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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세월호 참사 300일이 지났다. 그 사이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의 노력으로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 특별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이후 진행 상황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애당초 지난 1월 초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이었으나,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의 '세금 도둑' 발언 등 특위 구성에 대한 여당의 반대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와중에 지난 1월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출간됐다.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 기록단이 출간한 이 책은 12명의 작가가 13명의 유가족을 만나 인터뷰 한 것을 담았다. 출간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 커피숍에서 <금요일엔 돌아오렴> 저술에 참여한 작가 기록단의 명숙 작가를 만났다. 다음은 명숙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분들은 정말 강한 분들이구나, 느꼈다"

명숙 작가
 명숙 작가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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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출간된지 한 달가량 됐습니다. 반응은 어떤가요?
"세월호 관련 책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 같아요. 많이 팔리긴 한 것 같지만, 읽는 걸 어려워 하시는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아픔이나 고통을 담은 책이다 보니 아무래도 마음이 아프잖아요. 때문에 책 읽기가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하세요. 그래도 조금씩 읽어가자고 하고 있죠."

-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모르시는 분도 계실 텐데, 책에 대한 소개를 해주세요.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 작가 기록단이라고 있어요. 작가들이 모여서 인터뷰를 어떻게 할지 고민했는데, 유가족들이 많아 선정하기 어려웠어요. 처음엔 가족들을 만나는 것도 힘들었어요. 가족들에게 말을 걸면 경계를 하셨어요. 그동안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를 이상하게 해온 보수 언론들이 많았잖아요. 그래서 말씀을 잘 안 하시기도 했고...

그래서 우연히 친해져 알게 된 13명을 인터뷰하게 됐어요. 팽목항에서의 이야기랑 싸우면서 겪은 일 등... 단순히 13명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원래 실종자나 일반인도 다루려고 했는데 쉽지 않아서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부모님
이야기만 담았어요."

- 제목의 의미가 궁금해요.
"아이들이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이 금요일이었어요. 그런데 못 돌아왔죠. 3박 4일 짧은 여행이었는데 하늘로 떠나게 돼서 긴 여행이 된 거죠.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기다림으로 제목을 이렇게 잡았어요. 지금처럼 여전히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욕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이들은) 돌아올 수 없어요."

- 작가 기록단은 어떻게 모이게 됐나요?
"세월호 참사 이후 르포 작가 등이 세월호라는 엄청난 사건에 어떻게 힘을 보탤까 고민들을 하고 있었어요. 가족들의 목소리를 누군가는 옆에서 기록해야 하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와서 사람들을 알음알음 모집했어요. 작가나 인권 활동가 중에 세월호 유가족의 목소리를 글로 기록하는 사람을 모집해서 지난해 6월경에 모였어요. 그땐 당장 기록하기보다는 유가족 옆에서 같이 서명 운동하고, 힘들어 하시는 것들을 도왔죠."

<금요일엔 돌아오렴>
 <금요일엔 돌아오렴>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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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족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떠셨어요?
"가슴 아플 때도 많았고, 놀라울 때도 많았어요. 갑자기 아이들이 사라져 고통이 클 텐데 그 고통 속에서도 정부에 끊임없이 요구하며 싸우고, 그러면서도 옆의 부모님들에게 웃으면서 얘기를 건네거나 챙겨주고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강한 분들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가슴) 아프기도 했지만, 그 분들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배웠던 시간이었죠."

- 어떻게 해서 책을 내게 되셨어요?
"처음엔 많은 부모님이 말씀하시는 걸 힘들어하셨어요. 지금도 그러시는 분들이 있어요. '아이들에 대한 기억과 부모의 삶 그리고 팽목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록하자' 등의 취지로 시작했는데 만나기가 쉽지 않았어요.

이후 세월호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대부분의 사람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시점이었는데 밝혀진 게 없으니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죠. 부모들의 목소리와 아이들의 삶, 팽목항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으로 남기면 많은 사람이 읽으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구체적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해서 작업하게 됐어요."

- 12명이 13가족을 만나셨던데, 이유가 있을까요?
"반별로 한 명씩 들어가는 게 원칙이라면 원칙이었어요. 어떤 반들은 두 분이 하시기도 했지만. 반이 10반까지 있거든요. 그래서 우연히 13명이 된 거죠." 

- 섭외는 어떻게 하셨나요?
"저 같은 경우 고 이준우 학생의 엄마를 인터뷰했는데 참사 100일 후 준우 엄마를 처음 봤어요. 그때 비가 와서 맞고 있는데 가족들은 노란 우의를 입고 있었어요. 제가 비 맞으니까 준우 엄마가 우의를 건네 주셨어요. 그런 인연이었죠. 처음엔 '너무 힘들텐데 어떻게 나를 챙겨주지?'라는 생각에 많이 놀랐고, 본격적으로 얘기를 하게 된 건 국회에 갔을 때였어요.

국회는 반별로 돌아가며 농성장을 지키셨어요. 지난해 8월 1일 농성장에 지지하러 갔죠. 그날 7반 엄마들이 담당이었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오후 5시 즈음 갔는데 6시가 되니 어두워지면서 별이 떴어요.

7반 엄마들은 서울에서 별을 본다며 '우리 애들이 우리 보고 싶어서 왔나 보다, 우리 아이 별이다'라고 자연스럽게 아이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준우 엄마가 아이 얘기를 재밌게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준우 얘기를 더 듣고 싶은데 인터뷰해도 되겠냐고 해서 다음부터 날 잡아 인터뷰를 하게 된 거죠. 대부분 그렇게 만났어요."

- 인터뷰 제의하기도 조심스러웠을 것 같은데, 인터뷰 제의했을 때 가족들은 어떤 반응이었나요?
"처음엔 책을 만들려고 인터뷰한 건 아니었고,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고만 했어요. 책을 만들 때 책으로도 나온다고 얘기하고 다시 허락을 받았고요. 대부분 가족들께서 세월호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말씀하셨죠."

- 준우 어머니 말씀 들을면서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준우 엄마는 밝고 활발하신 분이에요. 준우를 생각하면 아프고 눈물이 나는데, 사람들에겐 항상 본인이 웃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래도 아이 얘기를 하면 우시죠. 아이에 대한 기억이 많으세요. 이 책에는 이야기의 3분의 1도 안 실렸다고 보시면 돼요. 왜냐면 단행본이라 분량이 제한돼 있잖아요.

어머니가 들려준 준우 이야기부터 어머니가 해오신 일들 중에서 추리고 추려서 썼어요. 어머니가 직장에 다니시니까 직장에 복귀하셨을 때 마음, 준우 동생 태준이가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입었는지, 지금은 가족대책위 임원은 아니지만 준우 아버지가 임원으로 있으면서 부부가 서로 챙겨 줘야는데 챙길 수 없었던 현실 등 크게 3가지를 담으려고 했어요."

"300일이 넘도록 바뀐 게 없다"

- 책에 담지 않은 얘기 조금 해주세요.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어머니와 태준이가 겪은 고통은 책에 나온 것보다 더 심해요. 그러나 저는 이 책에 너무 아픈 내용을 담을 때 사람들이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통과 아픔만 전달되고 어머니의 여러 경험과 삶이 안 드러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 속에서 그 수위를 조절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준우가 학교에 다닐 때는 학원을 다녀서 밤 12시쯤에 집에 왔어요. 이후 준우가 없는데도 어머니는 한동안 준우가 올 시간이 되면 준우 사진을 들고 아이가 왔을까 봐 집 밖으로 나간 적도 있다고 해요. 그런 일이 며칠 되니 준우 아빠는 준우 동생 태준이가 걱정되잖아요. 태준이가 못 보게 하려고 준우 사진을 밖으로 빼 놓는다든지, 하는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책에 담지는 않았어요." 

- 유가족을 만나 인터뷰 해보면 감정 조절을 하기 쉽지 않던데... 작가님은 어땠나요?
"인터뷰이나 인터뷰어가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고통과 슬픔에 빠진 얘기를 듣는데 같이 고통과 슬픔에 빠지지 않고 어떻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어요. 어쩔 수 없는 거란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어들이 상처를 받죠. 그러나 그게 함께 동행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 싶어요."

- 편집 과정이 다른 인터뷰보다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13명의 부모들이 겪은 게 거의 비슷하잖아요. 그래서 서로 비슷한 부분들을 덜어내거나 강조점을 다르게 두는 방식으로 했어요. 공동 작업이니 그러한 과정이 없으면 각각 이야기의 특성이 덜 드러나기 때문이지요."

- 어느덧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00일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참사 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300일이 됐는데 바뀐 건 하나도 없어요. 특별법이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졌는데, 진상조사 활동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어서 시민들의 힘이 여전히 필요해요. 그래야 배가 침몰하는데 왜 해경은 구하지 않았는지, 청와대는 어떻게 손을 놓고 있었던 건지 등이 명명백백 밝혀야 하는데... 이런 여러 의문점들이 밝혀져야 하늘에 있는 희생자들이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살아남은 우리가 해야 할 몫이 아닌가 생각해요."

- 한 일베 회원이 단원고 교복을 입고 희생자들을 어묵으로 비하해 분노를 일으켰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많이 보게 된 것 같아요. 최소한의 인간적 양심이 있다면 사람의 죽음, 유족들의 슬픔에 비아냥댈 수 없는데 버젓이 그렇게 하는 현실이 가슴이 아팠어요. 아마도 우리 사회가 그런 비인간적 행위를 용납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사람의 마음, 그 근본으로 돌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우리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 앞으로 계획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지금 지역 대책위와 함께 북 콘서트가 전국에서 열리고 있어요. 그런 자리에 같이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세월호에서 목숨을 잃은 304명을 기억하자는 마음과, 그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마음이 모였으면 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금요일엔 돌아오렴, #명숙 ,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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