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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소에 오게 된 동물들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한때 누군가의 반려동물이었던 그들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또 구조가 되어 동물보호소에 맡겨지더라도 시일이 지나면 안락사를 당합니다. 그런 동물들이 1년이면 10만여 마리에 달합니다. 이들의 가족이 되어줄 분을 찾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기획으로 동물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뚱식이의 원래 이름은 순돌이라고 했다.
▲ 집을 나온 지 2년 만에 주인을 찾은 시추 뚱식이 뚱식이의 원래 이름은 순돌이라고 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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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의 일이다. 동물 관련 TV 프로그램에 동물자유연대에서 보호 중인 유기동물들이 입양을 기다리는 모습과 사연이 방송되었다. 그런데 방송이 나간 다음 날, 유기동물로 추정했던 시추 뚱식이가 2년 만에 원래 주인을 찾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뚱식이가 주인을 다시 만나게 된 데는 사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아마도 2011년, 뚱식이가 입양된 집에서 파양되어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면 영영 주인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2010년에 구조된 뚱식이는 보호소 생활 1년 뒤 동물보호단체 회원의 소개로 새로운 가정에 입양되었다. 그런데 입양 가족을 직접 만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의 말만 믿고 입양을 보낸 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

뚱식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직접 방문하고 싶다고 입양된 집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나 부부는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오고 주말에도 일을 하기 때문에 방문은 곤란하다고 하였다. 몇 번의 통화한 끝에,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방문하여 뚱식이만 보고 가는 것으로 얘기되었다. 그런데 직접 방문해보니 전해 듣던 상황과는 모든 것이 많이 달랐다.

입양할 때부터 아픈 곳이 많았던 뚱식이를 잘 치료해 준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았다. 이 부부는 뚱식이를 병원에 데려갈 시간을 내는 것조차 어려워 보였다. 더 이상 뚱식이를 돌보는 것이 힘들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전화를 했더니, 부부는 두 아들이 서로 개를 안고 자려고 싸우기도 하고 주변에서 불쌍한 동물이 있으니 키워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얘기를 해서 뚱식이를 입양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픈 곳이 많으면 부담스러우니 양육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네로는 연쇄개학대범에게 입양 되었다가 구조 되었다.
▲ 동물자유연대가 구조하여 새 삶을 살고 있는 네로 네로는 연쇄개학대범에게 입양 되었다가 구조 되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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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례 외에도 배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베란다 안에 입양동물을 방치하거나, 입양 직후 잃어버렸는데도 연락조차 하지 않다가 "동물 스스로 집을 나가버린 걸 자기가 어떻게 하느냐"고 화를 내는 입양자도 있었다. 이처럼 동물들의 삶이 입양 이후에 더 외롭고 위태로워지는 일도 간혹 생긴다.

불과 몇 년 전의 일이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동물을 입양 보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에 대한 입양자의 생각과 태도, 이미지, 성품 등이었다. 대부분 '사람'에게 집중되어 '좋아 보이는 사람=입양 적합'의 공식이 알게 모르게 성립되어 있었던 것이다.

경제력과 양육환경 등에 대한 부분은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돌려묻는 경우도 있었지만,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입양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서던 때였다.

사람 속은 알 수가 없다. 누구보다도 책임감 있게 입양 동물을 돌보겠다고 약속했던 입양자는 입양한 동물이 차 사고로 골절되자 "수술비도 부담스럽고 돌보는 것도 힘들다"며 입양을 취소했다. 따뜻한 마음과 배려가 돋보였던 입양자도 남자 친구가 생기자 마음이 변했다. 사정이 생기고 상황이 바뀌면 돌변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입양 상담은 설문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진행된다.
▲ <동물입양 마인드 및 양육환경 조사> 설문지의 일부 입양 상담은 설문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진행된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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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입양하려는 사람을 판단하려면 더 자세한 자료가 필요했다. 입양에 임하는 자세, 경제력, 양육환경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했다. 말로는 물어보기 껄끄러운 부분들을 문서로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동안 동물입양을 진행하며 겪었던 시행착오를 반영하여 '동물입양 마인드 및 양육환경조사' 설문지를 만들었다.

설문지는 입양자의 기본적인 '개인정보', 입양자에게 적합한 동물을 추천하여 파양되는 것을 줄여주는 '희망 입양동물에 대한 정보', 가족 구성원 등의 성향을 알아보는 '가정환경 정보', 주거의 안정성을 알아보는 '주거환경 정보', 입양의 목적과 동물을 키우면서 발생할 수 있는 난관에 대처하는 자세를 알아보는 '양육, 마인드 정보', 입양동물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겠다는 각서인 '입양관리 동의서'로 항목을 세분화하였다.

설문지 내용 중에는 다소 거북할 수 있는 질문도 있다. '가족 중 정신적, 육체적 질환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이 있나요?'라는 질문이 있는데, 이것은 간혹 가족 구성원의 우울증 치료 목적으로 동물을 입양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의 상태가 악화하면 입양동물이 천덕꾸러기가 되기도 해서다. 상담을 통해 "동물을 통해 마음의 병을 치료한다"는 것이 오히려 동물 양육에 짐이 되어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알리는 목적이었다.

주거형태와 소유관계, 실 평형을 구체적으로 기입하는 항목도 처음에는 너무 무례한 질문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동물을 키움에 있어 주거환경은 기본이다. 넓은 평형의 좋은 집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집의 평수와 구조, 가족구성원의 수 등을 파악하여 적합한 동물을 연결해 주기 위해서다.

좁은 평수에 여러 명의 가족이 생활하는 경우에 비글이나 코카스파니엘처럼 활동량이 많은 동물을 입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택 밀집 지역 다세대에 세입자로 있다면 작은 소리의 짖음에도 이웃간, 가족간 불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짖음이 심하지 않고 몸집이 다소 작은 동물을 추천한다. 설문지에는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치료 및 수술을 해야 한다면 어느 정도의 금액까지 감당할 수 있나요?'라는 항목 등도 있다.

설문지로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 입양 절차 다시 수정

최소 5단계의 검증 절차를 거친다
▲ 동물자유연대 동물입양 절차 최소 5단계의 검증 절차를 거친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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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입양 마인드 및 양육환경 조사' 설문지는 성공적이었다. 믿고 입양을 보내도 될지 긴가민가 고민되던 부분들을 해소해 입양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입양 신청자들도 "동물 입양에 대한 책임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이 설문지는 서울 마포구와 경기 성남시 등 지자체 동물보호소와 동물 관련 TV프로그램에서 구조한 동물의 입양을 진행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동물입양에 대한 시민 참여는 몇 년 사이에 부쩍 늘었다. 동물보호단체는 외곽에 있는 동물보호소를 방문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도심에 입양센터를 건립하여 입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시 또한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동물 복지과를 신설하고 직영 동물보호소를 설치하여 입양신청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달희는 지자체 동물보호소에서 두 번이나 입양을 갔다가 다시 버려졌다.
▲ 동물자유연대를 통해 평생 가족을 만난 말티즈 달희 달희는 지자체 동물보호소에서 두 번이나 입양을 갔다가 다시 버려졌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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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 아주머니가 한눈에 보기에도 어리고 예쁜 말티즈를 데리고 동물자유연대를 찾아왔다. 말티즈를 지자체 동물보호소를 통해 입양했는데 아이들이 알레르기가 생겨 키울 수 없으니 개를 받아달라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말티즈는 아주머니가 입양하기 전에도 배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미 한 번 이상 파양되었다고 한다. 다시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 된다는 말에 충동적으로 입양했는데 다시 돌려보내려고 하니 지자체 보호소에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자녀들의 알레르기는 개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은 낮지만 걱정된다면 털을 짧게 밀어서라도 입양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돌아온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동물을 입양할 때는 쉬웠는데 돌려보내는 것은 왜 이리 어렵냐."

대부분의 유기 동물은 시민의 신고로 지자체 보호소로 옮겨진다. 10일 동안 주인을 찾는 공고가 올라가고 10일이 지나면 입양이 진행되고, 입양되지 않는 동물들은 안락사 된다. 따라서 지자체 동물보호소에선 동물의 안락사를 줄이기 위해 기본적인 심사만 거치고 제대로 된 검증없이 동물을 입양시키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 동물보호소는 직영이 아닌 위탁이 일반적이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이라도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만 설치하면 누구나 위탁보호소를 운영할 수 있다. 입양 또한 보호소 마음대로다. 적은 예산으로 입양 업무를 전담할 직원을 채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하여 구조,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입양 업무를 맡게 되고, 동물병원에서 관리 중인 유기동물도 간호사나 데스크 안내직원 등 시간이 비는 사람이 맡게 된다.

입양 이후 입양자의 방치와 학대로 목이 돌아갔다.
▲ 지자체 보호소에서 입양이 된 미니핀 봄이 입양 이후 입양자의 방치와 학대로 목이 돌아갔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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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소에서 입양되어 다시 유기되고 학대에 노출되는 사례에 대한 통계는 현재까지는 없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로 들어오는 제보 등을 종합하여 보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일 수 있다. 해결책은 없을까? 그저 책임감 있는 좋은 사람에게 입양되는 행운에 맡겨야 하는 것일까?

동물입양의 부작용... 해결 방안은 없나

지자체 동물보호소를 위탁이 아닌 직영으로 전환하고, 직영보호소에는 동물입양 전담가를 두어 입양 진행, 사후관리를 일원화해야 한다. 동물 입양에 대한 기준이 먼저 정립된 동물보호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차근차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동물보호소에서 동물을 입양하는 일은 더 늘어날 것이고 대중화될 것이다. 지자체는 유기동물 관리에 좀 더 적극적으로 예산을 확보하여 맞게 대처해야 한다. 사람 복지도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동물 복지 예산을 늘리는 게 지자체로서는 부담스럽고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현재의 유기 동물 관리가 지속된다면 나중에 직영보호소로 전환해서 담당인력을 충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버려지는 유기 동물 관리에 써야 할 것이다. 입양률을 높이는 것에만 급급한다면 입양된 동물들이 다시 유기되어 유기 동물의 수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유기 동물은 이미 한 번 이상 버려지거나 학대를 받았다. 관리가 허술한 지자체 동물보호소와 열악한 환경의 사설보호소에서 입양이라는 동아줄을 잡았다. 하지만 마지막 희망이었던 동아줄이 썩은 동아줄이라면 차라리 잡지 말았어야 할지도 모른다. 동물은 선택할 수 없다. 굵고 튼튼한 동아줄인지 가늘고 썩은 동아줄인지.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윤정임은 동물자유연대 국장입니다.



태그:#동물자유연대 , #동물입양, #유기견입양, #유기견분양, #동물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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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는 동물학대 예방 및 구조, 올바른 반려동물문화 정착, 농장동물, 실험동물, 오락동물의 처우 개선을 위한 대중인식 확산과 연구 조사, 동물복지 정책 협력 등의 활동을 하는 동물보호단체이다. 홈페이지: www.animal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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