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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에서의 한국학 동향에 대한 발표가 이루어졌다.
 각 나라에서의 한국학 동향에 대한 발표가 이루어졌다.
ⓒ 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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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마드리드에서 첫 한국어강좌를 개설했을 때 10명의 학생이 수강을 신청했지만, 2015년 현재 다양한 한국어 관련 교육기관을 통틀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200여 명에 이른다."

"2009년 한국과의 첫 교환학생제도가 성사되었을 때, 4명으로 시작했는데 현재 13개의 대학에 70명이 교환학생으로 가 있다."

지난 5일 스페인 말라가 대학 본부의 한 세미나실. 각지에서 모인 40여 명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눈을 반짝였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살라망카 등 스페인의 여러 도시를 비롯해 이웃나라 포르투갈부터 멀리 남미에 위치한 아르헨티나, 멕시코, 콜롬비아까지. 각지에서 온 이들은 이베로아메리카의 대학교나 협회 등에서 한국학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관계자들이다.

파란 눈의 외국인들은 왜 한국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한목소리로 '한국학'을 이야기하며 즐거워하는 걸까.

젊은층 사이에서 급속도로 높아진 한국에 대한 관심

현지 언론에서도 한국학 행사에 꽤 관심을 보였다.
 현지 언론에서도 한국학 행사에 꽤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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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스페인뿐 아니라, 포르투갈, 중남미 지역에서도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 시작 단계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이 모임을 기획했다."

말라가 대학교 동아시아 한국학과의 안토니오 교수는 모임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만남을 주최한 말라가 대학교는 이베로아메리카 지역에서 유일하게 대학 학부에 독립 전공으로 한국학이 개설되어 있고 현재 200여 명의 학생들이 한국학을 전공하고 있다.

지역 방송국과 신문사 기자들도 이날 행사 오픈행사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행사 스태프인 파트리시아는 "보통 한국관련 행사를 하면 보도자료를 보내는 정도였는데, 이번 행사처럼 관심을 보인 것은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현지 언론들의 이런 달라진 관심 또한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이날은 첫 모임인 만큼 대부분의 발표는 현재 각 나라의 한국학에 대한 경험과 현황을 공유하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최근 몇 년 사이 한류와 함께 젊은층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높아진 한국어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최근 한국학의 성장 동력으로 보는 건 대부분의 나라에서 비슷했다. 특히 스페인의 경우, 스페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관광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고무적인 현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남쪽이냐 북쪽이냐"를 묻고 "아리가토" "니하오"로 반응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걸 감안하면, '한국학'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아직은 '낯선' 학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도 대부분 동의했다.

다소 후발 주자인 포르투갈 리스본 대학의 마리아 엘라나 교수는 "최근 한류 덕분에 시작된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한국학으로 이어지는 수요를 만들고 있지만 향후 공급자로서 어떻게 수요를 만들어 낼 것인지를 고민할 때이다"라며 현재 언어와 문화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는 한국학의 단계를 넘어 역사, 정치, 철학 등 다양한 주제로 확산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임을 강조했다.

스페인에서 한국학의 1세대들, 첫 졸업

이날 행사에는 말라가 대학교 한국학 전공학생들이 꽤 진지한 태도로 참여했다. 대부분 1학년 학생들이었는데 동양의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부터, 한국 패션산업, 통역사까지... 한국학을 공부하는 이유도 저마다 달랐다.

3학년이면서 한국에서 현재 언어 과정을 듣고 있다가 잠시 스페인에 들렸다는 미겔은 "음향기술에 관심이 있어 관련 공부를 하다가 한국의 음향기술, 방송산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어 한국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며 시험 기간이라 못 온 친구들을 대신해 내용을 정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친구들이 전달한 궁금한 점에 대해선 꼭 답변을 갖고 가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를 비롯해 한국학을 전공하는 친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나 향후 전망에 대한 부분이었다.

안토니오 교수는 "25명 정도의 학생들이 올해 9월 처음으로 졸업을 한다"며 "가능한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스페인에서 한국학의 1세대가 될 첫 졸업생들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스페인 한국학 일세대들
 스페인 한국학 일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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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카롤리나 교수는 "과거는 꿈이었고, 지금은 열심히 꿈을 이루려고 일하는 중이며, 미래는 현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질문에 안토니오 교수 역시 "과거는 실체가 없는 것, 현재는 열심히 건설 중, 미래는 거대한 빌딩이 되어 또 다른 미래를 위한 동력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이들의 공통된 관심사와 방향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과 함께 시작된 이번 만남은 이베로아메리카지역 한국학 협회Asociación Iberoamericana de Estudios Coreanos (AIEC)를 제안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스페인의 한 도시에서 이틀간 머리를 맞댄 이들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이베로아메리카 지역의 한국학이 어떤 모습의 변화할지 궁금하다.


태그:#한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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