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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언론노동조합(아래 언론노조) 8대 위원장에 김환균 MBC PD가 당선되었다. 지난 9일 열린 언론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찬성률 94.9%로 선출된 것(총 117표 중 111표 획득). 단독 출마였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3월 1일부터 2017년 2월까지다.

전남 강진 출생인 김 위원장은 전주신흥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1987년 MBC PD로 입사해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천왕의 나라> 등을 기획했다. 2008~2010년까지는 <PD수첩>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또한 2001년 언론노조 MBC본부 사무처장과 2006년 한국PD협회장을 역임했다. 

지난 11일 서울 프레스센터 내에 있는 언론노조 사무실을 찾아 김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힘들 거라는 건 애초부터 알고 있었어요"

김환균 전국 언론노동조합 신임 위원장
 김환균 전국 언론노동조합 신임 위원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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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노조 위원장에 당선되셨는데, 소감 부탁드립니다.
"지금 다들 언론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잖아요. 선거운동 기간에 돌아다녀 보니까 실감할 수 있었어요. 어렵고 힘들 거라고 걱정해 주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그러니까 한번 해보는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공약을 7가지 걸었습니다. 선거운동 기간에 만나본 조합원들은 대한민국의 언론 상황에 대해 분노하고, 자존심 상해하면서 언론인으로서 소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자괴감을 갖고 있었어요.

언론인 어느 한 사람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언론노조 중심으로 조합원들의 힘을 모아 나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기가 2년인데 그 기간 동안 언론 자유를 좀 더 확고히 하길 바라요.

지금 언론 자유가 흔들리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위태롭다는 걸 의미합니다. 언론자유를 지킨다는 건 우리가 언론이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요.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토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언론인들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싸움의 전사가 되어야 합니다." 

- 언론노조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실 생각이세요?
"노조는 힘없는 노동자들이 모인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노조원을 보호하는 기구여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가진 것은 단결된 힘밖엔 없어요. 요즘도 계속되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언론인을 해고하거나 '유배'라는 터무니없는 인사들이 벌어집니다. 언론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폭압적인 행태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 일들부터 해결해야죠."

- 외면하고 싶기도 하셨을 텐데 어떻게 위원장 후보에 나서게 되셨나요?
"언론노조 위원장에 나서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두 가지 생각을 했어요. 하나는 '언론상황이 어렵구나. 오죽했으면 나에게까지 이런 제안이 오게 됐을까?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구나'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내가 과연 이 일을 맡을 수 있는가. 그럴 만한 능력과 자질이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답은 언론노조 위원장이라는 엄중한 자리에 저는 적절치 않다는 거였어요. 한국PD연합회장을 마치고 다시 PD로 돌아가 프로그램 만드는 일에 열중했습니다. 언론 현장에 있긴 했지만 언론 정책 등에 대해서는 한 발 떨어져 있어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없죠.

젊은 친구들이 앞장서야 할 자리에 제가 있는 게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선후배들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이것을 마다할 수 없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나는 예외여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내 지혜가 모자라면 1만2천 조합원의 지혜를 빌리고 힘이 모자라면 1만2천 조합원의 힘을 모아서 해야 할 일이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힘들 거라는 건 애초부터 알고 있었어요."

- 대의원 투표에서 94.9%의 찬성률로 당선되셨는데,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지금의 언론 상황에 대해 모두 위기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후보로 나서줘서 고맙단 말을 많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그 말이 이해가 안 됐지만 여러 조합원들을 만나면서 '우리 조합원들에게 이런 위기감이 있었구나. 후보가 아무도 안 나와서 언론노조 조직 자체가 흔들리는 것도 머릿속에서 그려보았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그런 위기감이 저와 김동훈 수석부위원장 후보를 지지하게 했을 거예요.

두 번째는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으려고 했어요. 후보 등록하면서 7가지 공약을 내걸었고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조합원들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게 어쩌면 책상머리에 앉아서 생각한 것보다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합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걸 높이 사주신 것 같아요."

- 언론 노조의 위기감에 이유가 있을까요?
"1987년 민주화 이후 노조운동은 민주화와 궤를 같이 했습니다. 상당한 성과가 있었죠. 그러나 다시 권위주의적인 정권이 들어서고 노동운동이 성장하면서 이룬 성과들에 대해 '우리가 당했다' 혹은 '우리가 밀려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노조의 존재 자체가 불편한 정치인, 기업가, 자본가들일 수 있죠. 그런 사람들이 똘똘 뭉쳐서 '잃어버린 세월'이라고 생각하고 총공세를 취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언론사의 인적 구성도 한 가지 요인인데 대부분의  언론사 인적 구성이 기형적이에요. 보통 조직은 피라미드형이 되어야 하는데 피라미드형 조직은 거의 없고 항아리형이거나 역(逆)피라미드 구조예요. 신입사원운 노조가 활동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되는데, 대부분의 언론사가 한 해에 한두 명 뽑거나 아예 안 뽑아서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이 여전히 그 조직의 막내인 상황이 많습니다. 이것도 언론노조가 힘들어지는 데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 언론사가 재정적으로 힘들어지면서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거예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언론사가 언론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간판을 달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 때문에 기자들이 자존심을 상해 가면서 회사의 수익이 되는 기사를 쓰는 등 부정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거예요. 이중 정체성, 즉 정체성의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죠.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언론의 위기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가장 지키고 싶은 공약은 부당 해고자·징계자 원상회복"

김환균 전국 언론노동조합 신임 위원장
 김환균 전국 언론노동조합 신임 위원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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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약이 7개인데, 물론 다 지키고 싶겠지만 가장 지키고 싶은 공약이 있다면?
"공약 첫 번째인 부당해고자와 부당징계자 원상회복입니다. 명예를 목숨처럼 생각하고 자존심으로 살아가는 언론인에게 이는 모욕의 극치거든요. 그런 일이 일어나는 언론사에서 언론자유는 건전하게 유지되거나 성장할 수 없어요. 첫 번째 공약을 지킨다면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는 이미 회복의 첫 단계에 들어섰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 생각하시는 복안이 있으세요?
"쉽지는 않겠죠. 해고, 징계, 터무니없는 인사이동 남발을 보면, 사측은 '해고가 부당하다고? 그러면 법원으로 가서 법원의 판결을 받아보자. 아마 니가 이길지 몰라. 그러나 우린 해고할 거야'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건 강자들의 횡포예요.

그 사람들은 돈으로 변호사를 사고 고소장을 낸 이후 가만히 지켜보면 되지만 노동자들은 모든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가면서 방어해도 몇 년 걸려요. 현장에서 열심히 뛰어야 할 젊은 기자와 PD들이 꽃다운 청춘을 잃어버리는 거죠.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반드시 원래 상태로 돌려놓을 겁니다.

주장만 하는 건 아니에요. 국민들은 이런 일이 대한민국 언론사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어요. 말도 안 되는 해고, 징계, 전보에 대해 법원은 제동을 걸고 있어요. 그것이 민주주의의 법치이고 정당하다는 걸 언론인들과 국민들이 잘 알아요. 언론인들이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단결한다면, 국민들이 지지해 주고 우리에게 명분이 있는 싸움에서 패배할 리 없습니다."

- 정권의 방송장악이 8년차에 접어들면서 체제에 순응하는 언론인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밖에서 볼 때 그렇게 볼 수 있을 겁니다. 전쟁에서 전투할 때 지휘관이 적과 어떻게 싸울지 전술을 선택하잖아요. 우리가 적에게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면 선택의 폭이 많지만 그 반대라면 쓸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아요. 지금은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땅히 발언해야 할 때 발언하지 않는다면, 이제 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나 그 사람들이 전부는 아닙니다. 다수는 괴로워하면서 견디고 있어요. 우리가 힘이 없어서 이렇게 있지만 이 상황이 좋거나 반가워서 그러는 건 아니란 말이에요. 전술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침묵하는 사람들에 대해 매정하게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일제에 침묵하며 어린이들을 교육하던 사람을 '나라가 없어진 마당에 무슨 교육이냐, 총칼 들고 싸워야지'라고 비판할 수 있을 겁니다. 나라 구하기 위해 총칼 들고 목숨 바친 분들, 당연히 존중하고 기억해야 합니다. 하지만, 교육으로 사람을 기르자는 사람도 마냥 비겁하다고 탓할 수만은 없다는 거죠."

- MBC 출신이시잖아요. 지난달 권성민 PD가 해고되었고, 본부노조는 위원장 후보자가 없어서 위원장 선거를 한 차례 연기한 바도 있는데. 현재 MBC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안타깝죠. MBC만의 문제는 아니고 많은 언론사의 노조가 겪고 있는 문제예요. 그러나 MBC 경우엔 다른 언론사들이 겪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죠. 해고자도 많고 회사의 대응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MBC 노조는 위원장 후보자를 찾는 데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었죠. 안타까운 상황인 건 맞지만 그 자체로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MBC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되었고 어떻게 보면 MBC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인물이 후보로 나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 KBS 수신료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제가 간단하지 않아요. 아주 원론적인 의미에서 다른 고려를 빼고 수신료가 인상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할 수 있죠. 올리고 말고의 문제보다는 올릴 땐 명분이 있어야 하고 명분을 확보해야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과연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사가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받고 있는가, 의문스럽습니다. 공영방송사로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먼저입니다."

"이완구 후보 '협박', 놀라운 일"

-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기자들을 협박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었는데.
"놀라운 일이죠.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총리 후보자가 어떻게 그런 말을 했을지, 길거리에 다니는 누구도 그런 말을 상상하기 힘들 거예요. 정말 큰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완구 후보가) '언론 없는 정부보다는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는 말도 인용했는데 진정성 있게 안 느껴져요.

이건 이완구라는 분의 개인적인 언론관일 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언론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에 몹시 걱정되고 안타까워요. 여야 정치인뿐만 아니라 국민들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문제를 잘 풀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언론은 더 암담할 거고 민주주의는 더 추락할 겁니다."

- 이 후보자 발언 중에 김영란 법에 대한 내용이 있잖아요. 김영란 법에 기자들을 포함시키는 것에 언론노조는 찬성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러나 이 후보자의 발언에서 보듯 악용될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악용된다는 것은 법의 조문이 완벽하지 못해서 때문은 아니에요. 악용하려고 마음먹으면 악용하는 거죠. 법의 취지를 살려서 집행한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봐요. 언론인도 김영란 법을 적용받아야 한다면 적용받는 게 맞죠."

- 어느덧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되었는데, 2년 동안의 언론정책 어떻게 평가하세요?
"언론정책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박 대통령께서는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사회가 구성되어 있어서 거기서 알아서 할 거다.' 이렇게 말했죠. 원론적으로 옳은 말처럼 들려요. 그런데 어찌됐든 정부여당에서 인사들을 추천하고 그 사람들이 이사회의 다수를 이루고 그 사람들이 뽑은 사장이 인사권을 전횡하고 특정 정파의 유불리를 따져서 뉴스 아이템을 정하고 할 때 '우리는 추천만 했을 뿐이지 그분들이 알아서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하는 게 책임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세월호 때 KBS에서 세월호를 어떻게 보도하라는 보도지침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전달되었다는 증언이 있었잖아요. 언론을 조종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국가권력은 자기를 홍보할 수단은 물론, 비판적인 여론을 억압할 수단과 그것을 실행할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그것을 정부 스스로 제어해야 민주주의예요. 지금은 일방적으로 친정부적인 보도를 하면 팔짱끼고 있는 거죠. 그렇게 하는 것이 언론을 자유롭게 놔두는 것인가, 그리고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게 정직하고 책임있는 건지 묻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 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방송이야기'(http://blog.daum/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환균, #언론노조,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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