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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여당 의원의 반대 표결 속에 간발의 차이로 통과했다. 대통령의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한 여권 일각의 정면 도전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청와대는 17일 오전 8시 현재 소폭 개각 여부조차 밝히지 않는 안개 정치를 하고 있어 문제다.

이 후보자의 국회 통과 모습에 대해 밝힌 청와대의 반응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인준안이 원만하게 처리된 만큼 이르면 내일 개각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다른 관계자는 "내일 비서실장 인사 여부에 대해선 모른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표결결과를 보면 투표참여 국회의원 281명 중 과반수를 간신히 넘기는 148명이 찬성표를 던졌을 뿐이다.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의원 155명이 투표에 참석했으니, 최소한 새누리당 의원 7명이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

이 정도의 결과면 책임총리로서의 국정 동력을 기대하기 어렵고 청와대에 국민여론을 전달해 청와대의 잘못을 바로잡지도 못할 식물 총리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율이 30%대로 폭락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로 띄운 '이완구 카드'의 쇄신효과가 청문회를 거치면서 물거품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의 반응은 '인준안이 원만하게 처리되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이완구 신임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예정으로 총리의 제청을 받아 곧바로 개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김기춘 실장의 후임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뿐만 아니다. 공석인 해양수산부 장관을 포함한 소폭 개각과 비서실장 교체 등 청와대 개편이 함께 발표될 것으로 관측되지만 설 연휴 이후로 인사 발표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자칫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역풍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현 위기 국면을 타개하고 집권 3년 차 국정동력을 회복하려는 의지와 각오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여당조차 경질을 주장하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 등 청와대 인적쇄신 문제에서 여전히 과거의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특유의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양상이다. 소통의 첫걸음은 투명한 정치, 인사인데 국민의 궁금증, 안타까움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통'과 '묻지마 인사'로 집권 3년차를 맞아 엄청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는 세월호 참사 직후 사의를 표한 정홍원 전 총리 후임으로 두 명의 총리 후보가 부적격으로 낙마하고 지난해 '정윤회 사건'으로 청와대 부적절 인사 문제 등이 돌출한 뒤 나온 필연적인 결과다. 이런 판에 국정 쇄신 차원에서 이완구 후보를 청와대가 지명했지만 부적절한 인사로 드러나고 말았으니 국민적 실망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우려된다.

인사는 만사라 했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철학과 의지 등은 인사로 표출된다.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부인한 김장수 전 안보실장을 주중 대사로 지명한 것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통령의 의중이 얼마나 세울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등의 그것과 거리가 먼 것인가를 드러낸 것이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대통령이 이안구 카드에 이어 내놓을 개각 및 청와대 인사 카드가 국민적 실망감을 더 크게 하는 쪽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투명한, 예측 가능한 정치를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에 실렸습니다.



태그:#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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