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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평리 전경.
 대평리 전경.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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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일주도로에서 안덕계곡 안쪽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가다 보면 얼마 안 가 드넓게 펼쳐진 바다와 넓은 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 263세대 523(남 276·여 247, 2015년 1월 1일 기준)명이 살고 있는, 숙박업소만 30여 개가 넘는 '자유로운 영혼들의 안식처' 대평리가 자리하고 있다.

서귀포 안덕면의 12개 마을 가운데 가장 작은 마을인 이곳 대평리(3.87K㎡)에 3년여 전 부터 여행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곳에 터를 잡은 외지인 가운데 1세대에 속하는 '물고기 카페' 장선우 감독은 자신 때문에 마을이 더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조용했던 마을이 시끄러워지고 풍광 좋은 이곳에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마을 주민들에게 미안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그마한 대평리는 늘 연중무휴 공사 중이다. 그만큼 군산오름, 박수기정, 당캐포구, 올레길 8코스 등 수려한 풍광과 운치 있는 대평리는 이주민과 여행객들에게는 매력적인 마을로 통한다.

시쳇말로 제주를 관광하는 사람과 여행하는 사람의 구분점이 대평리를 알고 있는가 모르는가로 판단되기도 한다.

박수기정
 박수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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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들의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거의 '성지'로 통하는 '티벳풍경' 게스트하우스를 비롯해 손님들과 유대감이 끈끈한 '곰씨비씨' 게스트하우스, 일본 유명 건축가에게 건축의 아름다움을 인정 받은 '돌담에 꽃머무는 집' 게스트하우스, KBS <인간극장>에 나와 더욱 유명세를 탄 '거닐다' 카페', 제주에서 커피맛으로 손가락에 꼽는 '레드브라운' 등 일일이 열거하기에 숨이 찰 정도로 대평리에는 보는 공간뿐만 아니라 쉴 공간과 먹을 공간이 가득(?)하다. 그만큼 유명한 곳들이 많다는 것.

직업상 세계 여러 나라들을 다닌 한 여행작가 부부는 자신들이 쓴 책에서 많은 나라들을 다녀봤지만 제주도가 가장 살기 좋다고 고백했고, 이 부부는 지금 대평리에 거주하고 있기도 하다.

대평리 토지의 70~80%가 외지인들이 소유하고 있고 마을구성원의 20% 정도가 이주민으로 제주에서 가장 이주정착 비율이 높은 대평리는 이제 제주에서 하나의 전설이 되고 있다.

한편 급속히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제주에서 옛부터 내려오고 있는 '3무(無)'(도둑·거지·대문이 없는 것)가 무색하리만치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대평리는 '대문 없는 마을'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시 상명리와 더불어 서귀포시에서 유일하게 대평리가 그 전통을 계속 이어 가고 있다. 이를 이 마을만의 '문화적 킬러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계기가 요구되고 있다.

대문없는 마을, 대평리.
 대문없는 마을, 대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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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드르올레 해상좀녀공연을 아시나요?

대평리는 지난 2009년부터 매년 7월 초순에서 9월 중순 사이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난드르올레 해상좀녀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창기 이장은 "제주도의 200여 마을 가운데서 마을 자체적으로 공연을 여는 마을은 아마도 우리 마을 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랑스러워 했다.

난드르올레 좀녀해상공연은 옛 제주 해녀들의 잠수복인 '소중이'와 '갈옷'을 입은 해녀(좀녀는 해녀의 옛말)들이 무대에 올라 물질노래를 비롯해 물 허벅과 테왁 장단에 맞춰 제주 해녀의 한풀이 노래 등을 들려주는 공연이다.

세계적으로도 보존 가치가 논의되고 있는 제주 해녀들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로 대평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새로운 제주의 문화를 알리고 지역주민들에게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 출신인 이영근씨가 작사 작곡을 한 '출가 해녀의 노래'는 가족을 뒤로하고 고향을 떠나 멀리 타지에서 물질하는 해녀들의 애환이 노래 말 한 구절 한 구절 절절하게 배어 있다. 

해녀들이 물질 할 때와 밭일 할 때 흥얼흥얼 부르면서 구전되다가 최근 박복자 해녀가 기억하고 있는 노랫말이 해녀박물관에서 발간한 <제주 해녀의 생업과 문화>라는 책자 맨 앞에 기록되었다.

난드르올레 해상좀녀공연.
 난드르올레 해상좀녀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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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기 대평리장 "지역 주민들 화합과 편의 위해 일하겠습니다"

"누구나 대평리에 처음 들어 왔을 때는 외지인이었습니다. 이후 대평리에 터를 두고 사니까 이제 원주민이 된 것이지요. 이주민과 원주민 사이 화합을 이뤄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일이 이장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31일 이장에 새로 취임한 이창기(58) 대평리장은 300여 년 전 대평리에 처음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고 3년 전부터는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고 소개하며 지역 주민들의 화합과 복지를 위해 일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전했다.      

30년 넘게 공직에 몸 담았다가 2년 전 퇴직을 한 이 이장은 "나고 자란 고향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이장을 지원하게 됐다"며 "마을 기업인 ㈜난드르가 지금은 운영이 잘 안 되고 있는데 앞으로 이것을 잘 운영해 마을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대평리가 난드르(제주말로 넓은 들)라고 불릴 만큼 전에는 농산물 수확도 많고 안덕면에서도 부촌으로 불릴 만큼 잘 살았던 마을인데 지금은 자치자금도 많이 부족한 가난한 마을"이라며 "마을 기업과 그 밖의 여러 사업들을 잘 펼쳐 농로포장도 하고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창기 대평리장.
 이창기 대평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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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일간지 <제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창기, #대평리, #박수시정, #난드르올레 해상좀녀공연, #제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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