi.jinbo.net)을 통해서도 사이버사찰 피해자들의 1줄 소감 작성과 독립선언문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이버 사찰은 곧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라면서 "다섯 달 전 우리가 (사이버) 망명을 생각했다면 지금은 96년 전 그날의 외침이 더욱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는 3월 1일 다시 한 번 독립을 선언하고 사이버 감시로부터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선포할 것"이라면서 "이는 사이버 사찰에 대한 반격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자문 NGO(비정부기구)이자 인터넷 권리 옹호 활동을 하는 NGO 국제 연대 조직인 APC(국제진보통신연합)와 인권 단체 활동을 지원하는 스웨덴 공익재단인 'SIDA(스웨덴 국제발전협력기구)'가 후원했다.

오는 3월 1일 '사이버 감시 국가 독립 만세의 날'을 알리는 포스터.
 오는 3월 1일 '사이버 감시 국가 독립 만세의 날'을 알리는 포스터.
ⓒ 사이버사찰긴급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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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오는 3월 1일 발표 예정인 사이버감시국가 독립선언문 전문 초안이다. 나머지 '공약 5장'은 만민공동회 참가자들이 완성할 예정이다.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인터넷 이용자의 독립(獨立)된 주권자(主權者)임을 선언(宣言)하노라. 此(차)로써 世界萬邦(세계만방)에 우리의 권리를 告(고)하야 국제인권법에서 보장하는 정보인권을 환하게 밝히고자 하며, 此(차)로써 미래세대에 誥(고)하야 헌법에서 보장하는 사이버 공간의 비밀과 자유를 永有(영유)케 하노라. 이제 갓 스무 살에 불과하지만, 인터넷은 이미 전세계 네티즌의 생각을 두루 밝히는 불로의 영역임이며, 여기서 우리는 생각과 말의 독점을 거부하고 서로 나누기를 개의치 않아 왔음이며, 이 사이버 공간의 영원한 자유와 발전을 지지함이니, 인류 역사상 가장 평등한 표현매체로 등장한 인터넷은 모바일이라는 큰 기운을 맞아 이제 손안의 표현매체로 거듭나게 되었음이라. 이 작은 사이버 공간은 우리에게 그 무엇보다 큰 공간이며 세상의 어떤 힘도 이를 막거나 억누르지 못할지니라.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된 세월호 참사를 앞두고서도 대통령과 공인의 명예훼손을 걱정하는지라, 정부와 검찰은 사이버 공간에 대한 침탈에 나섰으며, 사이버 압수수색이 횡행하여 유사 이래 처참하게 통신의 비밀과 자유가 유린되어 왔으며, 청와대 앞 집회에서 대통령 책임을 물었다는 이유로, 혹은 그 집회 참가자와 같은 대화방에 있었다는 이유로 2,368명의 메신저 이용자들의 정보와 대화내용이 쓸려 갔으니 이 어찌된 영문이뇨. 그동안 엿보인 우리의 사생활이 얼마이며, 소중한 친구와의 대화가 사찰 대상이 된 것이 그 얼마이며, 정당한 저항과 집회시위의 권리는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새롭고 날카로운 비판과 민주주의 정신의 존엄과 영광에 손상을 입은 것이 그 얼마이겠는가!


태그:#사이버 사찰, #카카오톡 사찰, #사이버 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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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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