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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이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데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인터넷에서 타인에 대한 혐오감을 여과 없이 배설하는 사람들과 달리, 그들은 페미니즘 자체를 비난하거나 한국 여성 일반을 비하하지 않는다. 그들의 전략은 '선긋기'와 '책임 전가'다. 좋은 페미니즘과 나쁜 페미니즘을 나누고 자신이 공격하고자 하는 대상을 나쁜 페미니즘의 범주에 속한다고 한 뒤 그들이 겪는 고통의 원인이 그들 자신에게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이들 중에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도 없고, 알고자 하는 사람도 없어 보인다. 자신이 알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과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이미지를 결합해 나쁜 페미니즘과 나쁜 페미니스트를 만들어낸다. 이들의 주장은 대부분 결국 '여성 혐오'에 지나지 않는다.

김태훈의 칼럼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 최근 <그라치아 코리아> 2월 호에 실린 김태훈의 칼럼. SNS상에서 논쟁 거리가 되고 있다.
▲ 김태훈의 칼럼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 최근 <그라치아 코리아> 2월 호에 실린 김태훈의 칼럼. SNS상에서 논쟁 거리가 되고 있다.
ⓒ 그라치아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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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태훈이 쓴 칼럼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는 배운 남성들의 전형적인 여성 혐오 패턴을 보여준다. 그의 글에는 두 가지 페미니즘이 등장한다. 68혁명과 히피즘의 대중화에 기여한, "1960년대 청년 운동의 한 축"이었던 과거의 페미니즘과 "무뇌아적인 남성들보다 더 무뇌아적"인 '현재의 페미니즘'이다.

김태훈이 '현재의 페미니즘'의 사례로 제시한 것은 군 가산점제에 반대하는 행위다. 그는 그러한 주장을 "남성을 공격해 현재의 위치에서 끌어내리면 그 자리를 여성이 차지할 거라고 생각"하는 "군 가산점제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이데올로기"이라고 해석하고 "공평함의 문제는 사라지고 누가 더 유리한가의 문제"만 남는다고 비난한다.

김태훈의 눈에 비친 이러한 '현재의 페미니즘'은 "또 다른 괴물들을 만들어내는" 괴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남성연대와 일베가 생겨난 원인이 "현재의 페미니즘"에 있다고 본다. 여성들이 남성들의 생존을 위협하기 시작하자 남성들이 "자신들의 생존이 걸리는 순간 강력히 저항"하기 시작했고 그 증거가 남성연대와 일베라는 것이다. 그는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배트맨>을 인용하며 '현재의 페미니즘'과 '남성연대'와 '일베'가 만들어내는 괴물로 묘사한다.

그런데 김태훈이 말하는 '현재의 페미니즘'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다. 김태훈이 말한 '현재의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단체가 있는가? '현재의 페미니즘'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는 학자가 있는가? 어떤 사람들은 여성가족부의 황당한 정책을 예로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황당한 정책에는 여성단체들도 반발한다.

군 가산점제 논쟁에서 드러나는 '여성 혐오'

그렇다면 군 가산점제를 반대는 남성들의 이익을 뺏으려는 여성들의 주장일까? 군 가산점을 둘러싼 논쟁은 한국 사회에 숨어있는 여성 혐오를 응축적으로 보여준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은 본의의 의지와 상관없이 군대에 징집된다. 그리고 20대의 약 20%(군 복무기간을 2년으로 가정했을 때)를 군에서 보낸다. 자유가 박탈되고, 경력이 단절되며 이에 상응하는 보상은 전무하다시피하다. 군 가산점제가 쟁점이 되는 것은, 군 가산점이 군 복무를 마친 남성들이 한국사회에서 보상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군 복무에 대한 보상은 군 복무로 인해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누가 그에 대한 보상을 얼마나 할 것인가. 전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고 해도 1/n으로 내는 것보다 수혜받은 것에 비례해 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생명의 가치가 동등하다고 해도 재산의 가치는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남성들의 군 복무를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사람은 여성이 아니다. 자본가다. 전쟁이 벌어질 경우 일반인들이 입을 손실은 잘 해봐야 몇 억 원이지만, 자본가의 손실은 조 단위로 넘어간다(서울 시내 한복판의 빌딩, 반도체 공장, 정유시설, 철강시설을 생각해보자). 그러니 군 복무한 남성에게 돌아가야 할 보상은 여성이 아닌 자본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군 가산점제는 여성이 일할 기회 중 일부분을 남성에게 옮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본의 입장에서 볼 때, 군 가산점제는 어떠한 비용도 부담하지 않고 남성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좋은 도구다. 더욱이 군 가산점제는 상당수의 남성들에게 거의 도움이 안 된다. 대다수의 육체노동자들, 자영업자들, 교수들 그리고 나 같은 대학원생들은 군 가산점제의 혜택을 조금도 받지 못한다.

그런데도 남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군 가산점제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한다. 전원책 변호사 같은 사람들은 "남자들이 군대에서 2년 고생하는데 여자들이 2년 더 공부해서 몇 점 더 받는 게 그렇게 부당하냐?"라고 한다. 여성들이 2년 더 공부하는 것보다 그 시간에 일을 하고 세금을 내는 것이 더 나은데도 이런 방안은 항상 선택지에서 제외된다.

남성연대 고 성재기 대표는 tvN <대학생 토론 배틀>에서 "군 가산점 대신 국방세를 걷자"는 주장에 대해 "세금이 어디서 나냐"면서 "비현실적"이라고 깍아내렸다. 쥐가 고양이를 생각하는 건가. 2014년 기준으로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522조 원에 달한다.

논란이 된 칼럼으로 돌아가보자. 김태훈은 "싸워야 할 적은 남녀가 아니라 빌어먹을 시스템"이라고 짚는다. 하지만 정작 사회변혁을 막는 것은 '현재의 페미니즘'이 아니라 '현재의 페미니즘'이라는 가상의 적을 만드는 남성들이다. 그 가상의 적을 가지고 자신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알리바이를 만들어내는 그들 말이다.

그들은 사회변혁의 당위성을 목청 높여 주장하면서도, 본인들이 그러한 주장을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책임을 가상의 적인 '현재의 페미니즘'에게 전가한다. 그들은 그렇게 여성 혐오를 떳떳이 드러낸다. 그들은 자신들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여성에게 전가하지만 자본에는 끽소리도 내지 못한다. 군 가산점제 앞에서 거품을 물고 목청을 높이는 그들이지만, 수십 조 원 규모의 방산 비리 앞에서는 너무나도 차분하다.

이것이 과연 김태훈만의 생각일까

김태훈의 칼럼을 실은 잡지 <그라치아>가 그의 글을 걸러내지 못한 것은 편집자의 부주의라기보다 이런 관점에 별다른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라치아>는 해당 칼럼을 게재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포털에 김태훈이 쓴 칼럼 제목으로 검색을 해보니, 김태훈의 칼럼을 비판한는 글 못지 않게 김태훈의 입장을 옹호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현재의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페미니즘을 알지 못하고, 알 생각도 없어 보인다. 바꿔 말하면 이러한 일이 반복돼도 그들은 지금과 똑같은 반응일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슬로우 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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