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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라는 명목으로 해외자원개발에 쏟아 부은 돈은 총 41조 원. 이 중 5조 원만이 회수됐다. '깨진 독에 물 붓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향후 5년 동안 31조 원 가량의 투자비를 추가로 납입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이명박 정부가 임기 5년 동안 벌인 자원외교 사업의 실체를 재조명하고, 과도한 채무 및 이자, 무대포식 사업 추진, 비자금 의혹 등 그 민낯을 샅샅이 파헤친다. [편집자말]
<INTRO>

41조 원.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를 위해 쏟아 부은 돈입니다. 이 중에 회수된 돈은 5조 원 뿐. 8조 원 날리고 남은 28조 원도 얼마를 회수할지 모른다는 게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석입니다.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앞으로 5년 동안 31조 원의 투자비를 또 내야 합니다. 투자 대비 회수 비용이 이러니 자원외교를 책임진 석유·가스·광물자원 공사가 지고 있는 빚도 막대합니다. 로또 1등에 4000번쯤 당첨돼야 만질 수 있는 돈, 12조 4600억 원을 10년(2008년~2017년)동안 '이자'로 내야 합니다. 도대체 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MB 자원외교 탐험 대장정을 10단계로 압축해봤습니다.

<1> MB 취임 - '자원외교'에 방점

이 모든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2008년,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강조하던 자원외교를 본격화한 이 전 대통령은 첫 총리부터 '자원외교 총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또 정권을 이임 받는 시기인 인수위원회 때 이미 쿠르드 정부와 유전 개발 MOU를 체결했습니다. 언론은 "쿠르드 '재건사업·유전개발' 따냈다"라며 나팔수를 자처했습니다.

자원외교 국정조사 합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측근들과 송년만찬 회동을 마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 송년만찬 모임 마치고 떠나는 MB 자원외교 국정조사 합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측근들과 송년만찬 회동을 마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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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총리실 주도로 '자원외교' 추진

처음 자원외교 총대를 멘 건 총리실입니다. 2008년 3월, 총리실 산하 에너지협력외교 지원협의회를 신설했는데요. 위원회에는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국토해양부 및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공사가 위원기관으로 참석했습니다. 전 부처를 망라한 셈이죠. 총리실 주도 자원외교, 처음에는 성과를 보이는 듯 했습니다. 2008년 5월 한승수 총리가 우즈베키스탄 광산 개발 MOU를 체결하는 등 승승장구했죠. 그러나, "신 실크로드 구축"이라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우즈베키스탄 광산은 광물 자원 매장량 부족 판정을 받아 종료되고 말았습니다.

<3> 지식경제부도 '자원외교' 본격화

(관련 기사 : MB 자원외교 책임회피 최경환 4년 전엔 '홍보맨·방어막' 자처)

본래 자원외교는 지식경제부 담당입니다. 자원 3사(석유·가스·광물자원공사)가 지경부 산하 기관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아프리카 일대를 누비며 자원외교를 펼칠 동안 지식경제부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습니다. 지경부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겠죠. 최경환 현 경제부총리가 당시 지경부 장관이었는데요. 2010년 12월 '제4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수치 올리기'

2019년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목표를 30%로(2009년 당시 9%) 설정하고, 2019년 6대 전략광물(유연탄·우라늄·철·동·아연·니켈)의 자주개발률을 42%로 설정(2009년 당시 25%)했습니다. 2배~3배로 훌쩍 뛴 목표 달성을 위해 자원 3사는 열심히 뛰어야 했습니다.

<4> 높아진 기준 '자주 개발률', 성과급과 직결

채찍은 '잔뜩 높게 설정한 자주 개발률', 이명박 정부는 자주개발률을 공기업 경영평가 항목에 넣었습니다. 당근은 '돈'이었습니다. 자주개발률을 끌어올린 자원 3사에 성과급이라는 물질적 보상을 해준 것이지요.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자주개발률을 성과지표에 반영, 석유·가스·광물자원공사는 MB정부 5년간 약 1500억 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자주개발률에 집착하다보니 '광구 탐사·개발·운영' 등 장기적 개발이 아닌 기존 기업 인수·합병 또는 지분 투자만 하는 방식에 주력했다. 석유공사는 MB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금액의 95%를 인수·합병, 지분 투자에 투자했다." (고기영 한신대 교수)

<5> 자원외교로 '훈·포상' 남발

또 다른 당근은 훈·포상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부터 해외자원개발 관련 포상 행사를 실시했는데요. 2013년까지 수상한 인원은 총 117명입니다(관련 기사 :글로벌 호구 '자원외교' 관련자에 상 퍼준 MB 정부 ).

캐나다 혼리버·웨스트컷뱅크(가스공사), 캐나다 하베스트사 (석유공사), 멕시코 볼레오 광산(광물자원공사) 등 대표적인 해외자원개발 부실사례로 꼽히는 사업을 주도한 인물에게 훈장과 표창을 대거 포상했습니다.

성과급 잔치와 훈·포상 남발 이면에는 압박에 못이긴 자살도 존재했습니다. 2011년 6월, 쿠르드 지역 석유탐사 업무를 총괄하던 배아무개 과장이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유족들에 따르면 배 과장은 "쿠르드 사업은 한국에 불리한 사업인데 윗선에서 너무 성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다음 정부에서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 합니다. 2011년 국감에서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현 정부의 자원개발 성과에 대한 조급함과 무리한 해외사업 추진이 직원을 자살로 몰아갔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6> '공룡' 공기업 탄생

성과급과 훈·포상, 정부의 막대한 지원 아래 자원 3사는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석유, 가스, 광물자원공사의 대형화가 이뤄진 것인데요. 이는 자원 3사가 쓴 돈의 규모에서 드러납니다.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08년과 2012년의 투자규모를 비교한 자료를 보면, 석유공사는 3.6배(15조 7000억 원), 가스 공사는 14.3배(6조 3000억 원), 광물공사는 5.8배(2조 3000억 원) 증가했습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을 비롯한 참여연대, 민변민생경제위원회, 지식협동조합좋은나라, 전국공무원노조가 참여하는 'MB자원외교 사기의혹 및 혈세탕진 진상규명을 위한 국민모임' 소속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실려있는 자원외교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MB사저 앞 퍼포먼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을 비롯한 참여연대, 민변민생경제위원회, 지식협동조합좋은나라, 전국공무원노조가 참여하는 'MB자원외교 사기의혹 및 혈세탕진 진상규명을 위한 국민모임' 소속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실려있는 자원외교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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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몸집은 커졌지만 성과는... 줄줄이 '망한' 사업들

몸집은 커졌지만 내실을 키우지 못한 자원 3사는, 무리한 투자와 실패를 반복했습니다.

"건수 찾기 -> 묻지마 사업성 검토 -> 뻥튀기 투자, 끼워 사기, 묻지마 추가 투자-> 사업 방치->새로운 건수 찾기 악순환이 벌어졌다." - 김제남 정의당 의원

즉, 전 세계를 돌며 자원외교 '건수'를 물색하고 환경영향평가 등 세부적인 상황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성 검토에 돌입해 본래 인수하려던 회사 외의 자회사 등을 끼워 사고 제값 보다 더 주고 투자하는 방식이 반복돼왔다는 것입니다. 이후 투자 사업을 그대로 방치하다가 또 다른 건수 올리기에만 급급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업을 얼마나 실패한 것일까요. 자원 3사별로 대표적인 사업 한 가지씩만 정리했습니다.

해도해도 너무한 사례들
-광물공사 볼레오 동광사업 : 디폴트 막으려 전전긍긍
2008년, 지분투자로 볼레오 동광 사업에 진출. 볼레오 사업은 2012년 부도 상황에 직면. 볼레오 개발 사업 개발비가 증가하자 대주주인 바하마이닝사가 손을 뗐고 광물공사는 바하마이닝사의 지분을 2차례 나눠 인수하는 계약 체결. 광물공사는 최초 예정 투자액의 19배가 증가한 1조 1325억 원을 투입. 투자 과정 역시 부실. 감사원은 지난 6월 볼레오 사업의 투자수익률이 부당하게 산정됐고 민간 주주사들의 거부 의견을 무시한 채 투자를 단독으로 결정했음을 지적.

-석유공사, 캐나다 유전개발업체 하베스트의 자회사 '날' 인수 : 2조 투자하고 200억 건져
2009년 하베스트는 정유회사 '날'을 인수하지 않으면 석유공사에 하베스트를 팔지 않겠다고 버텨 '끼워팔기' 성공. 당시 석유공사는 날 매입 과정에서 내부 지침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인수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이사회 승인 조차 거치지 않은 채 사업을 강행. 2조 원 투자하고 최근 200억 원 가량에 매각, 투자 기준 1% 수준.

-가스공사 혼리버 셰일가스 : 성공률 낮은 광구에 1조원 투자
가스공사는 북미 셰일가스 개발 위해 캐나다 혼리버 등 3개 사업에 1조원 투자, 투자금 회수 할 수 없는 상황. 확정손실은 6688억 원. 광구 3곳 중 2곳은 이미 사업 중단. 남은 '혼리버' 광구는 25년 간 얻을 수 있는 수익이 1900억 원. 연 평균 영업수익이 약 76억 원으로, 가스값 하락에 따른 손실 및 수익 불확실성으로 이자조차 갚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

<8> 빚잔치 벌이는 자원 3사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 회수율은 급락했습니다.  2008년 대비 2012년 투자 회수율은 석유공사 67.6%-> 35.7%, 가스공사 121.9%->23.1%, 광물공사 22.0%->8.0%로 떨어졌습니다.

결국은 빚잔치입니다. 2007년 말 대비 2012년 말 기준으로 석유공사 부채는 490%(증가액 14조 3000억 원) 상승, 가스 공사는 370%(증가액 23조 6000억 원) 상승, 광물공사는 560%(증가액 1조 9700억 원) 상승했습니다. 광물자원·가스·석유공사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이자'로만 12조 4600억 원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관련기사 : 자원3사, 10년 부채이자 12조↑... 30억 로또 1등, 4천번 당첨금액).

<9> 남은 의혹들

"직접투자가 아닌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현지와 주변국에 설치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 자금을 투입시키는 방법을 택했는가."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MB정부 국부유출 자원외교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

자원 3사는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회사 내부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의 투자를 상당수 진행했습니다. 이 같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야 했던 이유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일부 사업의 경우 왜 국제시장가 보다 비상식적으로 비싼 가격에 매입했는지, 왜 수익성이 상당히 낮아 보이는 광구를 거금을 들여 인수 한 것인가."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MB정부 국부유출 자원외교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

국제시장가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한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지적한 하베스트 날 인수입니다. 이 같은 인수 결정의 '뒷배경'이 밝혀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볼레오 사업 부도 숨긴 배경과 2012년 사라진 4000억 원의 행방." (김제남 정의당 의원)

광물공사는 볼레오 사업이 2012년 6월 경 디폴트 상태가 되었을 때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그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광물공사는 이 사실을 공사 이사회에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또 2012년 2~3달 만에 12배 가량 투자비가 급증했는데 이 사유를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혼리버/웨스트컷 뱅크 광구 바가지 인수 후 묻지마 재투자 배경." (김제남 정의당 의원)

가스공사는, 혼리버 인수 당시 인수 자문사가 '혼리버만을 매입할 것'을 권고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매입을 추진했습니다. 그 배경을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10-OUTRO>

그 끝은, 자원외교 국정조사입니다. 국정조사에서 남은 의혹들이 규명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대참사의 주역으로 꼽히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왕차관', 또 모든 것의 시작 '이명박 전 대통령'를 국정조사장에 앉힐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세계가 경쟁하는 에너지 자원 외교를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외교도 국력에 걸맞도록 외교 품격을 높이겠습니다. 이를 위해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대선후보 TV토론 발언 –2007.12.06)

7년여가 지난 지금, MB 자원외교는 "나라 망신, 국제 호구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거짓 약속'으로 시작된 자원외교. 그렇지만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원외교 국정조사 출석에 대해 묻자 "구름 같은 얘기~"라며 확답을 피했습니다(관련기사 : 이명박, 자원외교 국조 출석 묻자 "구름같은 이야기").


태그:#자원외교,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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