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한 장면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스파이 액션의 새로운 시대가 온다!'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가 개봉했다. 광고에 사용된 '새로운 시대'라는 문구는 현란한 액션과 통통 튀는 대사로 인해 매우 적절한 설명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영화는 '새로움'에 대한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한 가지 독특한 것은 새로움을 갈망하는 영화에 깔린 수많은 전통적인 모습이다. 새로운 스파이 이야기에 재단사와 신사의 매너 같은 전통적인 소재가 가득하다. 심지어 이 스파이들은 여전히 아더왕 시절의 이름을 달고 있다. 21세기에 랜슬롯이라니.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히 새로움을 말하고자 하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전통과 새로움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영화에는 두 축과 굳건한 적이 등장한다. 하나는 힙합 모자를 쓰고 공짜 유심칩을 사람들에게 나눠 주며 자기 생각을 실현하려는 발렌타인(사무엘 잭슨 분)과 천한 출신은 애초에 글러 먹었다는 생각을 지닌 킹스맨의 리더 아서(마이클 게인 분)이다. 두 적은 각각 나쁜 전통과 나쁜 새로움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발렌타인은 전통을 무시하고 완전히 새로운 자신의 방식을 고수한다. 그는 기존의 악역이 지닌 엄숙함과 무거움을 버렸다. 대신 힙합 모자를 쓰고, IT업계의 거물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사람들에게 공짜 유심칩을 나눠주며 자신의 혁명을 실행해 나간다. 그가 새로움의 상징임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장면은 역시 빅맥이다. 그는 돈을 기부하려는 해리(콜린 퍼스 분)에게 맥도날드 햄버거를 대접한다.

반면 아서는 전통의 상징이다. 그는 해리에게 귀족 출신의 우월함을 말한다. 해리는 시대가 변하고 있다고 말하며 아서가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않는 전통적인 생각과 인식에서 살고 있음을 명확하게 한다.

두 축의 주인공 중 한 명은 전통적인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해리다. 킹스맨 에이전트인 그는 단정하게 정리한 머리와 딱 맞는 수트를 고수한다. 그리고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로 전통적인 매너의 중요성을 말한다. 반면 다른 한 명인 에그시는 새로운 세대다. 그는 많은 재능이 있지만, 그 재능을 펼칠 환경이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살아 보고 싶다는 욕망은 있다. 그리고 적어도 비밀을 지키는 의리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영화는 전통과 새로움의 성격을 지닌 적과 아군을 배치한다. 그리고는 영화 내내 말한다. 전통과 보수가 어떻게 결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결론은 단순하다. 전통은 새로움에게 전통의 가치와 소중한 것을 전하고, 새로움은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 전통을 무시하지 않고, 새로움을 경시하지 않고 서로 존중해서 앙상블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킹스맨>이 보여주는 결론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에 존재하는 두 학살 장면 또한 이를 충실히 따른다. 하나의 학살은 교회장면이다. 교회에서는 아주 보수적인 설교가 이어진다. 동성애를 욕하고, 새로운 세상이 마치 지옥인 것처럼 설파한다. 발렌타인이 폭력성을 증가시키는 신호를 보내자, 교회에서는 서로를 죽고 죽인다. 교회 전투 장면은 강렬한 비트의 신식 음악과 다양한 전통적 무기들의 향연이다. 바람직한 전통을 나타내는 해리는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결국 혼자 살아남는다. 그는 교회 밖으로 나와 발렌타인에 의해 살해된다. 교회의 학살은 마치 바람직한 전통이 나쁜 전통을 심판하고 스스로의 역할을 마무리하는 모습처럼 묘사된다. 해리가 죽을 때의 자세와 교회라는 장소, 'America is doomed'라는 메시지를 통해 감독은 의도한 바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두 번째 학살은 이미 유명한 머리 폭발 장면이다. 지구를 위해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에 찬성한 사람들이자 새로운 세상에서 기득권을 이미 쟁취한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 학살의 대상이다. 웅장한 클래식과 함께 그들의 머리가 날아간다. 전통적인 가치를 무시하고, 사람과 생명을 경시하며, 자신의 안위에만 관심 있는 새로운 시대의 사람들은 자신의 머리에 심어놓은 새로운 기술에 의해 폭발한다. 그렇게 나쁜 새로움 또한 심판받는다. 이 두 번의 학살 장면을 통해 감독은 '나쁜 전통과 나쁜 새로움'에 대해 모두 경종을 울린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에그시는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해리의 대사를 반복한다. 전통의 바람직한 계승이다. 바람직한 전통은 미래가 창창한 젊은이에게 전통의 가치를 전했고, 새로운 미래는 그 가치를 받아들이고 더욱 멋진 모습이 되어 앞으로 나아간다.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는 신나게 볼 수 있는 팝콘 무비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꽤 괜찮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젊은이의 창창한 미래를 봐줄 수 있는 멋진 어른과 전통의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바른 청년의 모습이 더욱 간절한 우리에게 <킹스맨>은 꽤 괜찮은 영화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지종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trjsee.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킹스맨 콜린퍼스 가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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