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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연세대국제캠퍼스 기숙사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입니다. 저를 포함한 23명의 청소·경비 노동자는 2015년 1월 1일 해고자가 됐습니다. 그날부터 인천 연세대국제캠퍼스에 이어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신촌캠퍼스로 올라온 지 오늘로 28일째입니다.

이제 고3인 아들은 엄마의 처지를 아는지 "힘내"라는 문자를 보내줍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언제오냐"는 딸은 계속 엄마를 기다리려나 봅니다. 눈발이 흩날리는 신촌 연세대 정문에서 "근로 조건 저하 없는 고용 승계 보장하라"는 구호를 따라 "보장하라, 비정규직 철폐"를 목이 터져라 따라 외치는데 마음이 왜 이리 서글프고, 눈물이 날까요?

2014년 2월 3일부터 연세대국제캠퍼스 기숙사가 신축되면서 입주 청소부터 쓸고, 닦고, 광내며 모두 땀 흘려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2015년, 해가 바뀌자 용역 업체가 근로 계약 종료라며 연세대서 더 일하고 싶으면 5.5시간 근무에 95만 원을 받고 일하라고 했습니다.

원래 8시간 근무에 약 135만 원을 받았는데 4만 원도아니고 40만 원을 덜 받고 일하라니, 우리 청소 노동자들은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리는 못 한다고 하니 출입증마저 정지했습니다. 오도 가도 못하고 지난 1월 14일부로 인천에서 서울로 '진짜 사장님'인 연세대 총장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해고의 칼바람에 맞서... 더 춥습니다

연세대 송도국제캠퍼스 미화·경비 노동자들은 상경 투쟁중입니다.
 연세대 송도국제캠퍼스 미화·경비 노동자들은 상경 투쟁중입니다.
ⓒ 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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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님 너무합니다. 고용 승계라는 게  말 그대로 어떤 용역 업체가 입찰받아도 하던 일 그대로 하는 것을 말하는데, 같은 업체임에도 업체 이익만 생각해서 무리한 임금 삭감의 폭력을 휘두르며 청소·경비 노동자 23명을 해고했습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 그것도 명문 사학 연세대가 청소직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일하고 정당하게 대우받을 권리를 용역 업체를 빌어 해고하고, 묵인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하던 일을 계속하게 하는 게 고용 승계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해서 해고인지, 따져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위처럼 말하고 싶었습니다. 27일째 농성하며 총장님 댁 옆에 천막집을 짓고 우리 얘기 좀 들어달라고 했지만 철거 명령만 4차례... 올 들어 가장 추운 영하의 날씨에, 바람까지 불어 체감 온도는 더 내려갑니다. 23명의 청소·경비 노동자는 용역 업체와 원청 사장의 묵인 하에 이뤄진 해고의 칼바람에 맞서 싸우니 더 춥습니다.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은 아무 소리 없이 조용히 잘려야 할까요?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학교 측에서는 "학교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대화는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접점을 찾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국제캠퍼스 기숙사에 오전 7시에 출근하면 자던 모습 그대로 비몽사몽 휴게실로 물 마시러 나오는 학생들을 보면 참 예뻤습니다. 우리 아들, 딸 마냥 잘잤냐고 엉덩이를 두드려줄 순 없지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면 잠긴 목소리로 인사를 잘 받아줬습니다.

나 스스로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비록 청소직이지만 "난 연세대 미화학과 14학번"이라고 하며 웃으면서 일하던 내 소중한 일터로 언제쯤 돌아갈 수 있을까요?

한편으론 집회가 행복하기도 합니다. 대학을 못 다녀 한이 됐는데  2시간 거리를 광역버스 타고 다니며 연세대 신촌캠퍼스를 거닐고, 현수막 글 등 제 작품들도 공사장 가름막 벽에 스티커로 붙여 백양로를 따라 전시해 놓았거든요. 배경에 함께 놓인 바람개비들은 연세대 학생들이 노동자와 함께 해준 합작품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힘을 내봅니다.


태그:#연세대 미화, #송도캠퍼스기숙사, #청소,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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