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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가 개인의 소유처럼 되어 있었다.
▲ 유등천의 아름다운 소 아름다운 소가 개인의 소유처럼 되어 있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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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유등천의 발원지는 충남 금산에 위치하고 있다. 남이면 삼가리에서 발원하는 유등천 상류를 답사하기 위해 지난 11일,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안영동의 한 마트 앞에 모였다. 약간의 설렘과 긴장감을 가지고 출발하여 삼가리에 도착했다. 발원지 답사를 1월에 다녀온 후 한 달 만에 다시 유등천 종주를 이어가기 위해 나섰다.

지난 2005년 유등천 종주를 마치고 10년 후, 다시 진행하는 유등천 종주는 시작부터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하천의 사유화를 모두 보여주는 듯, 펜션에 가둬진 아름다운 소(물이 깊이 고인 곳) 때문이었다. 소 아래에 버젓하게 자리 잡은 펜션 때문에 소는 펜션에 소유된 듯 보였다.

유등천에 접근이 불가능하게 만들어져 있다.
▲ 팬스로 가로막힌 유등천 유등천에 접근이 불가능하게 만들어져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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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를 뒤로 하고 힘차게 유등천 종주를 시작했다. 시작하자 얼마 되지 않아 만난 곳은 석회석갱이었다. 유등천의 일부 구간(약 200m)를 점령한 석회석 가공 공장은 위태로워 보였다. 비가 오기라도 하면 석회가 섞인 물이 유등천으로 유입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도로에는 석회가루로 아스팔트가 하얗게 변해 있었다.

갱을 지나 본격적으로 유등천의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졌다. 삼가천이라고도 불리는 유등천 상류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선녀가 내려왔을 것 같은 바위와 소가 천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풍경을 바라보며 발걸음도 가볍게 하류로 이동했다. 하지만 30분쯤 걸은 후,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산낭비 평탄화 작업... 하천은 그대로 둘 때 더 아름답다

다양한 수초들이 자라야 할 곳에는 붉은 색의 흙만 가득하다.
▲ 수조를 걷어내고 평탄화 작업을 진행한 모습 다양한 수초들이 자라야 할 곳에는 붉은 색의 흙만 가득하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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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겨울철만 되면 하천바닥을 평탄하게 하는 정비 사업이 진행됐다. 정비 사업을 진행한 곳은 생물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일 수밖에 없었다. 금산군 확인결과 400m 구간의 정비만 진행했다고 한다. 수초들을 제거하고 쌓인 흙을 걷어내어 홍수를 예방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2000년대 이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진행하지 않는 사업으로 대부분 예산낭비에 가깝다.

왜냐하면 사업시행 과정에서 실제 수리수문학적 계산을 토대로 준설하고 홍수예방효과를 검증하는 절차가 자주 무시되기 때문이다. 예산이 없어 검토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검토를 통해 필요 없는 준설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예산이 절약될 가능성이 높다. 금산군 하천관리 관계자에 따르면 주민들의 민원 등을 이유로 준설 및 정비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홍수기를 대비한 작업이니 이해해달라는 설명이다.

평탄화 작업이 홍수예방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이에 대한 명확한 자료가 없다. 때문에 이런 정비 작업의 당위성을 위해서라도, 공사 전 사전 검토는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 하천에 설치된 징검다리나 보, 낙차공 등이 홍수에 훨씬 큰 위협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시멘트 구조물이 물의 흐름을 방해하면서 소용돌이 등의 와류가 생기면서 둔치나 제방을 붕괴시키는 경우도 있다. 징검다리 등의 시설물 설치는 꾸준히 확대하면서, 홍수예방을 위해 수초를 제거하고 바닥 평탄화 작업을 진행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때문에 생태하천이라는 용어가 쓰이게 된 2000년대 초반 이후 하천 평탄화 작업은 많은 곳에서 지양하는 사업이 되었다. 하지만, 금산군에서는 삼가천에 평탄화 작업을 시행했다. 그나마 대규모 평탄화 작업을 하지 않은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금산군 관계자에게 향후 정비작업에 대한 필요성 검토를 요청했다.

양쪽의 물길이 만나는 곳에 만들어진 가옥
▲ 위태로워 보이는 가옥 양쪽의 물길이 만나는 곳에 만들어진 가옥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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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천을 걷다 작은 지류가 만나는 곳에서 한 가정집이 보였다. 두개의 하천이 만나는 복판에 터를 다져 건설한 것 같았다. 큰물이 들면 지반이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작지만 두개의 하천이 만나는 곳이라, 급류가 형성되어 지반을 침하시킬 경우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금산군과 집주인은 홍수에 대비한 관리를 철저히 해 안전사고가 잃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 검붉은 바우이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유등천의 모습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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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에서는 금강을 적벽강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금산의 지형이 그런 듯 하다. 붉은 바위가 많은 탓에 금강을 적벽강이라고 불리게 되지 않았을까 추축해본다. 유등천 상류 역시 붉은 바위가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다. 붉은 색의 바위와 하천이 조화를 이루면서 경관은 그 야말로 비단 같았다. 비단 같은 유등천 종주를 복수면에서 마쳤다.

약 8km 구간을 걸으면서, 아직 하천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을 다시 확인됐다. 인간의 간섭과 개입을 줄인다면 유등천은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미래를 기다릴 것이다. 비단같이 아름다운 유등천이 이제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운 하천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참고
관찰식물 : 박주가리, 참마, 단풍나무, 능소화, 전나무 도깨비바늘, 붉나무, 가시엉겅퀴, 복수초, 갓, 박주가리, 나팔꽃, 뒤방울덩쿨

관찰조류 : 참매, 직박구리, 쇠박새, 노랑텃 멧새, 박새, 딱새, 까치




태그:#삼가천, #유등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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